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란 이슬람신정체제 무너지나
30년 이란 이슬람신정체제 무너지나
  • 미래한국
  • 승인 2009.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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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시위 집중분석

이란 최고지도자 명령 무시되며 결정적 타격

30년 간 지속되어온 이란 이슬람신정(神政)체제는 무너지는가? 지난 6월 12일 이란 대통령선거 결과가 조작되었다며 폭발한 이란국민들의 시위로 이란 이슬람신정체제가 결정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성공 후 이슬람 성직자가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신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슬람최고성직자만이 되는 ‘최고지도자’ 제도다.

이슬람 고위 성직자들이 선출하는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민들이 4년마다 선출하는 대통령 위에서 모든 국사(國事)의 최종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헌법을 해석하고 선거를 관할하는 헌법수호위원회 멤버(12인)의 절반과 대법원장, 최고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와 정규군 사령관을 임명하며 군·정보기관을 장악, 핵개발 문제를 비롯한 국가 안보와 주요 외교정책을 최종결정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 최고지도자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Khamenei)다.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Khomeini)에 이어 1989년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그의 말은 이란에서는 신성시되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왔다. ‘아야톨라’는 ‘신의 표시’(sing of God)라는 뜻을 가진 이란최고성직자를 말한다. 그의 권위가 이번 대통령선거 조작설과 이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시위 가운데 허물어졌다.

하메네이는 대선 직후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Ahjl..) 현 대통령이 압승했다고 발표되자 몇 시간 뒤 ‘신의 뜻’이라며 당선을 추인했다. 하지만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반발과 시위가 이어지자 이란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인 헌법수호위원회는 후보자들을 만나 조사를 약속, 아흐마디네자드를 지지했던 하메네이의 입장이 궁색해졌다.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Rafsanjani) 전 대통령 등 개혁 성향의 이슬람성직자들이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을 반대하고 미르 후세인 무사비를 공개 지지하자 양상은 하메네이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 되었다.

하메네이는 지난 6월 19일 저녁 테헤란대학교에서 진행된 금요기도회에서 선거는 조작되지 않았고 아흐마디네자드의 재선을 지지하며 모든 시위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발표했다. 그 때까지 대통령선거가 조작되었다며 거리로 나온 수십만 명의 이란 국민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하메네이는 이후 발생할 유혈사태의 책임은 시위를 주도한 사람들에게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과연 이란 사람들이 그들이 신성시하는 이란최고성직자이며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이 명령을 순응할지 세계의 이목은 집중되었다. 결과는 무시였다. 다음날 수천 명의 이란인들은 하메네이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시위했고 시위구호는 ‘독재타도’로 바뀌었으며 시위 양상은 과격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시위 참여 숫자는 줄었지만 하메네이의 권위가 무시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이란국영방송은 시위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며 강력한 단속을 펼칠 것임을 보도하고 있다.

퍼리드 자카리아(Zakaria) 뉴스위크 인터내셔널 편집장은 “우리는 이란이슬람신청제제의 몰락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카리아 편집장은 20일 CNN에서 “이란정권의 창시자인 호메이니는 1970년대 정치적 이슬람을 강조하며 이슬람성직자들이 사회보호자로서 도덕문제 뿐 아니라 정치문제로 다룰 수 있다고 해석했다”며 “호메이니가 그 정신에 따라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세웠고 지금 정권의 근간인 그 이념이 치명적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1980년대 소련 고위지도자들이 칼 막스가 경제정책의 바른 안내자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란 이슬람신정체제가 당장 무너질 것으로는 전망되지 않는다. 시위대의 핵심인 무사비 전 이란 총리는 이번 시위가 선거의 정당성을 문제 삼은 것이지 신정체제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시위대 참가 이란국민들은 1979년 이슬람혁명 때처럼 밤이면 지붕에서 ‘알라는 위대하다’고 외치며 이슬람과 이를 근거한 신정체제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

워싱턴·이상민 기자 sm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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