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선거 유감
6·4 선거 유감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4.06.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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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발행인

세월호 참사 이후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유행인데 민망하긴 하지만 공감되는 면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가장 눈에 띄는 ‘기레기성’ 기사 중 하나가 학부모들이 ‘진보교육’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아니 그 어느 지역에서 국민들이 진보 혹은 전교조 교육감에게 과반수 표를 던졌단 말인가. 모두가 진보 단일후보 1명과 보수 후보 여러 명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부지리로 당선된 게 아니었던가. 대다수 국민들은 보수 교육 프로그램에 표를 던져줬다.

한편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후보들의 ‘욕심’과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센데 안타깝긴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하지 못한 분석이다. 처음부터 이번 교육감 선거는 ‘개인 대 개인’의 선거가 아니라 ‘개인 대 세력’의 불공정한 경쟁이었다. 진보진영에서는 개인후보가 나오는 게 아니라 ‘세력’과 ‘진영’의 대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에서 여러 후보가 나오는 건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지만 한명의 후보가 나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컨트롤타워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단일화를 위한 내부 협박과 공갈, 사회적 생명 끊기 등 온갖 무법적이고 극성스런 방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한자리수 지지율의 후보는 차치하고 최소 20% 이상의 득표가 눈에 보이는 후보에게 ‘대의’를 위해 사퇴하라는 것은 말은 좋지만 캠프 현실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것은 야합과 불법 거래, 혹은 일방적인 자기 희생이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양보 대상이 치명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은밀히 나서야 하는데 그게 또 지금 시대에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지금의 교육감 선거 제도가 유지된다면 앞으로도 똑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게 뻔하다. 이를 정상화하는 방법은 정당이 공천하게 하거나 광역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하거나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한편, 이번 선거 기간 동안 거리의 선거용 현수막과 선거 공보물들을 보면서 헷갈릴 때가 있었다. 새누리당의 빨간색, 새정치민주연합의 파란색 때문인데 특히 온통 파랑의 새민련 후보들을 보면서 아 저게 ‘위장전술’ 효과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파란색은 그 자체로 안정감, 신뢰감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만약 보수 한나라 혹은 새누리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소수 찌질이 정당이었다면 진보야당이 과연 오랜 기간 보수당을 상징하던 파란색을 선거공학적으로 채택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기득권 수구 보수꼴통 파랭이 한나라당 비판은 다 말뿐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새누리’와 ‘새민련’ 이란 이름이 헷갈리기도 했다. 부러워하면 이미 진 것이라는 말이 있던데. 어쨌든 지난 대선에서 ‘레드 컴플렉스’가 없는 박근혜 후보가 당명과 당색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일신(一新)한 것은 의미가 있었으나 파란색을 내준 것은 내내 아쉽다.

그건 그렇고 지금 민주당이라는 당명이 비어 있다. 과거 정통 민주계 인사나 그 맥을 잇는 이들, 혹은 영미식의 정통 Liberal Democratic Party를 꿈꾸는 이들이 당을 만들어 ‘민주당’을 접수하는건 어떨까.


김범수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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