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수립안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수립안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미래한국
  • 승인 2009.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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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_오바마 카이로 연설
▲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월 4일 이집트 카이로대학교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 연설을 계기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해결될 수 있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미국과 전 세계 무슬림 사이의 새로운 시작’을 표방하며 이슬람권을 향해 한 연설에서 그동안 미국과 무슬림 세계 간 긴장관계는 서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갖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stereotype)과 무슬림들이 갖고 있는 ‘미국은 자기이익만 추구하는 지독한 제국’이라는 고정관념을 불식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같이 해결해야 할 7가지 이슈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1.폭력적 극단주의
2.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3.이란 핵무기
4.민주주의
5.종교의 자유
6.여성의 권리
7.경제적 발전과 기회.

이 가운데 ‘폭력적 극단주의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미국에 대한 무슬림들의 부정적 고정관념을 불식하기 위한 미국의 해명이라면 나머지는 이슬람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 시각을 바꾸기 위한 이슬람권에 대한 미국의 요구다.

오바마는 무슬림권과 미국이 함께 맞서야 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폭력적 극단주의라며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하지 않고 앞으로도 전쟁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 주도의 전쟁이 이슬람을 향한 종교전쟁이라는 무슬림들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9·11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전쟁이었다며 그렇다고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무한정 주둔하거나 군사기지를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반면, 이라크전은 안해도 됐는데 하기로 선택한 전쟁이었다며 이라크 주권은 이라크인에 있고 모든 미군은 2012년까지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이 점령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연설의 하이라이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오바마의 입장이었다. 이스라엘과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강조했지만 팔레스타인을 두둔하는 데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유대인들의 홀로코스트가 엄연한 사실이라고 밝힌 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땅을 찾으면서 고생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팔레스타인들은 60년 간 정처 없이 다녔고 서안지구·가자·주변 국가 내 난민수용소에서 머물며 점령에 따른 모욕을 매일 당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처한 상황은 용납될 수 없다. 미국은 존엄, 기회, 그들만의 나라에 대한 팔레스타인들의 합당한 열망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유일한 해결책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나란히 평화와 안전 가운데 서 있는 2국가 수립이라며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은 폭력을 버려야 하고 주민들을 잘 통치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존재할 권리가 부인될 수 없는 것처럼 팔레스타인도 그렇다”며 “미국은 계속되는 이스라엘 정착촌의 합법성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착촌 건설은 이전 협정 위반이며 평화를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것으로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 아랍리그 등 이슬람권은 미국이 이·팔 분쟁에 균형을 보였다며 환영했고 이스라엘은 부시 행정부가 정착촌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모 집 옆에 집을 짓는 등 자연적 성장에 따른 정착촌 건설은 동의했다며 반발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이 주장은 들은 바 없다며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처치와 아픔을 이해한다며 두둔하는 것은 과거 미국이 이·팔 분쟁에서 이스라엘편만 들지 팔레스타인 입장은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는다는 이슬람권의 비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는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세우는 2국가 수립을 근본적 해결책으로 보고 이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먼저, 당사자인 베냐민 네탄야후 총리의 이스라엘 정부가 2국가 수립을 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출범한 네탄야후 정부는 보수성향으로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가 이끌던 이전 정부와 달리 팔레스타인에 단호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네탄야후 정부의 아비그로도 리버만 외무장관은 2007년 11월 미국 아나폴리스에서 이·팔 2국가수립을 목표로 추진한 평화협상에 관심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네탄야후 정부의 최우선 순위 외교과제는 이란의 핵개발이지 이·팔 2국가 수립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수립이 이란 핵프로그램 제거보다 먼저다.

지난 5월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네탄야후 총리 간 첫 정상회담에서 이런 차이는 극명히 드러났다.

네탄야후 총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핵협상은 소용없다며 언제까지 협상을 할 것인지 시한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구체적 시한 설정을 거부하고 오는 6월 이란선거 후 협상을 더욱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

네탄야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안보 조건에 맞고 이스라엘의 합법적 존재가 인정되면 그 때 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을 꿈꿀 수 있다”며 아직은 아니라고 암시했다.

또 다른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이 2국가 수립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도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이유다.

팔레스타인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파타와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로 양분되어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제거를 목표로 무력 공격을 감행하지만 압바스는 이를 저지하지 못해 네탄야후 정부는 현 상태의 팔레스타인과 2국가수립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팔레스타인의 현재 어려움과 국가를 수립하지 못한 것은 16년 전 오슬로 협정으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돌려받은 후 팔레스타인 지도부들이 도로, 법원, 병원 등을 지으며 개발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전쟁과 테러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책임을 더 크게 물어 정착촌 건설 금지를 요구한 오바마의 연설은 팔레스타인만 생각한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이스라엘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지난 6월 6일 프랑스에서 “이스라엘 정착촌 중단을 강조했지만 팔레스타인도 폭력을 버리고 통치능력을 신장해 이스라엘이 협상할 만한 확신을 줘야 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 연설을 ‘아름다운 말’이지만 그 말만으로는 미국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바마가 이슬람권의 미국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제시한 2가지 이슈-폭력적 극단주의 대응, 이·팔 2국가수립-를 실제로 해결하지 않고는 그 고정관념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다.  #

워싱턴 이상민 특파원 smlee@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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