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여정과 해후를 그린 대서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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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3.02.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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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의 고전 읽기: 호메로스 <오디세이아>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우리가 일상에서 ‘~가 펼치는 오디세이’, ‘~들이 벌이는 대장정 오디세이’ 등의 표현을 흔히 접할 만큼 ‘오디세이’는 문학작품을 넘어 도전과 신고(辛苦)를 상징하는 대명사로 널리 쓰인다.

이렇듯 우리 곁에 가까이 접하고 있는 고전의 편린들이 익숙하다보니 오히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해 진득한 완독을 저해하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것이 고전'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오디세이아>도 그런 책이 아닐까?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6세기 이후부터 음송시인에 의해 유포되고 당대 지식인들에 의해 암기됨으로써 그리스의 언어, 문학 및 조형미술, 나아가 고대 그리스인의 자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스인들에게 교과서 역할을 했던 셈이다.

인간과 신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신화와 역사를 넘나드는 영웅담은 당대의 그리스인의 심금을 울리며 다양한 영감을 줬다. 호메로스의 작품은 당시의 전쟁의 양상과 전원생활, 가정생활과 구성원 간의 관계는 물론 인간의 온갖 활동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리아스>가 트로이아 전쟁을 둘러싼 영웅들의 삶과 죽음의 서사를 담고 있다면 <오디세이아>는 트로이아 전쟁 이후 그리스 본토로 귀환하면서 오디세우스가 겪는 험난한 항해의 여정과 극복과정을 그린 서사시이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등 뛰어난 장수들의 분노와 죽음의 대결을 통해 남성성을 한껏 드러내는 단선적 구조이다.

반면 <오디세이아>는 20년 동안 오디세우스의 무사 귀환을 고대하면서 수많은 청혼자들의 구애를 뿌리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페넬로페의 여성성과, 죽음을 넘나드는 온갖 고초를 유연하게 극복하며 조국과 가정으로의 복귀와 부활을 꿈꾸며 이를 실현해 나가는 오디세우스의 귀향자 모티브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호메로스는 <오디세이아>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가족 간의 역학관계, 결혼 생활의 의미, 이상적 아내상을 보여준다. 오디세우스가 지중해 건너 이국 멀리 소아시아의 트로이아 전쟁터로 나가 전쟁을 수행하던 10년, 그리고 귀환하던 10년, 무려 20년 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내 페펠로페는 108명의 청혼의 거부하며 오디세우스의 귀환을 기다린다.

오디세우스가 귀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갖가지 유혹과 생사의 고비를 영리한 계략으로 극복해 내는 과정이야말로 오디세우스 영웅담의 핵심 중의 하나이다.

거인족인 키클롭스들의 죽음의 동굴, 고귀한 여신 칼립소의 유혹, 교활한 키르케의 억류, 풍랑 속의 사이렌 자매의 유혹으로부터의 탈출 등 어느 것 하나 힘겹지 않은 고난이 없었다. 게다가 장애물 경기하듯 연이어지는 사투 과정에서 부하들을 모두 잃고 혼자 생환하게 된다.

오디세우스의 모든 고락의 과정에 개입하는 여신 아테네 또한 독자를 감정이입으로 이끌면서 긴장의 완급을 조절해주는 장치 역할을 한다.

오디세우스가 아들 텔레마코스와 공모(?)해 자신의 생환을 숨기며 페넬로페의 지조와 부덕(婦德)을 시험할 때에는 미묘한 해학을 느끼게 하고 오디세우스와 아내 페넬로페,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친 라에르테르의 상봉 과정에서 한동안 서로를 몰라보고, 서로를 시험하면서 뜸을 들이며 확인해 나가는 장면에서는 독자들의 애타게 해서 혈육과 부부의 해후를 더욱 극적 감동으로 몰아간다.

<오디세이아>는 <일리아스>에서 미완으로 끝난 트로이아 전쟁의 결말과 그 이후 참전 장수들의 후일담을 담고 있어 후세에 다양한 작품으로 구체화될 많은 소재와 영감을 준다.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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