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후의 한국
김정일 이후의 한국
  • 미래한국
  • 승인 2009.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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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풍향계_일본
한반도문제 전문가 일부는 “한국은 중국에 끌려, 일본을 적대시하게 될 것이므로 미리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경계심을 갖는가 하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한국을 일본 편에 붙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닛케이신문 스즈오키 편집위원 3월9일자중국의 국력신장과 더불어 일본인이 한국을 보는 눈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반도문제 전문가 일부는 “한국은 중국에 끌려, 일본을 적대시하게 될 것이므로 미리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경계심을 갖는가 하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한국을 일본 편에 붙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러한 논의는 지금은 이념논쟁처럼 들릴지 모르나 곧 현실문제로 닥칠 것이다. 북한상황이 급변하면 바로 한반도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통일 한국이 설 자리 화제지난번 이 칼럼에서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이 일본의 전문가를 만나면 항상 “한반도 현상 유지가 중·일 두 나라 모두에 유익하다”고 강조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전문가 중에는 “한반도가 통일되어도 일본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반도 통일은 한국 주도로 이루어질 것이므로 일본이나 미국으로서는 같은 자유주의 세력권의 확대니까, 불편한 것은 중국이 아니냐는 뜻이다.그런데 최근에 와서 중국이 통일에 대한 경계심을 표시하지 않게 되었다. 비록 한국 주도로 통일이 이루어진다 해도 통일한국은 중국 편에 기울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리라. 중국이 질문을 않게 되니 일본도 답을 할 필요도 없어졌다.그 대신 일본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통일한국의 국제적 위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화제가 많아졌다. 물론 이는 “통일한국이 중국의 강력한 영향 하에 들어가 미국과 일본의 잠재적 적국이 되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통일한국은 어떻게 될까”라고 물어 보면 대부분은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기울어도 안보면에서는 계속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한·중간의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느껴도 아직은 직접 국경을 접하고 있지는 않은 현시점에서의 ‘희망’이 그렇다는 것이리라.일본에 대한 자세에 있어서는 한국인의 답은 둘로 갈라진다.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강대화될 중국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중·일 3국 관계만 보면 외교적으로는 일본보다 중국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한국인에게는 “일본과 더불어 중국에 대항한다”는 구상보다는 “중국의 권위를 빌려 일본을 누른다”는 편이 안심도 되고 기분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는 삼가야 할 단어로 일본을 비난한 일이 있는데 그것은 호랑이 힘을 배경으로 한 발언이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을 저울질 1995년 11월 14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역사문제와 관련해 “이제는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 놓아야 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은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국가원수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양국 정상회담을 끝낸 자리였고 바로 옆에 장쩌민 국가주석이 서 있었다. 다만, “중국과 가까이 한다”고 하는 말은 “중·일을 저울질하면서 양쪽에서 무엇이든 얻어 내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므로 일본인 앞에서와 중국인 앞에서 다른 표현을 쓰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고 본다.한 가지 예로 통화위기를 맞아 스와프 협정을 맺는데 있어서 일부 한국 지식인이 “중국이 한국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기도하고 있다”고 하면 이를 경계하는 일본으로부터도 돈을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 경우다.“한국은 원나라의 일본 침공작전의 피해자” 이미 한·일 관계의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지금 액정분야에서 한국과 일본간에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완제품 세계시장의 약 40%를 장악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은 그 부품을 일본 기업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대일무역적자 해소방안으로 일본 부품업체공장의 한국진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미 몇몇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조업을 시작한 바 있다.그러나 만일 중국자본이 이들 유력 한국 기업의 대주주가 되는 경우 한국을 통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을 염려하는 일본은 한일간 산업 클러스터 형성에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한국의 통화가치와 주가가 급강하하고 있는 지금 IT 기술이 필요한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우량기업을 매수할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12년 전 IMF 사태 때는 미국자본이 한국의 우량기업 대주주로 모습을 나타냈다. 이번 경제위기로 미국자본이 그 지분을 중국에 팔겠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하면 독도문제에 대해 일본의 자세가 강경해질 수도 있다. 한국이 한일간에서 분쟁 대상이 되어온 수산자원 및 해저자원 문제에 관해 중국의 힘을 업고 더 강경한 주장을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이 문제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은 분명치 않다. 일본인과 달리 미래의 일을 너무 걱정하지 않는 국민성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본질적으로는 중국에 의한 ‘지배’위협은 느끼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일본이 어떤 영향을 받으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는 생각이 잘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원구(元寇)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과 닮은 점이 많다. 일본으로서는 당시 고려가 원나라를 위해 침공용 선박제조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원나라에 협조하여 고려 자신의 군대를 침공군에 참여시켰었다. 그러나 한국인은 “고려는 원나라의 강요에 의해 파병한 피해자”라는 의식만이 강하다. “일본이 원나라에 순순히 복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입었다”고 일본의 책임을 논하는 사람까지 있다. 이런 주장을 들으면 이노우에 야스시(井上靖)의 소설 풍도(風濤)가 생각난다.“한국과 좋은 관계를 가짐으로써 앞으로 더욱 심해질 중국의 횡포를 막자”는 주장을 하는 일본인도 아직 있다. 그러나 정부 실무진에서는 ‘한일 동맹론’에 비관적인 사람이 늘고 있다. 근래 정부 각 부처마다 통상, 환경 등 폭 넓은 분야에서 ‘한·중·일 3개국 대화’가 열리고 있으나 “기대와는 달리 ‘2자간 대화’로 끝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이해관계로 보면 선진국인 한·일의 입장이 중국과 대립되어야 하는데 한국이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기 두려워 자기 주장을 안하고 논쟁과 흥정을 전부 일본에 떠미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중국이 노골적으로 한국을 무시하고 ‘중·일 대화’로 끝나는 사례가 많아 한일동맹은 현실성 없는 꿈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그러나 동맹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이렇게 반론한다. “일본과 달리 한국이 중국에 강한 태도를 취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에 ‘다시는 고려가 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들과 연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이런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일본의 자유민권주의운동가들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한국의 개화파를 지원하려다 적발된 1885년의 오사카 사건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남북분단 시대가 계속 된다면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를 검토하는 데 있어 또 한 가지 조건 설정이 필요하다. 북한의 현 체제가 붕괴한 뒤에도 한국에 의한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분단이 계속 되는 경우이다.막대한 경제적 부담 그리고 중국과 직접 국경을 접하는 두려움 때문에 북한의 현 정권이 무너진다 해도 통일을 뒤로 미루기를 원하는 한국인이 늘었다. 10년 전까지도 ‘통일은 민족의 비원’이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그런 말은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 양 정권 하에서 ‘민족화해 명분을 내건 통일 연기’가 사회의 묵시적 합의가 되었다. ‘새로운 남북분단시대’에는 한국의 보수파 내지 독립파와 손을 잡자고 일부 일본인이 말하기도 하나 그 보수파는 현재의 한국풍조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조기통일론자들임을 알아야 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한국의 보수파가 빠른 시일 안에 한반도를 통일한다면 그들과 손잡아 동북아시아에서 자유 진용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한일동맹론자의 주장이다. 한편 “아무래도 한반도는 중국의 영향 하에 들어 갈 것이므로 지금부터 한국과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김정일 이후의) 새로운 남북분단시대’의 북한과는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를 생각해 두어야 한다. 핵과 납치자 문제의 완전 해결은 당연한 과제지만 새로운 북한이 완전히 중국 쪽으로 기울지 않게 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짜 두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북한의 동해안에 군항을 갖겠다면 일본이 그것을 환영할 수는 없는데 군항은 아니라도 이미 상업용 항구의 50년 사용계약을 맺었다는 말도 들려 온다. 북한 문제는 핵과 납치만이 아니다. 일본으로서 한반도 문제는 역사적으로 항상 중국문제인 것이다.#/정리 김용선 객원해설위원 서울대 공대 졸업전 LG 경영개발원 인화원 원장태평양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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