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사법의 시대다. 법치가 우리 사회에 근간으로 여겨지면서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라’는 법철학 현자들의 계명이 금과옥조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법현실은 여전히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불신 가운데 대표적인 것에 구속영장심사가 있다.
흔히 ‘로또 영장’이라는 비아냥이 회자될 정도로 구속영장 심사에 기준이 없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권력형 비리나 정치적 사안이 걸린 문제에서 구속영장 심사는 첨예한 쟁점이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불법 대북 송금과 백현동 비리, 위증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위증교사까지 포함한 것은 구속을 위한 ‘안전장치’ 같은 것이었다. 위증교사는 대표적인 증거 인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위증을 한 사람이 혐의를 인정했고,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한 녹취록까지 나온 상태였다. 그런데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면서도 영장을 기각했다. 위증교사 증거가 확보돼 추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럼 피의자에게 증거 인멸 우려가 있으려면 그에게 위증교사를 한 증거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검찰에서는 “수사 잘하면 ‘증거가 확보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기각하고, 증거가 부족하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기각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실제 피의자가 자백하면 자백했으니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하고, 부인하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이러니 ‘로또 영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같은 사건도 판사마다 다른 영장 심사 기준
물론 부당하게 구속되어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경우 우리나라는 영장청구시에 판사가 1차로 발부를 판단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구속 전에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일종의 예비적 성격의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이후 구속이 되더라도 이에 불복하는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수 있고, 마지막으로 보석신청이라는 제도가 있다. 반면 검찰 입장에서는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 현행 제도로서는 이를 항고할 수 없다.
물론 영장 재청구라는 제도가 있으나, 피의자의 증거 인멸이나 도주와 같은 상황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게 된다. 이러한 점으로 말미암아 검찰과 형사법 전문가들 사이에는 피의자와 수사기관 간에 형평성 문제가 지적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만연했던 검찰의 자의적인 구속 남발에 피의자 인권과 방어권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불구속 수사 원칙이 강화된 점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오늘날에도 과연 그런 기준이 형평성 없이 관철되어도 좋은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과 형사법 전문가들은 영장제도 개선을 위한 ‘영장항고제’를 주장해 왔다. 영장항고제란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에 불복해 검경이 상급심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특정사건에 대한 구속영장기각을 두고 검찰과 법원의 갈등이 극도의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도입이 시급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유사한 사건에서도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사하는 판사들의 생각이 각각 다르고, 구속 결정도 지극히 주관적으로 작용하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사유인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는 추상적이고 불확정한 개념으로서 판사가 나름대로 의무에 합치하는 판단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사안에서 결론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상급법원에 대한 불복을 통하여 구속사유에 대한 법해석의 통일을 기할 수 있고, 불복이 허용될 경우 기각의 이유를 제시하여야 하기 때문에 검사나 피의자에게 구속기준을 명백히 제시할 수도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영장 심사에 대한 항고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미국의 경우 연방법 제3145조 제a항은 ‘치안판사에 의한 석방명령 또는 범죄에 대한 원래의 관할법원의 판사가 아닌 자에 의한 석방명령이 있는 때에는 검사는 범죄에 대한 관할법원에 석방명령의 취소 또는 석방조건의 변경을 구하는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동조 제c항은 석방 또는 구금명령에 대한 항고 또는 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에 대한 항고절차는 제28편 제1291조 및 제3731조에 규정에 의한다고 하여 차상급심에의 불복절차도 규정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 영장항고제 시행
독일은 일반항고 규정에서 영장항고를 규정하고 있다. 독일 형사소송법 제304조는 1심법원 및 항소법원의 결정, 재판장ㆍ수명법관ㆍ수탁판사 및 수사절차에서의 판사의 처분에 대하여는 항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상 수사절차상 판사의 처분에는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등 모든 강제처분에 대한 결정이 포함된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은 수사판사 또는 구금 및 석방담당판사의 결정에 대한 항고를 일반항고와는 별도의 규정을 두어 그 범위와 한계를 규율하고 있다. 이에 의하면, 검사는 수사판사 또는 구금 및 석방담당판사의 모든 결정에 대하여 고등법원 기소부에 항고할 권리가 있고(제185조 제1항), 피의자도 구금에 관한 판사의 결정에 대하여 항고할 권리가 있다(제186조 제1항). 검사와 피의자 모두 구속 뿐만 아니라 수사절차상 판사의 재판에 대하여 항고를 제기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법원의 결정에 대해서는 항고가 인정되고, 판사의 명령에 대해서는 준항고가 인정되는 것이 통설이다. 일본 형사소송법 제429조 제1항은 준항고 대상인 재판의 주체를 우리나라와는 달리 ‘재판관’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구속이나 압수에 관한 판사의 재판에 대한 불복으로 준항고가 인정된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