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황제의 자기 성찰
철인 황제의 자기 성찰
  • 미래한국
  • 승인 2013.02.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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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著 <명상록>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원구원 원장

인생의 연륜이 높아지면서 더 자주 손길이 가는 책이 있다. 인생의 의미를 예리하게 통찰해 내고, 삶을 조망하는 폭넓은 시야로 인생을 성찰하게 해주는 책들이 그러하다.

로마 5현제 중 최고의 철인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은 인생의 귀감으로 삼을 책 중 으뜸이 아닌가 싶다. 그의 사후 100여년 후에 발견돼 전해진 이 내밀한 사적 비망록은 끊임없이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고 다잡아 나간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기록한 고백 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황제의 오만한 그림자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평범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규범과 도덕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황제 티를 내거나 궁중 생활에 물들지 않도록 조심하라. 그러기가 쉽기에 하는 말이다. 따라서 늘 소박하고, 선하고, 순수하고, 진지하고, 가식 없고, 정의를 사랑하고, 신을 두려워하고, 자비롭고, 상냥하고, 맡은 바 의무에 대해 용감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철학이 너를 만들려고 했던 그런 사람으로 남도록 노력하라. 신들을 공경하고 인간들을 구하라. 인생은 짧다. 지상에서의 삶의 유일한 결실은 경건한 성품과 공동체를 위한 행동이다.”

그가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 인간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배적(hegemonikon) 이성’을 강조했다. “나라는 존재는 육신과 짧은 호흡과 ‘지배적 이성’에 불과하다.”

따라서 변화하고 소멸하는 육신의 충동이나 쾌락에 제압되지 말고 오로지 이성으로서 자기 자신 전체를 지배할 때 인간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고, 절제와 질서 있는 삶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초탈하다. 죽음에 대한 달관의 깨달음은 현세의 삶의 태도를 더욱 겸손하고 진지하게 만들어 준다.

그가 진실로 두려워한 것은 누구나 맞게 될 죽음이 아니라, 자신의 지배적 이성이 잠들어버려 육체적 자극과 쾌락에 자신이 제압당하거나, 고통에 굴복하는 상황이다. 그의 비망의 글들은 바로 이런 굴욕적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자책과 각성의 자기 주문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세계 대제국 로마의 황제로 무한권력을 가졌다. 그는 원하는 쾌락은 어떤 것도 취할 수 있었고, 그의 감성과 욕망, 방종과 무뢰를 제어할 현실적 제약은 거의 없었지만, 자신 스스로 규정한 자신의 모습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했다.

모든 것을 가진 그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서가 아닌 자신의 내면과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자신을 곧추세우는 수신(修身)에 매진했다는 데 그의 고귀한 인간성이 더욱 빛난다.

그가 자신을 다잡으며 정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연마시켜 현실의 사회적 의무 실행의 동력으로 연결시키고자 했다.

이성적인 존재는 공동체적 존재이므로 국가 공동체에서 시민들의 지적 능력과 이성과 법의식이 더욱 다져져야 한다고 보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실천하기 위해 노심초사한 철인황제의 면모를 여실히 읽을 수 있다.

그가 재위하던 2세기 말은 페스트가 크게 유행해 시민의 삶이 피폐해지고,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군사적 위협에 시달리는 등 내우외환으로 로마의 전성기가 저물어가기 시작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외적과의 방비에 헌신해야 했고, 사회의 기강과 도덕성을 바로세우고자 고심했다. 그는 도나우 강변의 전선의 진중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현실의 적은 물론 자기 내면의 적과도 끊임없는 전쟁을 벌였던 것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한 사람의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희구하며 자신을 채찍질하는 도덕적 인간의 전형을 보여주는 <명상록>은 현대의 지성인, 사회지도자들이 자신을 비춰보고 성찰하는 거울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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