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부동산 PF 위기와 책임준공, 건설과 금융의 조화 필요
[심층분석] 부동산 PF 위기와 책임준공, 건설과 금융의 조화 필요
  • 김재식 미래한국 편집위원·한국주택협회 부회장·변호사
  • 승인 2024.05.0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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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한국경제인협회에서 발표한 ‘매출 500대 건설기업 자금사정 조사’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기업이 76.4%에 이르고 있으며, 작년 12월 태영건설(시공능력 16위)의 워크아웃 신청과 금년에는 새천년종합건설(시공능력 105위), 선원건설(시공능력 122위) 등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의 중견 건설사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외부적 요인의 영향으로 인한 국내의 고금리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고금리로 부동산 경기가 점차 냉각됨에 따라 부동산개발사업의 현금흐름에 문제가 발생하였고,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이하 PF)  대출 상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위험은 종국적으로는 PF대출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어 신중하게 관리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과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장의 미분양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대출금에 연대보증을 제공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부실화되고, 그 영향으로 저축은행들이 파산하면서 큰 경제위기를 맞이한 적도 있었다. 

금융위원회에서 지난 3월 21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말 全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5.6조 원으로 2023년 9월말(134.3조 원) 대비 1.4조 원이 증가했으며, 연체율은 2.70%로 0.28%p 상승했다. 과거 위기와 비교하면 연체율은 크게 낮은 상황으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타 금융권에 비해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6.94%로 1.38%p 상승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과거 저축은행 사태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나 면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PF 위기 대응이 필요하다. 더구나 부동산 건설업계에는 총선 이후 4월, 5월, 6월 위기설을 둘러싼 실체 여부에 대한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대응을 위해서는 우선 PF가 우리나라 부동산 프로젝트에 도입되게 된 역사를 알 필요가 있다. 

PF는 특정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할 미래의 현금흐름만을 대출 원리금 상환 재원으로 보고 프로젝트의 유·무형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공급하는 기법이다. 보증이나 담보대출이 아니다. 
부동산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융자비, 공사비, 사업비 등의 소요자금을 충당하고 대출을 순차적으로 상환하면서, 개발사업의 참여자인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 건설사(시공사), PF대출자(금융기관) 등이 사업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분담하고 이에 상응해 발생하는 이익(시행이익, 공사비, 이자 등)을 각 분배받게 된다. 

PF 대출에서 실제로는 사업성보다 시공사 신용도를 더 중요하게 평가

그러나 뒤에서 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PF는 특정참여자인 시공사 보증 위주의 신용 보강구조라서, 사업성 보다는 시공사의 신용도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고, 시공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시공사의 자금 경색이 발생하면 개발중단의 위험이 커져 양호한 사업장이나 기업에까지 위험이 전이되는 구조다. 특정 참여자인 시공사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익 대비 사업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위험을 지고 도산하는 구조로 지난 20년간 운용됨으로써 지금의 위기가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에는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가 토지의 확보, 인허가, 건축 그리고 자금조달까지 모두 홀로 감당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로 상당수 건설사가 이자비용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도 처리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위험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토지 구입과 인허가는 부동산개발회사(시행사)가, 착공 이후 절차는 건설사(시공사)가 담당하는 것으로 자리 잡게 되고, 개발 자금의 조달은 시행사의 몫이 되었다. 

그렇지만 재무 여력이 여전히 부족한 시행사를 믿고 자금을 빌려줄 금융회사는 없었으며, 시공사 역시 사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자본력이 있는 시공사가 개발회사의 부족한 상환능력을 보충하는 연대보증·채무인수 등 PF 신용보강을 제공하게 되었다. 

여기서 시공사가 제공하는 PF 신용보강은 우발채무로 구분되어 회계장부에 표시되지 않아 재무 비율 악화를 예방할 수 있었지만, 재무제표에 차입금으로 반영되지 않을 뿐, 시공사에 PF 상환 의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과거 외환위기 이전과 별 차이 없이 시공사가 시행과 시공의 위험을 함께 지는 구조가 계속 유지되게 되었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러한 시공사들의 신용보강은 실제 재무 리스크로 현실화 되어, 부동산 PF는 다시 위기를 맞게 되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사업비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 시행사들이 도산하자 시행사에 제공한 신용보강의 여파가 시공사에 미쳤고, 당시 시공 능력 40위 권의 중견 건설사들 중 상당수가 도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다수의 시공사가 도산한 이후 PF 보증에 따른 건설사의 부실화, 규제 변화 등으로 시공사에 의존하던 신용공여 리스크를 사업 참여자들의 분담하는 PF 구조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2011년 시공사가 보증한 PF대출이 우발채무로 인식하는 IFRS(국제회계기준,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도입의 영향으로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감소하고, 자본시장법 제정과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가 도입되어 금융기관들도 전통적 업무에서의 수익감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높은 PF 사업을 확대하였다. 

시공사의 위험관리, 정부의 제도적 변화, 금융기관의 수익 추구가 맞물리며 PF 참여자 각자 위험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PF 구조로 변화하는 기틀이 마련되었다. 그 내용이 아래 표와 같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시공사의 보증 리스크가 상당 수준 경감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연대보증·채무인수 등 직접적 형태의 신용보강이 감소하였을 뿐, 자금보충·책임준공 등 형태를 달리한 변형된 신용보강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정해진 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해야 하는 책임준공의무를 시공사가 지는 형태가 가장 보편화되었다. 그 이유는 시공사로서는 정해진 기간 내에 건축물을 준공하는 의무만을 지기 때문에, 적시에 완공될 경우 시공사는 공사비 미회수 부담만 지게 되어, 시공사의 최대 손실 범위가 공사비 수준으로 한정되는 것이 그다지 나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연대보증은 시공사가 시행사의 PF 대출 채무에 대해 연대하여 부담하는 약정이며, 채무인수는 사업 및 대출약정 상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거나 시행사가 채무변제기에 채무를 불이행하는 경우 채무인수인인 시공사가 해당 채무를 인수한다. 자금 보충 역시, 유동화 회사에 대한 신용보강으로 자금보충 의무자인 시공사와 유동화증권 발행자인 유동화회사(SPC) 사이에 약정을 체결하여 PF 대출의 기한이익 상실·채무변제기의 채무 불이행·SPC의 유동화증권 상환 재원 부족 등의 사유가 발생한 경우 시공사가 해당 부족 자금을 SPC에 대여하는 형태이다.

이처럼 책임준공을 제외한, 나머지 연대보증·채무인수·자금 보충 모두 PF 우발채무 상환 부담과 공사비 미회수 부담이 모두 존재하여, 실질적으로 시공사가 해당 PF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그래서 시공사는 책임준공 의무를 지게 된 것이다. 금융기관으로서도 책임준공 약정이 지켜진다면 준공일에 담보물로 활용할 수 있는 완성된 건축물이 있을 것이므로, 금융기관은 이러한 기대를 바탕으로 자금을 대출하는 현재의 PF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시장침체로 부동산 PF는 또다시 갈림길에 서게 되었다. 부동산 호황기에 가려졌던 책임준공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책임준공은 그 자체만으로는, 일반적으로 계약 일정에 따라 공사비가 지급되는 경우 시공사가 건축물을 완공시킬 의무를 의미하나, PF 구조에서는 공사비 지급 여부 및 시행사의 의무이행 여부와 상관없이 시공사의 책임으로 공사도급계약서에서 정한 기간 내에 해당 건축물을 준공해야 하며,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의 불가항력 사유가 아니면 기한이익 상실 사유에 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사가 지연되면, 시공사가 채무(=대출원리금)를 인수하게 되어 사실상 연대보증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당초 책임준공의 취지라면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시공사가 부담하는 책임은 손해배상 의무에 불과하여야 하나, 금융기관에서는 PF 대출 채권 전액을 적시에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통상적으로 시공사의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 강제성을 높이기 위해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PF 대출에 대한 채무인수를 시공사에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화물연대 파업, 인허가 지연, 문화재 발굴, 코로나, 태풍 등 자연재해, 공사장 안전 문제 등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예외 없이 항변이 봉쇄되고, 기한이익 상실 사유로 정하고 있어 그 심각성은 더 커지게 된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공사 지연이 발생해도 준공기한 연장이 수월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책임준공 미이행을 이유로 시공사에 PF 채무인수를 요구하는 사례가 공기가 짧은 물류센터에서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사비 지급 받지 않는 경우라도, 책임준공 의무를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률 만큼 공사대금을 시공사에 주는 기성불 조건이 아니라면 분양 실적이 부진한 경우 시공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대금 회수 지연 리스크까지 부담하게 되어, 채무인수를 한 건설사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준공 기한 연장을 조건으로 금융기관에서는 높은 수수료나 이자를 요구하는 등 건설사에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시공사로서는 신용부도를 막으려면 금융기관의 과도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애초에 책임준공 미이행 시 시공사의 채무 인수 같은 부당한 내용은 책임준공 약정서에서 제외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시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적 수주여건 하에서, 시공사 입장에서는 당장 공사 수주를 위해 금융기관과 이처럼 불합리한 책임준공 약정을 계속 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업계 현실이다. 

시행, 시공, 금융 등 3개 주체가 리스크 분담구조로 돼야

요컨대 현재 부동산 PF 위기는 앞서 본 것처럼 외환위기 이후부터 시공사에 의존하던 PF 구조를 사업 참여자들이 분담하는 방향으로 다각도로 개선하고자 했지만, 실제로는 결국 시공사가 책임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현재 시공사에 집중되어 있는 PF 책임을 시행사, 시공사, 금융회사 등 사업 참여자들 간에 합리적으로 분담하면 되는 것이다. 

첫째, 시공사에 보증기반을 둔 기업금융구조에서 장래 완공가치에 기반을 둔 진정한 PF 구조로 전환하여야 한다. 금융권별로도 부동산 PF를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다. 특히 브릿지론 등 실질적 PF 대출을 토지담보대출이나 건설 및 부동산업 대출 등으로 분류하는 곳도 있다. 부동산 PF의 개념과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 PF에 대하여는 시행, 시공, 금융 등 3개 주체의 리스크 분담구조로 개선되어야 하고 리스크의 부당한 전가를 억제하고 수익과 위험이 비례하는 구조로 정착되도록 유인하여야 한다. 

둘째, 천재지변·내란·전쟁 등으로 극히 제한하고 있는 건설사의 면책 범위를 시공사의 귀책 없는 사유 중, 인허가 지연·문화재의 발굴, 파업 등까지 적절하게 확대하는 책임준공 표준 약정 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는 시공사와 금융회사 간 민간 거래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최소한 책임준공 연장 조건에는 위 사유를 포함하여, 위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자동으로 준공 기한을 연장하여 사업참여자들의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정비사업 표준공사 계약서’에는 연장 협의 조항이 있어 규정된 지연 사유가 발생하면 기간 연장을 협의할 수 있지만, 현재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책임준공 약정서에는 그러한 내용이 없어 연장 협의 시 건설사는 금융기관의 과도한 요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책임준공연장을 조건으로 금융기관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이득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 

셋째,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은 대출원리금 전부가 아니라 준공 지연에 따른 금융기관의 실제 손해액이어야 한다. 현재는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시공사의 손실이 준공(=공사비)에서 채무인수(= 총사업비, 대출금)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은 본질적으로 건물준공을 통한 담보를 확보하는 의무다.

시공사는 금융기관 대출채권의 안정성을 높이는 주체여야지, 직접적으로 금융기관에 특정 금액을 보증하는 행위를 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책임준공 미이행 시, 시공사가 부담하는 책임은 채무(=대출원리금) 전부가 아닌 준공 지연으로 발생한 금융기관의 손해액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위기 발생 시 기재부, 금융위, 국토부, 행안부, 지자체, 감사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분쟁을 조정하고 세제 및 금융지원을 통한 사업 재구조화를 유도하며 부실자산을 정리하는 질서 있는 의사 결정 체계와 집행기능을 갖추는 범정부 위기 대응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와 세부 운영 절차 마련이 요구된다. 

부동산 개발은 통상 3~5년의 기간 동안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PF를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필수이다. 시공사가 실질적으로 전부 책임을 지는 현재의 PF 구조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경우에만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시장 침체가 시작되면 시공사는 여러 PF에 참여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시행사·시공사·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위험이 전이되어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결국 부동산 PF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PF 참여자 간 합리적으로 위험을 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시공사의 위험부담은 지금보다 줄이고 금융회사의 위험부담은 지금보다 늘려, 건설과 금융 어느 일방이 사업을 책임지는 것이 아닌 상호 조화롭게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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