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상속세 개혁, 내일이면 늦는다
[심층분석] 상속세 개혁, 내일이면 늦는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3.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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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개편에 진척이 보이지 않으면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2022년 기준 600개의 중소기업 대표, 임원중 83.4%가 자녀에게 승계했거나, 승계 중이거나 승계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소기업 대표와 임원들이 느끼는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막대한 조세 부담’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가업승계 관련 정부 정책 부족’이 28.5%, ‘후계자에 대한 적절한 경영 교육 부재’가 26.4%를 기록했다. 최고세율 50%에 달하는 과도한 과세 기준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승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12월 협회 회원사 대표 7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역업계 가업승계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가업승계 계획에 대한 질문에 ‘없음’이 23.8%, ‘아직 결정을 못 함’이 31.2%로 집계돼 전체 절반 이상이 승계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업승계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 ‘상속세,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을 꼽은 응답자가 40.2%로 가장 많았다. 가업승계와 관련한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 응답자의 74.3%가 ‘조세 부담’을 꼽았다. 세금 등의 문제로 가업승계 대신 매각 또는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한 응답자도 42.2%에 달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 세율은 50%다. 기업을 상속할 때는 최대주주 할증 과세를 고려하면 세율이 60%까지 올라간다. 이는 일본(55%)보다 높은 수치다. 현행 상속세율은 최고 50%를 적용하지만 이건희 회장처럼 최대 주주가 보유 주식을 상속하는 경우에는 주식 평가액을 20% 할증한 후 상속세를 계산한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세율은 최고 60%에서 65%에 치솟게 된다. 기업가치 10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물려받는다고 가정하면 각종 공제를 제외하더라도 600억 원 안팎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국가들의 상속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최고세율을 살펴보면, 일본이 55%로 세율이 가장 높고 프랑스가 45%, 미국·영국이 40%로 우리나라에 비해 낮다. 그 다음으로는 스페인이 34%, 아일랜드가 33%, 벨기에와 독일이 30%로 뒤를 잇는다. 호주·뉴질랜드·캐나다를 포함한 13개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면제한다. 

2019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총 37개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3개국이며,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다. 상속세를 부과하더라도 각국이 상속세를 부과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세계적으로는 유산을 받는 사람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독일·프랑스·스위스 등 16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부과한다. 우리나라는 유산을 주는 사람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취한다. 유산세가 유산취득세로 바뀌면 상속인의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유족 전체가 내야 할 세금을 여러 명의 상속인이 나눠 내 누진세 체계인 상속세 세율 구간에서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가 없거나 폐지한 나라에서는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capital earning tax)’를 매긴다. 상속이나 매각 등 자산을 통해 이득을 얻을 경우 그 이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즉, 가업승계 시점에선 상속세를 물리지 않지만 주식, 채권, 부동산, 기업 등 자산을 매각할 때마다 그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예를 들어 부모가 20억 원에 산 아파트가 상속하는 시점에서 25억 원으로 올랐다면, 25억 원 전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상속세 체계와 달리 자본이득세의 경우에는 양도차익인 5억 원에 대해서만 과세한다. 국가마다 상속세 최고 세율이 정해져 있기는 하나 단순히 명목상 최고 세율만 비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각종 공제 혜택으로 인해 명목세율과 실효세율 간의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40%의 세율을 매기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지배주식 할증평가제도가 없으며, 사후관리 요건이 없다. 또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비상장기업 주식은 100%, 상장기업 지배주주 주식은 50%의 사업 공제를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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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상속세를 포기한 이유

황승연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스웨덴의 경우 상속세가 70%였던 적이 있었다. 유명한 제약회사인 ‘아스트라’가 상속세 문제가 발생하니까 주식시장에서 ‘아스트라’ 주식이 떨어졌다. 상속세를 내려면 주식시장에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할 테니까 그렇다면 주식값이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회사 주식을 모두 팔아도 상속세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속자는 스웨덴에서 손 털고 영국에 이민 떠나버렸다. 이렇게 되자 스웨덴의 다른 많은 회사에도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스웨덴에서 많은 기업이 떠나게 된 이유다. 

예를 든다면 가구회사로 유명한 ‘IKEA’다. 회사는 네덜란드로 떠나고 사주는 스위스로 떠났다. 그리고 팩트라팩이라는 회사도 있다. 종이로 우유팩 만드는 회사인데 그 회사도 떠났다. 스웨덴에는 실업자가 급증했다. 그러자 스웨덴 의회에서 연구하고 논의해서 상속세를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고 2005년 실제로 상속세를 없애버렸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스웨덴에서 상속세를 폐지하고 난 뒤 10년 후에 조사를 해보니 세수가 오히려 늘었다는 것이다. 떠났던 스웨덴 기업이 다시 돌아오고 기업이 법인세를 내고 하니 세수가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65%다. 공식적으로는 우리는 50%이고 일본은 55%이지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대기업일 경우 누진 가산세가 붙는다. 30%가 더해진다. 그러니 세율 65%에 누진 30%를 더하면 최고세율은 65%가 된다. 그런데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55%라고 하지만 가산세가 없고 기업을 상속할 때는 각종 혜택을 줘 실제로는 세율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세입 구조에서 상속세는 1%도 되지 않는다. 그 1%도 안 되는 세금을 받으려고 기업을 못 하게 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외국에서는 경영권 보호장치가 충분히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가산세를 물리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본무 LG 회장이 별세한 후 상속 자산이 1조5200억 원인데 여기서 920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한마디로 경영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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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상속은 부의 대물림이 아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전 금융연구원장

부동산과 같은 재산과 경영권과 같은 주식의 상속은 별도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상속할 때 기업을 상속한다는 것은 사실 주식을 주는 개념이다. 그런데 주식의 가치는 가변적이다. 줄 때는 100이라 하지만 자식이 잘 경영하면 200도 될 수 있지만 잘못 경영하면 종이 조각에 불과하게 된다. 주식을 자식한테 상속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많은 위험성을 가진 것이다. 기업상속이라는 말을 하면 흔히 ‘부의 대물림’이라는 말이 따라서 오는데 사실 쓰레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부의 대물림’ 된다고 하지만 ‘빚도 대물림’ 된다. 기업을 하면 부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빚도 대물림’ 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면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와 관계된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상속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현실에서는 주식을 받고 경영을 해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면 10년 정도 지나면 상속세가 없어진다. 면제시켜 주는 것이다. 대신 주식을 팔 때는 양도세를 매긴다. 따라서 주식을 팔지 않고 유지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 그 회사에서 법인세 내고, 근로자는 소득세를 내면 나라 세수 늘고 이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된다. 

상속세를 과도하게 물려 회사가 없어지게 되면 그것은 모두의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기업상속을 ‘부의 대물림’이라는 측면만 부각시켜 아버지가 아들한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만 보니 나머지 일자리나 기업 경영 유지라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될까 안타깝다. 기업 상속에 대해 ‘부의 대물림’이라는 관점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 일자리가 유지되고 늘어나는 측면을 이제는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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