共有와 共産은 유토피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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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2.09.2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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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리 著 <자유의 법 강령>
 

제라드 윈스턴리(Gerrard Winstanley, 1609~76)의 <자유의 법 강령>(1652년)은 공유와 공산을 통한 급진노동운동을 주도했던 윈스턴리의 사회주의적 사상이 담긴 책이다. 당시 영국의 호국경(Lord Protector)이던 올리버 크롬웰에게 이상적 공화국의 체제와 운용 방향을 제시하며 헌정됐다.

윈스턴리는 17세기 중엽의 영국의 정치경제적 변혁을 꾀했던 수평파(Levellers, 평등파)의 일원으로 분류되지만, 과격한 사상과 달리 행동은 온건했다. 강성 수평파들이 군사적 활동까지 모색하면서 사회혁명을 시도해 나간 데 비해, 그는 '디거스(Diggers)'라는 집단을 이끌며, 경제적 평등을 주장하면서 급진적인 경제적 실험을 시도했다.

그는 수십명의 소규모 집단과 함께 황폐지와 공유지의 땅을 개간해 경작하며 공동 생산, 공동 소유를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은 지역주민들의 탄압으로 불과 2년여의 짧은 동안의 활동에 그치고 1650년 봄에 해산됐다. 윈스턴리는 인클로저 운동(enclosure movement)에 따라 피폐된 농촌 빈민들의 경제적 곤궁을 타개하고자 ‘땅파기(digging)’라는 행위를 통해 공유지를 가난한 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정치적 저항을 보여주고자 했다.

달콤한 토지공유제‧공산사회 주장

그는 왕정의 붕괴 후 들어선 공화국 체제에서 모든 토지가 만인의 공동의 자산으로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길 희망했다. 바로 디거스 공동체를 통해 그가 추구했던 공산(共産)적 사회 건설의 가능성을 크롬웰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특히 그는 토지의 사유화와 매매를 죄악시했다. 매매라는 ‘교활한 재주’가 인민간의 분쟁을 만들고, 이를 제압하고자 하는 왕의 권력을 불러오고, 결국 왕의 압제를 낳는다고 본 것이다. 공동생산, 공동저장, 공동사용을 통해 공동의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공동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구상한 공화국의 자유의 법체계는 공산적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동의 규범과 이를 파괴하는 자에 대한 냉혹한 처벌을 담고 있다. 이루기 힘든 공동체인 만큼 체제 유지를 위한 강력한 통제 장치가 필요함을 인식했던 듯하다. 따라서 그가 그리는 사회상은 평등을 강조한 달콤한 공산사회이지만, 결국 불가피하게 완고하게 통제되는 전체주의의 모습이다.

그가 그린 토지의 공동소유와 공동생산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적 삶은 기본적으로 이상적 농경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미 17세기 중엽의 영국은 상업혁명과 자본주의가 자라면서 농촌의 삶과 농업의 양태가 급격하게 변모할 수밖에 없던 시대였다. 결국 그의 과거회귀적 희구와 주장들은 시대변화를 통찰하지 못한 편협성 때문에 당시의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시대를 빗겨갔던 그의 소박했던 이상이 후일 마르크스주의자들에게 영향을 줘 사회주의 사상의 뿌리로 이어져 인류사에 해악을 끼치는 데 일조한 점은 아쉽다.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각성은 윈스턴리가 급진노동운동 단체인 '디거스'를 통해 해방공동체를 꿈꿨던 것에서 보듯, 어느 사회이든 정치적, 경제적 불평등으로 사회적 모순이 극심해지면, 극단적 양태의 사회체제를 꿈꾸는 선동가와 부화뇌동하는 세력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경계해도 반복되는 현상이다. 인간의 지혜는 진보하지 못하는가? (미래한국)

박경귀 한국정책평가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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