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입양의 날 행사장에서 지나가는 제 손을 붙든 분은 베이비박스의 이종락 목사이다. 나는 전국입양가족연대를 앞에서 섬기기에 입양의 날 행사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이종락 목사가 “오 대표님 나 통역 좀 해줘요” 해서 앉은 자리에는 ‘언플랜드’ 영화를 공동으로 제작 투자한 알렉시스라는 사람과 영화 판권과 관련된 변호사가 있었다.
알렉시스는 이종락 목사에게 언플랜드 영화를 열심히 홍보했고 이 목사에게 일요일 오후 어느 공간에서든 언플랜드 영화 시사회를 하고 싶다고 했다. 통역을 하던 나는 우리 집에서 모이자는 제안을 하면서 급히 몇 사람의 지인을 집에 초대했다. 다음날 저녁 즈음 내가 초대했던 사람보다 훨씬 많이 우리 집을 방문했다. 함께 저녁식사를 한 후 준비한 영화를 보기 위해 스크린과 프로젝터, 컴퓨터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내가 가진 DVD 플레이어가 영화가 담긴 블루레이 디스크 파일을 읽지 못해 많은 분들에게 매우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그자리에서 얼떨결에 영화 상영이 불가능함을 전하고 참석자들을 소개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해외입양인 단체 대표, 한국 고아 대표, 미혼모 대표, 미혼부 대표, 입양가족 대표 등이었다. 언플랜드라는 영화는 낙태가 태아 살해이니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인데 그날 밤 모인 모든 사람들은 생모로부터 지켜진 생명인 고아와 입양인들 그리고 미혼모 미혼부와 입양부모가 모인 자리였던 것이다.
집주인으로 내가 그 자리에서 각자 섬기고 있는 단체 소개와 기도 제목을 나누고 함께 뜨겁게 기도했다. 그렇게 영화 시사회의 첫 모임은 영화를 보지 못하고 기도회를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는 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가 섬기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영화를 보면서 참으로 많이 가슴 아파하고 울었다. 생명의 가치가 얼마나 존엄한지 낙태가 무엇인지 알게 된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이 영화가 얼마나 한국에 필요한가를 인지하고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6월 7월 8월 9월 10월이 되어도 영화수입이 원만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영화의 문외한인 나라도 수입을 하려고 미국과 열심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상하게 쉽게 진행될 것 같던 영화 수입은 한없이 어려움에 빠지고 결국에는 나도 수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다시 뜨거운 여름에 이봉화 바른인권여성연합 대표가 2020년 말까지 낙태죄 형법이 개정되어야 하므로 입법활동 프로라이프 단체를 만든다면서 입양가족 대표인 나를 공동대표로 초대했다. 그 미팅 자리에서 언플랜드 영화가 낙태반대 운동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논의했다.
그날 즉시 나는 미국에 다시 언플랜드 영화 수입을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 놀랍게도 한국의 달빛공장이라는 수입사가 이 영화를 수입한 것을 알게 되었다. 수입사 대표와 바로 만나 영화 개봉 스케줄과 프로라이프에서 홍보를 돕겠다는 제안을 기쁘게 하면서 2020년 12월 개봉을 기다렸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애비 존슨은 국제가족계획협회(IPPF. International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에서 약 2만2000명이 낙태를 결정하도록 상담 업무를 하다가 우연히 낙태의 진실을 목격하게 된다. 낙태의 진실을 본 그녀는 IPPF를 그만두고 낙태 반대 운동을 하면서 IPPF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법정에서 다투는 내용이 영화의 큰 줄거리이다.
그러나 낙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이 귀한 이 영화는 코로나로 싸늘해진 극장가에서 고전을 하다가 ‘원더우먼’의 흥행으로 상영관의 대부분이 닫게 되었다. 나는 왜 이 시점에서 원더우먼이라는 영화가 힘들게 상영되는 언플랜드 영화를 밀쳐내는가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원더우먼 영화는 무엇일까? 아름다운 여인이 악당을 온갖 액션으로 물리치니 분명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신처럼 표현된 원더우먼의 사상적 배경에 페미니즘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나는 그러한 의심을 가지고 검색했고 원더우먼 소설을 쓴 원작자가 ‘윌리엄 몰턴 마스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심리학자이면서 거짓말탐지기를 만들어낸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원더우먼의 진실의 올가미 무기는 마스턴의 거짓말탐지기를 모티브로 한다.
페미니즘 영화에 막혀 좌절된 낙태 반대 영화
마스턴 작가는 두 명의 부인이 동시에 있었다. 첫 번째 부인인 엘리자베스 할로웨이는 마스턴의 학생이었던 올리브 번과의 불륜을 인정하면서 3명이 동거하는, 즉 기존의 전통적 가정이 아닌 일부 다처의 가정이었다. 올리브 번은 바로 IPPF의 전신인 산아제한협회를 설립한 마가렛 생어의 조카이며 엄마 ‘에설 번’ 또한 산아 제한을 언니인 마가렛 생어와 강력하게 주장한 유명한 페미니스트 운동가였다.
마스턴 작가는 두 번째 부인이었던 페미니스트 올리브 번을 모티브로 원더우먼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그렇게 원더우먼의 사상적 배경에는 낙태 찬성 운동을 시작한 마가렛 생어와 에셀 번의 페미니즘 운동과 IPPF의 사상이 깊게 숨어 있다.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낙태죄 형법이 입법 공백이 되는 초유의 사태 가운데 낙태 반대하는 기독교 단체와 낙태를 찬성하는 페미니즘 여성단체가 격렬하게 부딪히고 있다. 페미 단체들은 낙태죄가 폐지되었다는 거짓 정보를 언론에 발송하면서 자축하고 있다. 그리고 극장에서는 IPPF와 싸우는 언플랜드 영화가 IPPF 설립자의 프로초이스 낙태 찬성 사상이 숨어 있는 원더우먼 영화에 의해 거의 모두 밀려나 있는 상태이다.
나는 언플랜드 영화가 낙태죄 개정의 마지막에 개봉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낙태가 태아임을 깨달아 아는 중요한 모티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열심히 홍보활동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보다 너무나도 저조했다. 이 영화 한편만 봐도 생명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 알 수 있기에 더 이상의 좋은 성교육 교재가 없다면서 열심히 선포하고 기도하면서 뛰어 다녔는데 지금까지의 결과가 너무나도 저조했다. 그런 중에 한기석 동안교회 목사 전화를 받았다. “오 대표님, 코로나로 언플랜드 보기가 어렵지만 코로나가 진정이 되면 우리 교회 청년부 천명 모두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며 생명 존중 운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의 삶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분명 이 모든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섭리이기 때문에 가능한 드라마이다. 우리가 생명을 존중하는 곳에 설지, 아니면 태아 살해를 용납할지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할 때이다. 언플랜드 영화를 청년들에게 보여줘 낙태가 무엇인지 알려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또 함께 지난 날 행해진 수백만의 낙태 피값을 회개하기를 소망한다. 저출산으로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에 생명의 존엄함이 회복되고 나라가 부흥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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