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에 생각하는 韓日 방정식
8·15에 생각하는 韓日 방정식
  • 미래한국
  • 승인 2013.08.14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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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각의 세상보기
 

우리나라가 일본의 착취와 탄압으로부터 해방돼 독립을 찾은 지 어언 만 68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전중세대로부터 전후세대 그리고 21세기세대로 이어지는 세대교체와 더불어 세계사 속에 우리나라의 국격과 환경이 괄목할 만큼 바뀌는 과정에서 한반도는 일제침략의 결과로 초래된 남북분단의 고통과 동서냉전의 칼바람과 이념 갈등의 모진 풍랑을 겪어 왔다.

일본의 가혹했던 한반도 통치에 대한 민족의 한과 아픈 기억은 조국 광복을 갈망한 심훈(沈薰)이 1930년 3월 1일에 쓴 그의 시(詩) ‘그날이 오면’에 그대로 녹아 있어서 세월의 벽을 넘어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아직 그 누구도 결코 잊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 아픔과 치욕 때문에 우리 민족이 언제까지 일본을 적대시하고 배척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아픈 역사를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시장경제의 공동이념노선을 같이 하는 이웃 일본과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 손잡고 협력할 것을 계속 모색해야 한다.

사실 패전으로 회복불능의 정도로 황폐화됐던 일본경제가 경제강대국으로 급속히 부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1950년 6·25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대일본 집중지원이 부어졌고 그로 인한 군수 경기의 부활이 선도한 일본의 기술발전과 산업부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1960년대 중반 우리나라도 경제개발에 필요했던 자본의 일부를 침략보상금에 대한 한일간 타결로 받아 이용했던 것은 과거 그들의 침탈행위의 보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긴 했지만 그 당시의 우리 경제 형편으로는 어쩔 수 없는 긴급선택이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사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과 일본은 각기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적대감과 불신에도 상호 인내하고 양보하며 감정대립으로 폭발할 수 있었던 이해관계의 갈등에도 무던히 잘 견뎌 온 셈이다. 그러나 두 민족 간의 뿌리 깊은 불신과 적대감은 수면 위아래를 오르내리면서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역사를 모르는 국민에 미래는 없다

일제침략의 역사는 일본이 각급학교 교과과정에서 자국역사교육의 폐지로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좋든 나쁘든 자기 역사를 모르는 국민에게 미래란 있을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일본침략 36년 동안 우리 민족에게 저질렀던 강제노동징발과 위안부강제동원과 같은 인권찬탈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회개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요구해 왔다.

일본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는 커녕 우리 요구를 묵살하는 것도 모자라 그 아픈 역사 자체를 부인하거나 심지어 자신들의 과거 행적의 타당성을 내세우기까지 하는 몰염치한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정치인들은 내부 정권 장악의 필요에 따라 독도의 일본 영유권 주장을 자주 들고 나와 우리 국민의 감정을 자극해 왔다. 자고로 일본인들은 섬사람들 고유의 육체적 물질적 가치만을 중시하는 특질을 드러내며 살아왔다.

물질적 가치의 중시사상은 영토 확장의 욕심으로 나타난다. 그 욕심이 일본의 대동아전쟁 발발의 뿌리이고,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영유권 주장이고, 釣魚島(댜오위다오. 센카쿠 열도)에 대한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불씨이기도 하다.

일본의 한반도정책에서 취해온 그동안의 이중성은 한국인들의 불신을 조장하기에 충분했다. 즉, 일본은 대(對)한국 우선정책을 강조하면서도 속셈은 한반도통일보다는 한반도분단유지를 선호하면서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해온 것으로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중관계가 북한의 핵개발 문제로 냉각기를 맞고 있고 남북관계가 최악의 공백 국면에 놓여 있어 일본으로서는 북일관계 개선의 좋은 기회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일본 아베의 자민당 정부에 있어서는 최근 한국과 중국으로부터의 홀대에 맞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외교카드가 북한이다.

그러나 중국의 해양 진출 강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앞으로 미국과의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모색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자국방어를 위해서도 한미공동방위전선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북일관계보다 차선(次先)으로 돌릴 수 없는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한미안보유대가 중요한 한국으로서도 미일관계 때문에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한중관계의 차선으로 낮출 수 없다.

한일관계 전면 부정은 곤란

따라서 한일관계방정식은 2원1차 연립방정식(미지수가 2개인 1차 연립방정식)으로 풀 수 있는 단순한 문제라기보다 주변 4개국을 포함한 4원 n차(최소한 미지수가 4개이고 각 미지수가 n차)인 연립방정식으로 풀어야 할 매우 난해한 문제이다. 아무래도 앞으로 전개될 주변 환경과 관련국들의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국가간 관계이론으로 한일관계를 모색하는 것이 쉬울 것 같다.

많은 난제가 앞에 놓여 있지만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자 본론(socialistic capitalism)이라는 미답의 시험체제를 견지하면서 경제발전을 계속 도모할 것이다.

그리고 중화민족주의와 동양적 가족중시, 씨족중시, 국가중시의 정치사회문화 풍토가 중국 정부의 사회주의 정책과 격렬한 마찰을 빚지 않고 아직은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 일등국가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단합된 노래와 깃발 아래 뭉쳐 전진할 것이다.

이처럼 이를 악물고 기어오르는 중국의 세력을 미국과 일본이 제일 경계한다. 그 틈새에서 분단의 벽을 허물고 남북통일을 희망하는 한국은 어느 쪽과도 대척관계를 형성해서는 안 될 입장이다.

만약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과 일본 편에 서면 한반도 통일은 멀어진다. 그렇다고 미국과 일본을 등지고 중국을 유일한 친구로 삼는 선택도 불안하다.

남은 선택의 길은 미일세력과 중국세력의 중재자 역할을 능동적으로 담당하는 것이다. 두 세력 축을 연결하고 소통시키는 교량 역할을 하면서 이웃 나라들과의 공생번영의 길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미일과도 우호협력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중국과도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선린관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가깝고도 먼 이웃인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대화와 협상의 지혜를 통해 더 이상의 관계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두 나라 모두에게 상생게임(win-win game)이 될 것이다. 한일방정식이 해(解)를 구할 수 없을 지경으로 뒤죽박죽 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황의각 편집고문·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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