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책의 현황과 과제
과학기술정책의 현황과 과제
  • 미래한국
  • 승인 2009.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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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_박성현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 박성현 교수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탄생한 지 1년4개월이 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지난 6월 1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국가 과학기술정책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 김중현 교과부 제2차관은 교과부의 지난 1년의 성과를 평가하면서 “초중등 교육정책, 대학입시 등의 현안으로 과학기술정책이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문제점이다”라고 언급했다. 현직에 있는 차관으로서 매우 솔직하고 담대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필자도 이 포럼에 지정 토론자로 참여했다. 교과부 운영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정책의 주요 현황과 과제를 살펴보기로 한다.

교과부는 과학기술에 더 역점을 두어야

교과부 홈페이지에 보면 비전으로 ‘교육 살리기와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실천 전략으로 교육 살리기를 위해 ‘자율화·다양화된 교육체제 구축’과 ‘학교교육 만족도 제고’를 들고 있고,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위해 ‘과학기술 국가전략 수립’과 ‘대학·연구기관 핵심역량 강화’를 들고 있다. 교육 살리기는 교육기관(초·중·고 및 대학)이 고객(학부모, 학생 등)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때 가능하며, 이는 자율성과 다양성을 가지고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는 교육기관 간의 선의의 경쟁으로 가능해진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교과부에서 간섭하거나 규제를 가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강국’은 국가전략이 중요하며 핵심역량을 강화해 주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과부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과부 내에 교육 관련 기구를 대폭 축소해 간섭을 최소화하고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청, 혹은 일선 교육기관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에 과학기술 관련 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교과부 장관도 교육보다는 과학기술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과부의 이름도 과학기술을 우선한다는 의미에서 교육과학기술부보다는 과학기술교육부가 타당하다.

예를 들어 내년부터 개교할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신입생 선발전형이 ‘추첨(뺑뺑이)’ 방식으로 정해질 전망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자율고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고 학교 다양화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에도 맞지 않으며 교과부의 비전에도 맞지 않는 정책이다. 이러한 간섭은 배제돼야 하며 자율고를 만든 이상 그들이 스스로 최고의 고등학교를 만들도록 학생선발을 포함한 자율권을 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 주는 길이며, 교육 살리기이다.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교과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에 분산된 과학기술행정체계에서는 과학기술 종합조정 기능이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 그 해결책으로 독립된 과학기술부를 두면 좋으나 이것이 어려우면 현재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상설사무국을 두고 장관급 책임자를 두어 현 시스템의 맹점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본이 과학기술 정책담당 장관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을 음미해볼 만한 일이다.

대학 구조조정 불가피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나라의 청년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 나라의 합계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1970년 4.53명에서 1980년 2.38명, 1990년 1.59명으로 떨어진 이후 최근에는 1.2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자 수도 급격히 줄고 있다.

고교졸업자 수가 2008년에 58만 명 정도였는데 이에 비하면 2020년에는 그의 80%인 46만 명, 2030년에는 65%인 38만 명으로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에 대학입학정원이 60만 명 선(정확히는 599,984명)인데, 대학 진학률이 8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대학정원을 못 채우고 있으며 또한 고등학교 졸업 후에 외국으로 유학 가는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대학에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우리 나라는 대학의 수(전문대학 수= 148개, 대학교 수= 200개, 2007년)가 너무 많으며, 대학 교육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 2020년에는 고교 졸업자 수 46만 명 중에서 84%가 대학에 가더라고 대학정원이 60만 명이 유지될 경우에, 미달수가 21만 명에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 진학자 중 대략 25% 정도가 자연계에 진학하므로 예비 과학기술자의 수도 대폭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우리 나라의 과학기술 미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대학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대학 교육의 질 제고가 시급하다. 교과부에서 최근 사립대학 퇴출 기준을 작성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 볼 일이다.

우리 나라는 국립대학의 수가 모두 44개로 너무 많은 것이 현실이며, 과학기술 연구능력 이 취약한 국립대학이 허다하다. 박사급 연구원이 대학에 있는 비율이 68.8%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의 과학기술 연구는 대학의 과학기술 연구 능력과 직결된 문제이다. 국립대학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국립대학 법인화를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은 2004년에 89개의 모든 국립대학을 법인화했으며 그 결과 상위 대학들의 연구능력이 크게 신장됐다는 보도가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도 2006년에 법인화하여 빠른 속도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도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평준화 교육 사고가 깊게 깔려 있는 한국에서 제대로 법인화가 추진될지 미지수이다.

최근 총연구개발 투자비의 증액으로 2007년에 한국은 세계 7위로 336.9억 달러를 사용했으며, GDP 대비 3.47%로 세계 3위의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SCI 논문 건수도 세계 12위 정도로 좋은 편이다. 그러나 연구원 개인의 연구비는 많이 증액되었으나 대학의 기초과학 실험실의 수준은 중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학에서의 기초과학 교육의 육성책이 절실하다.

한국연구재단의 출범으로 과학기술 위축돼서는 안돼

과학재단, 학술진흥재단, 국제협력재단의 세 기관이 통합되어 한국연구재단으로 출범한다고 한다. 이는 바람직한 일이다. 종래 과학재단은 주로 과학기술계 지원을, 학술진흥재단은 과학기술계와 인문사회계를 동시에 지원해 왔다. 이들이 모두 합쳐지면서 결국 인문사회계와 과학기술계 지원을 총괄하는 대규모 연구재단이 탄생하는 셈이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되면서 상대적으로 정부의 과학기술의 활동영역이 교육에 비해 축소되는 것처럼, 과학기술계 지원이 축소되거나 소홀해지는 일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교과부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지면서 매우 큰 조직(60과, 9팀, 1단)이 됐다. 그러나 교육통계와 과학기술통계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통계과는 없고, 산하기관인 교육개발원 등에 의뢰하여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 교육과 과학기술은 국가 선진화에 필수적인 양대 기둥이며 교육과 과학기술 정책을 제대로 펼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는 2007년에 GDP 대비 3.4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세계 3위로 되어 있으나 이 수치가 어느 정도 정확한지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민간부문에서 보고되는 R&D 투자비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검증이 있어야 한다. 교육과 과학기술 통계의 신뢰성 제고에도 교과부가 관심을 갖기를 희망한다. #

박성현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교수
(서울대평의원회 의장 역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미래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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