박근혜는 왜 신학교에서 쫓겨났나
박근혜는 왜 신학교에서 쫓겨났나
  • 김철홍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11.24 01:08
  • 댓글 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약 그녀가 진리를 향한 순례를 하도록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그냥 내버려뒀더라면 최태민, 최순실 같은 사람과 엮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장신대에서 지난 11월 2일 1차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를, 2차로 11월 3일 전우택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초청해 교수 시국간담회가 열렸다. 나는 간담회 초청장에 적힌 한국사회가 ‘영적 위기’에 빠졌다는 말을 읽으면서도, ‘영적’이란 말의 진의(眞意)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했다. 

▲ 김철홍 장신대 교수 · 미래한국 편집위원

결국 2차 간담회에서 전 교수의 강연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영적 위기’란 말을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해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 씨의 사교집단에 가입했고 영적으로 악한 영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서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기에 매우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주장이었다. 

집단정신병 전문가로 자신을 소개한 전 교수는 발제의 서두에서 자신이 오늘 하는 말은 “주관적 추측”에 근거한 것이며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하겠다고 했다. 정신과 전문의 전 교수의 추측은 박 대통령에게 약간의 정서적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말은 비록 추측이긴 하지만 장기간 인간의 정신적 질병과 정서적 장애를 연구하고 치료해온 전문가로서의 추측이고, 어느 누구라도 인간이라면 박 대통령이 겪은 것과 같은 불행한 가정사를 겪는다면 그 정도의 심리적 장애가 생길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이므로 그의 말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성격장애, 인격장애, 신경증과 같은 단어들이 나오고, 슬슬 최태민 씨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대통령의 영적 상태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급기야 “입신”(入神) “영적 현상”이란 말이 나오면서 박 대통령이 악한 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사교집단에 가입했다”는 말이 나오고,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더니 급기야 대통령이 외교와 국방의 외치(外治)를 맡고 책임총리가 내치(內治)를 맡기로 하는 여당의 개혁안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만약 북한이 쳐들어오면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대통령이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더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차라리 대통령이 내치를 맡고 총리가 외치를 맡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전 교수는 말하자 여기저기서 교수들이 낄낄대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순간 이 말을 진담으로 받아야 할지 농담으로 받아야 할지 나로서는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그러나 저명한 정신의학자일 뿐 아니라 기독교싱크탱크를 자처하는 한반도평화연구원(이사장 김지철 목사, 부원장 임성빈)의 원장이기도 한 전 교수의 고견(高見)이므로 나 같은 범부(凡夫)가 이 말을 농담으로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근거 없이 ‘악한 영’ 주장한 정신과 의사

내가 전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가 그런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신과 전문의가 “A라는 사람이 악령에 사로잡혔다”고 말하려면 먼저 심리 테스트를 하고 그 분석 결과를 놓고 말해야 한다. 환자에게 각종 심리 테스트를 한 뒤 그의 심리상태가 도저히 심리학, 정신분석학 이론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에 그런 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정신과 주치의도 아니고, 대통령에게 그런 테스트를 한 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결론에 쉽게 도달하게 되었는지 놀랍다. 전 교수는 심리 테스트 없이도 타인의 영적 상태를 알 수 있는 “영적 분별의 은사”를 갖고 있다는 것인가? 

두 번째 문제는 설사 그런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심리치료사(psychiatrist)에게는 그가 지켜야 할 의학적 직업윤리(professional medical ethics)라는 것이 있다. 그 환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 그 환자의 상태에 관해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물며 테스트도 하지 않은 사람의 심리적 상태에 관해 공개 강연의 자리에서 자신의 전문가로서의 진단(professional diagnosis)을 공개한다는 것은 매우 전문가답지 못한 행동(unprofessional behavior)이며, 사이비 전문가(pseudo-professional)가 보여주는 행동이다.

나는 전 교수가 대통령에 대한 신성모독죄를 지었다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한 개인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전문 의학적 폭력(professional medical violence)을 저질렀기 때문에 비판한다. “A가 귀신에 들렸다”는 말은 영적 전쟁의 언어들을 동원해서 사람에게 꼬리표를 다는 행동(spiritual labeling)이며, 이것은 일반 교회에서도 하지 않아야 할 일이다. 

박 대통령이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 같은 사람과 가까이 지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며칠 전 본 교단 출신으로 페루 선교사로 평생 일하고 얼마 전 은퇴해 다시 페루로 돌아간 황윤일 선교사가 2016년 10월 29일에 인터넷에 올린 글(http://blog.daum.net/bk1981/17445)을 읽게 되었다. “신학교에 찾아온 한 여성, 그리고 그를 외면한 사람들!”이란 제목의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본인이 1980년 학기 초, 광나루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던 어느 날 … 교정에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에 창밖을 내다보니, 소형 자동차에서 어느 한 처자가 내렸는데, 신학생들이 그 자동차를 둘러싸고 그 처자를 향해 소동을 벌이며 고함치는 소리였다. 그 전 해, 10·26 대통령 시해 사건이 있었고, 그 신학교에 이십대 처자가 홀로 신학교를 찾았다. 

그가 바로 박근혜 현 대통령이다. 양 부모를 다 총탄으로 잃고 홀로 된 미혼의 처자가 찾아왔을 신학교, 어디 몸을 숨기거나 의탁할 만한 곳을 찾아서 왔을 신학교, 왜 그녀가 하필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선택하여 왔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를 감싸 줄 구석은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신학교를 찾지 않았겠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장로회신학대학교 안에는 그 외로운 영혼의 처자에게 내어 줄 어떤 자리도 없었다. 

▲ 대통령의 딸로서, 그리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외로운 시간을 보낸 박근혜 대통령. 그녀가 의지할 대상은 오직 하나님의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 연합

장신대 등교 거부당한 20대 박근혜

본인을 포함하여 정치 바람을 탄 학교, 학생들 어느 누구도 그 애처로운 처지에 함께 눈물을 흘려주지 못한 것이 아직까지 부끄럽다. 아마도, 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때에, 신학교에서, 신학생들과 한국교회가 함께 맞아주고 눈물 흘려주었다면, 최아무개와, 듣자하니 박수무당 수준의 목사였다고 하는데, 이렇게 깊은 관계까지 안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본인은 비록 은퇴하였으나, 나의 적을 둔 교단을 향해, 아니 자칭 높은 수준의 종교단체들을 향해 한마디 한다면, 대국적 정치도 좋고 어떤 앙가스망도 좋으나 애처롭고 외로운 과부와 고아를 돌보라시던 주님의 말씀은 잊지 말자는 말이다. 자비하신 주님께 부끄럽고 죄송하다.>

당시 27세의 나이의 박근혜 양은 장신대 기독교교육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러나 등교할 때마다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소동을 일으켰고 얼마 후 학교를 그만 뒀다. 내가 당시 소동을 일으킨 학생들에 관해 말하자 일부 교수들이 반발하면서 그 학생들을 두둔했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는 각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관한 것이다. 그 개인이 독재자의 딸이건, 아니면 나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하는 사람이건 관계없이, 우리는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원한다. 민주화 세력은 지금까지 그것을 위해 싸워왔다.

박근혜 양이 학생으로서 갖고 있는 수업권(受業權)은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그녀의 권리였다. 자유민주주의는 나의 적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자유로운 선택과 법적 권리를 내가 인정할 때 시작된다. 

집단이 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위협을 가하고, 그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사람이 갖는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인민민주주의라는 집단주의 이념이 가르치는 태도며, 바로 인민재판의 멘탈리티다.

나도 역시 그 당시에 장신대 교정에 있었다면 박근혜 양을 비난하는 것에 앞장섰을 것이다. 그러나 3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당시 나의 생각은 천박하기(vulgar) 짝이 없다. 당시에 내가 추구한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다. 나는 집단주의의 광기(狂氣)에 나 자신을 팔아넘겼었다. 

박근혜 양은 당시 믿음을 갖고 있는 신앙인으로서 우리 학교를 찾아온 것이 아니다. 그녀는 아마도 자신의 인생에 발생한 불행한 일들에 대한 종교적 해답을 찾아 구도자(求道者, seeker)로 찾아온 것 같다. 그러나 진리를 찾으려는 그녀의 영적 순례는 중단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 때 만약 그녀가 진리를 향한 순례를 하도록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그냥 내버려뒀더라면 최태민, 최순실 같은 사람과 엮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일이다. 황윤일 선교사가 지적하는 “정치 바람을 탄 학교,” “정치 바람을 탄 학생들”은 35년 동안 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 있다. 정말 지겹다. 

복음은 정치적 이념을 초월한 것이다. 복음은 좌파도 우파도 모두 다 죄인이라고 말하고, 하나님이 은혜로 주시는 구원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복음은 종말에 이뤄질 하나님의 나라만이 우리의 구원이며, 인간의 나라가, 인간의 정부가, 국회가, 법원이 우리를 죄와 죽음의 세력으로부터 구원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그 어떤 정부도 정의로운 정부는 없고, 죄와 죽음의 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도 없다고 말한다. 

복음 안에는 좌·우 구분 없애야

복음은 비록 영적인 장신대 교수들이 거국내각이 아니라, 거룩(?) 내각을 구성한다 하더라도 결코 우리가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현실 정치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정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좌와 우로 나뉘어 싸운다면 종교의 사회통합 기능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나는 의인이고 너는 죄인이라는 식의 관점을 우리가 먼저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기독교가 사회통합의 역할을 하려면 항상 좌파건 우파건 우리 모두가 불완전하며, 우리 모두가 다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사회가 둘로 나뉘어 서로 해법이 없는 대결로 나아갈 때 기독교는 좌와 우를 넘어서서 전체 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가치에 대해 말함으로 사회가 다시 대화와 통합의 길로 가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은 복음 안에서 좌우 정치 이념 논쟁을 우리 스스로가 넘어설 때 가능하다. 

※이 칼럼은 김철홍 교수가 11월 6일 장신대 홈페이지게시판에 게재한 글을 저자가 다시 요약한 것입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lol 2016-12-05 01:36:27
한 사람의 신과의 관계는 목숨을 거는 핍박 속에서도 끊을 수 없지요. 학교의 거부적 분위기가 신과의 관계성을 부정하게 만들고 조상신과 부처 앞에 무릎 꿇게 하고 사이비질 한다는 건, 신자들의 자세에 대한 반성은 가능할자라도 책임 소재로 지적받을 수 없어요, 신앙은 그렇게 사람들 분위기에 따라 얻고 못 얻고 하는 게 아닙니다. 신앙은 신과의 개인적 관계성에서 나오지, 사람들의 친절 유무와 상관없어요.

lol 2016-12-05 00:57:42
신과의 관계성을 원하면 교회에 가지 신학교에 가지 않아요. 최태민 사이비 이단 종교인이 돈으로 목사직을 사고 그녀를 목회자로 만들고자 한데는 사악한 포교 활동의 합법적 근거를 마련코자 한 걸로 보입니다.

lol 2016-12-05 00:53:33
신학을 하겠다는 건, 이미 하나님과의 관계성이 확실한 가운데서 소명을 받고 다른 사람들의 복음화를 위해서 살겠다는 건데. 부처 상 아래 기도하는 그녀는 하나님 자체를 모름니다. 그런 사람이 신학교 졸업장 따서 목회자라고 나서는 건 위험합니다.
하나님을 바로 못 믿은 게 마치 신학교 학생들과 교수 탓으로 말하는 건 개소리입니다.

lol 2016-12-05 00:39:30
앙가주망입니다.

케이시투우 2016-12-01 13:13:51
장신대는 하나님의 복음을 따르지 않고 무엇을 따르고 있는가? 선하고 의로운 하나님의 종이 아니고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탄의 종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