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시작된 일은 아니지만 불법·탈법이 횡행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 통분한 마음을 가누기 어렵다.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키워나가지 못하면 이 나라의 장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여러 면에서 북한을 이기고 있다. 다만 핵무기만 없을 뿐이지 경제도 교육도 문화도 앞서 있다. 누가 뭐래도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은 잘 사는 대한민국을 못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혈안이 되어 뛰고 있다. 북의 그런 뜻을 받들어 남에서 뛰는 자들이 있다면 그런 자들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광고주를 멋대로 협박하는 자들, 법에 없는 파업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를 흔드는 자들-법에 따라 다스리지 않으면 적화통일이 피하지 못할 재앙으로 우리에게 임할 것이다.

21년이나 한국에 살면서 누구보다도 한국을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오버미 대표가 떠나면서 한 마디 ‘마지막 충고’를 남겼다고 한다. “현재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각국정부와 기업들이 저마다 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이 다시 뛰기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이 보장돼야 하고 외국인 투자가들 유치를 위해 투명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우정 어린 설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선에서 생각에도 외국 사람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인 불안감’이 해소돼야 할 것이다. 법 아래 있는, 법이 지켜지는 노조에만 익숙한 서양 사람들의 눈에 한국의 노사분규는 탈법, 불법 때로는 무법이어서 이래서야 어디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도 풀이가 된다. 며칠 전에 있었던 공동 기자회견 때에도 오버미 대표는 한국의 과격 시위를 보도한 한 외국 신문을 한 장 들어 보이면서, “한국의 과격한 시위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굉장한 두려움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었다.

기업이 근로자 없이 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근로자가 기업이 없다면 어디서 일자리를 구하겠는가. 노조의 파업이나 기타 파괴행위의 궁극적 목적이 “함께 죽는 것”이라면 그 배후세력을 일단 의심하는 것이 상식에 속한 시도가 아니겠는가. 촛불시위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후 불어 닥친 국민장 돌풍에는, 한국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과격 파업사태가 벌어진다면 마땅히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한다.

서울은 시위꾼들에 줄곧 시달려 왔다. 용산철거민 사건 이후 더욱 그러했다. 주말마다 치안은 엉망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자들의 난동을 막기 위해 경찰은 치안에 쏟아야 할 정력을 그런 일에 낭비한 것이 사실이었다. 나 같은 사람이 “그 배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면 으레 이 자들은 “배후 운운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잠꼬대”라며 나를 면박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한 가지 사실은“자생적”이라고는 하지만 상습적인 시위꾼의 조직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지방경찰청이 이 조직을 적발하고 131명을 입건했다고 한다. 이 자들은 시위가 끝나도 집에 가지 않고 도로를 점거, 경찰에 폭행을 가하는 불법을 일삼아 왔다. 이 자들이 경찰관에게 집단으로 각목 등 흉기를 휘두른 뒤 동대문에서는 경찰관의 신용카드까지 빼앗은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131명 중 11명은 이미 구속이 됐고, 106명은 불구속 입건, 14명은 지명수배 중이라고 한다.

이 자들은 문자 메시지로 모이는 장소와 시간이 전달되고 철저한 조직을 활용, 도로를 점거하거나 폭력을 일삼아 왔는데 과연 ‘자생적’인가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무직자가 상당수인데 이 자들은 누가 먹여 살리는가. 배후에는 또 배후가 있는 법인데, 불법적 시위와 난동의 뿌리를 뽑지 않고는 민주주의의 대한민국을 지키고 키우기가 불가능하다.
/김동길의 프리덤워치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연세대 명예교수, 국민당 대표최고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