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북중러의 4월 총선 개입 
[심층분석] 북중러의 4월 총선 개입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4.02.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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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 고조시켜 ‘전쟁이냐 평화냐’ 이슈 제기”

총선 60여일을 앞두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가능성을 놓고 남남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1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올해 북한의 접경지 도발, 무인기 침투, 가짜뉴스, 사이버 공격, 후방 교란 등 선거 개입을 위한 여러 도발이 예상되고 있다”며 안보 태세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올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의 핵심인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언급한 뒤 “북한 정권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비이성적 집단”이라며 “오로지 세습 전체주의 정권 유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민족조차 부인하는 반민족·반통일적이고 역사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선거 전 북한 도발 우려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한반도 전쟁 가능성 고조’라는 취지로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속한 남북 핫라인(직통전화) 복원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남북관계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국민이 전쟁을 걱정하는 이 상황은 분명 정상이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시 밝힌 ‘담대한 구상’은 결국 온 국민의 머리 위에 놓인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도 말했다. 북한의 대남 강경 모드가 보기 좋게 남남갈등과 국론 분열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7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

북한의 남남갈등 전략은 성공 중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지난 1월 12일 발표한 ‘북한의 대남 선거 개입행태와 전망’이라는 보고서는 북한이 의도하는 남남갈등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이었다. 고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직면한 대내외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국면 전환의 기회로서 한국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결과가 중요하다고 인식해 공세적 대남 선거 개입이 우려된다”라고 내다봤다. 

다음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형국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 추진 동력 약화 △한미 핵협의그룹(NCG) 강화의 제한 △한미일 3국 군사협력 차단 등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북한은 도발과 유화 제스처를 반복하면서 남한의 선거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왔다는 것이다.

고 위원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 180석을 확보한 후 제정한 ‘대북전단금지법’의 사례 등은 북한이 남한의 선거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며 “북한은 2022년 대선을 앞둔 2021년 10월에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고, 2022년에는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등을 발사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라고 설명했다. 

고 위원은 이번에도 북한이 이와 같은 ‘양면전술’을 구사해 선거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2022년 9월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하고 2023년 헌법 조항에 핵무력 건설을 명시함에 따라 총선에서 핵전쟁 위협 전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증대됐다”라고 봤다. 

그러면서 대남 도발전술의 일환으로 △군사정찰위성의 추가 발사 △‘화산-31’(2023년 3월 공개된 신형 핵탄두) 핵실험 실시 △핵전쟁 위협 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북한이 대남 위장 평화 제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고 위원은 “새로운 군사 관련 협상이나 대미 핵 군축 협상 제의, 북일 정상회담 개최 제의 등을 통해 정부의 권위를 훼손 및 고립시키고 중도 유권자들의 평화 선호 심리를 확대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통일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24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도 북한은 갑진년 신년에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김진하 북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4월 한국 총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후보들의 당선과 한국 정부의 약화를 노리고 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남 영향력 공작 및 정치심리전, 온오프라인 테러 감행 등을 기획할 수 있다”며 “북한판 하이브리드전(복합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통해 한반도 위기감을 고조시켜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이슈를 창출하고 상대적으로 대북 유화적인 정치세력에 힘을 실어 주려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의 선동 구호
북한의 선동 구호

북한, 선거에 이렇게 개입해 왔다

실제로 북한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적극적인 선거 개입을 노골화했다. 북한은 통전부 전위(前衛) 대남 선전매체들인 대남공작기구 통전부 산하 매체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구국전선’ 등을 통해 보수정당 통합 활동과 특정 인사 등에 대한 모략 선동 내용을 무차별 전파했다. 

특히 미래통합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던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와 탈북자 출신인 지성호 나우 대표에 대해서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는데, 태영호 전 공사에 대해서는 “우리 공화국에서 국가자금 횡령죄, 미성년 강간죄와 같은 온갖 더러운 범죄를 다 저지르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피해 도망친 천하의 속물, 도저히 인간 부류에 넣을 수 없는 쓰레기”라고 허위날조 주장을 전개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 우호적인 정당이 개헌 가능한 3분의2 이상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개헌으로 남북한 연공합작(聯共合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은 목적 달성을 위해 합법·비합법적 모든 수단과 온·오프 라인을 동원해, 친북 좌익세력을 적극 지원할 태세”라고 전망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는 2020년 ‘북한의 대남공작과 한국의 대응 방향 : 선거공작을 중심으로’라는 연구 논문을 통해 북한과 중국의 선거 개입 사례와 수법, 양상 등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다. 제 교수에 의하면 북한은 1990년 이후 공개적인 성명과 언론 매체, 그리고 친북세력에 대한 지령을 통해 3000건 이상 대남 심리전 차원의 선전·선동을 전개하며 남한 선거에 개입해 왔다. 구체적으로 2016년 총선 때는 200여 건으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역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었다. 선거 한 달여를 남겨두고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피격되어 격침된 것으로 발표되자 국내 종북 성향의 좌파 단체들과 민주당은 대대적으로 이를 ‘안보 공작’으로 몰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남남갈등은 극에 달했다. 2012년 대선에서 북한 선전 선동 매체들은 박근혜 후보와 보수당에 대한 총공세를 주문하는 가운데 이석기의 RO 종북노선으로 정당 해산에 이르렀던 통진당의 이정희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북한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는 선거일 하루를 앞두고 미국과 북한 간에 싱가포르 회담 일정이 잡혔다. 북한의 전략적인 선거 개입 의도를 의심하기에 충분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 가능성

문제는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 개입도 우려된다는 점이다. 북중러 간의 군사적 협력과 유착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에게 중요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 개입 혐의를 받아 왔다. 

2019년 11월 자신을 중국의 스파이라고 소개한 왕리창(王立强)은 호주에 망명 신청을 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2018년 대만 지방선거에서 댓글부대와 공작원들을 운용해 친중국 후보들의 당선을 돕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뿐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 눈엣가시인 차이잉원의 당선을 방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한 이래,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은 대만 정부로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되어 왔다.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세계 각국의 여론 조작이나 선거에 불법 개입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댓글부대나 해외 거주 중국인들을 동원, 현지 여론을 조작하거나 자국 IT 기업들의 SNS 서비스를 통해 가짜 뉴스를 퍼트린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캐나다에서도 지난 2021년 총선에서 중국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전직 야당 대표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선거운동 개입 도구로 지목했다. 

지난 해 7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에린 오툴 전 보수당 대표는 최근 캐나다 정보당국자들로부터 2021년 총선 당시 중국의 개입과 관련한 브리핑을 받았다. 오툴 전 대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각종 국제 현안에서 자신들에게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보수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다양한 공작을 편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했다.

보수당 낙선 운동에 나선 캐나다 대리인들에게 중국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위챗으로 가짜 정보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위챗으로 퍼진 가짜 정보는 보수당이 집권할 경우 정책 변화에 대한 것으로, 대부분 보수당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짜 정보였다. 

호주 안보정보원(ASIO)은 지난 2017년 호주 정치인들에게 “중국계 기업인들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지 말라”며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이듬해에는 중국 정보요원들로부터 ‘선거에 출마하라’며 100만 호주달러(약 8억9000만 원) 지원 제안을 받은 호주의 자동차 딜러가 이를 ASIO에 신고했다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은 미국·호주·대만 등지에서 정치 자금에 대한 출처 심사가 엄격해지도록 했고, 따라서 중국 공산당은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해당 국가 기업인에게 특정 후보에 정치 기부금을 내도록, 그 기업인에게 중국 내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제성호 중앙대 명예교수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의 통일전선공작은 변화무쌍하지만 선거에만 한정하면 크게 다음의 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기업이나 이익단체 등 대리인을 내세워 중국 공산당과 정부, 정책에 영합하는 후보나 정당에 자금을 은밀하게 지원한다. 

둘째, 중국(공산당)에 부정적인 후보의 약점을 잡아 비방하거나 폭로한다. 이와 관련 해외에 촘촘하게 퍼진 첩보원들을 통해 불리한 정보 등을 수집한다. 관계자나 주변인을 매수해 성 스캔들을 만들기도 한다. 이런 정보를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통해 폭로하게 함으로써 특정 후보를 곤경으로 몰아넣고 지지 후보를 부각하기도 한다. 상대 후보를 비밀리에 협박해 스스로 사퇴하거나 실수를 범해 물러나게 하는 등 겉으로는 찾아내기 어려운 수법도 사용한다. 

셋째, 각국 주요 매체 침투는 언제나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의 기본전략이었다. 대만의 경우 2008년 친중 성향의 대만 기업가 차이옌밍((蔡衍明))이 대만 최대 미디어 기업의 하나인 왕왕(旺旺)그룹을 인수해 대만 언론계에서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했다. 

넷째, 선거철이 되면 중국 공산당의 댓글부대가 대규모 활동에 들어간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각종 의견 글과 가짜뉴스, 댓글을 퍼뜨려 사람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도록 유도한다. 각 분야 ‘영향력 보유자(influencer)’들도 우회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공격하고 유권자들이 그 정당(후보)에 대해 반감을 갖도록 만든다. 

다섯째, 중국 공산당은 동포단체나 언론사, 유학생, 교수, 친중단체 등을 포섭해 선거 개입을 시도한다. 투표권이 있는 중국계 유권자들에게 중국 공산당이 선호하는 특정 후보에 투표하도록 한다. 

한편 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전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난 해 열린 ‘전체주의 국가들의 영향력 공작 실태 및 우리의 현실’이라는 토론회에서 “중공은 ‘타도 1순위’인 윤석열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 여론전, 미디어전, 심리전, 인지전, 정치공작전, 해외통전, 사이버전, 경제보복전, 문화전 등 ‘초한전(超限戰)’ 전법을 종합적으로 동원할 것이 확실하다”고 경고했다.

초한전은 전쟁의 시기와 장소(전시·평시), 수단(군사·비군사), 방법(전쟁수행전법), 대상(군대·민간), 범위(군사·민간·사이버·우주·해양) 등에 있어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고 한계를 초월한 무한(無限) 전쟁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중공이 대륙의 중화민국 체제를 전복하고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중공·홍군(紅軍) 전략’과 ‘마오쩌둥 군사전략’을 현대 세계화·ICT(정보통신기술) 환경에 맞게 발전시켜 적용하고 있는 ‘중공 특색 전쟁 수행방식’이다. 

이러한 북한과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에 더해 러시아의 움직임도 관찰해야 할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 7월 27일 북한의 소위 ‘전승절’(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행사는 핵·미사일 정책에 일체 변화가 없다는 사실과 북·중·러 밀착 연대를 내외에 적극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승절 열병식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참석한 것은 북·중·러 연대가 고착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 및 위기관리가 더 중요해짐을 의미한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의 입장과 태도 변화에 대해 최후의 통첩에 가까운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미동맹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시그널로 읽힌다. 올해는 우리나라 총선과 미국 대선 등 50개국 이상에서 선거가 치러질 예정으로 ‘슈퍼 선거의 해’라고 불린다. 이에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상 가짜뉴스나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하거나 선거시스템 대상 해킹공격을 통해 국론 분열을 노리는 공격이 더 심해질 것으로 국정원은 전망했다. 국정원은 지난해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중국 우월주의를 옹호하고 한미일 관계를 비판하는 댓글 사건이 이슈화 된 점을 보고 유사 사례 등을 주시하고 있다. 

백동욱 국정원 3차장은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선거 관리 시스템이나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스템에 대해 예방 활동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관계기관과 협력을 통해 선거철 정부 흔들기를 시도하는 공격에 대응하고 전문 연구소 설립 등을 통해 AI(인공지능) 활용 해킹 등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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