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가 지난 21일 ‘물망초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린 행사는 사단법인 물망초(이하 물망초)가 1년 간 해온 일들을 보고하고 결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물망초는 북한인권 개선과 탈북민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현재 물망초는 탈북고아·탈북아동·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물망초학교’를 포함 총 6개 사업을 운영 중이다. 나아가 생환 국군포로를 위한 ‘물망초의 집’을 건립할 예정이다.
6·25에 주목한 물망초 2주년 행사
이날 열린 물망초의 날 행사는 총 4부분으로 구성됐다. 6·25전쟁 수기 공모 및 논문 공모 당선작 발표 및 시상식, 한국전쟁과 월남전의 영웅 이대용 장군 강연, 사단법인 물망초 총회, 도서출판 물망초 출판기념회 순으로 진행됐다.
6·25 전쟁수기 공모전 시상은 ‘내가 겪은 6·25’와 ‘내가 들은 6·25’ 두 부문에서 이뤄졌다. 국내외에서 응모했는데 내가 겪은 6·25부문 응모작은 총 4개국 87편이었고 그 중 심사대상작은 36편이었다.
순위는 1위 미국인 드루리 우드 씨, 2위 김경림 씨, 3위 영국인 브리거디어 패릿 씨였다. 수상자들은 각각 해병 중위, 이산가족의 피해자, 포병부대 장병으로 6·25를 경험했다.
‘내가 들은 6·25부문’ 심사대상작은 총 5편이었다. 1위 터키인 기젬 딜렉 씨, 2위 김태영 씨였다. 기젬 딜렉 씨는 1년 간 6·25에 참전한 터키군 보병대 상사 바하띤 야즈륵의 손녀다. 김태영 씨는 북한에서 태어난 탈북민이다. 그는 “6·25를 북침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수기에 적고 있다. 그러나 인민군으로 참전했던 아버지로부터 6·25는 ‘남침’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 후 북한 체제에 모순을 느껴 탈북하게 됐다.
6·25 논문 부문 공모 주제는 ‘6·25전쟁 중 인민군 선무방송’으로 응모작은 5편이었다. 1위에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신수 학생이 차지했고 2위에 최재용 씨(동국대 경찰행정학 석사과정)와 김성훈 씨(동국대 통일정책학 석사과정)가 공저한 논문으로 수상했다. 물망초는 수기와 논문부문 수상작을 올해 6월 중 출판할 예정이다.
시상식 뒤에는 이대용 장군의 강연이 이어졌다. 이 장군은 육사 7기로 123회 전투에 참여했다. 베트남 대사관 공사로 근무하던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되자 한국군과 건설인력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애쓰다가 사이공 치화형무소에 5년간 투옥된 경험도 있다.
국내 최초 국군포로
탈북자 소재 동화책 발간
이날 행사는 ‘도서출판 물망초’의 시작을 알린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두 권의 동화책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와 ‘설마 군과 진짜 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 등은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더 생생하게 읽힌다. 특히 이 동화책은 국내 최초로 국군포로와 탈북민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는 국군포로에 대한 이야기다. 초등학생 후영이네 가족은 8명이다. 증조할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 고모, 누나 그리고 후영이다. 어느 날 후영이는 할아버지에게서 새로운 소식을 듣는다.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긴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아빠는 6·25전쟁이 발발하고 군대에 지원해 참전했다가 국군포로로 잡혔다고 한다. 국군포로로 잡힌 증조할아버지는 북한에서 일하며 새 결혼을 했다. 그래서 후영이 가족은 총 10명이 됐다. 10명이 된 후영이 가족은 어떻게 지낼까?
‘설마 군과 진짜 양의 거짓말 같은 참말’은 탈북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다. 탈북민인 경호와 송화 어린이가 북한에서 겪었던 경험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진행된다. 경호에게 ‘설마’라는 별명이 붙게 된 이유는 경호의 경험 때문이다. 사람들이 경호가 북한에서 겪은 경험을 말하면 다들 ‘설마’라고 한다. 그래서 경호는 설마가 됐다.
송화가 ‘진짜’가 된 이유도 비슷하다. 다들 송화의 이야기를 들으면 ‘진짜?’라고 되묻는다. 두 어린이는 북한에서 어떤 일을 겪었을까. 탈북민들이 주인공인 동화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두 권의 동화책을 쓴 정길연 작가는 1984년 ‘문예중앙’에서 중편소설 ‘가족수첩’으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현재까지 소설과 산문, 동화를 쓰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 작가는 서문에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생겼어요’는 오래 전에 끝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며 “이 이야기는 현재 진행형이고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동화책에 들어간 삽화는 채현교 서양화가의 지도를 받은 초·중·고 학생 45명이 직접 그렸다. 아마추어 학생들의 그림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게 읽힌다. 채 화가는 동화책의 삽화를 그리기 위해 아이들과 여러 자료를 찾고 생각을 나눴다고 한다. 자료를 찾으면서 받아들인 느낌을 정성껏 그림으로 표현했다고 작가는 전했다.
정용승 기자 jeong_f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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