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탈북 단체·활동가들이 북한인권 운동 적극 주도해야
[논단] 탈북 단체·활동가들이 북한인권 운동 적극 주도해야
  • 김윤희 국제민주연구소 NDI 선임매니저
  • 승인 2024.01.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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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활동은 북한 내부, 국제 및 국내 상황의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철저한 국경 통제와 이에 따른 고립 심화, 반동문화사상배격법 등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한 처벌수위 강화 등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가 더 심각해지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국제사회 여건 역시 북한인권 활동에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과 이듬해 2014년 COI 보고서 발간은 북한인권 활동의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COI 설립 후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인권에 실질적 개선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 듯하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가장 최근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국제문제의 시급성에 있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 상황 역시 제자리 걸음으로 보인다. 지난 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북한인권 활동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었으나, 북한인권의 정치화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에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출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북한 인권 조명' 세미나가 열렸다. / 연합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에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출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북한 인권 조명' 세미나가 열렸다. / 연합

북한인권 커뮤니티 젊은 세대의 부재

다양한 측면에서 북한인권 커뮤니티 내부 상황이 분석될 수 있겠으나 본 토론은 북한인권 단체들의 역량을 기준으로 살표보고자 한다. NDI는 북한 프로그램을 시작한 2012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NDI 프로그램이 북한인권에 미친 영향에 대한 외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0년 간, NDI의 지원 프로그램이 북한인권 단체의 역량 강화 미친 영향의 정도, 효과성, 개선점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였는데, 당시 NDI의 지원을 받은 단체들의 역량 평가도 함께 이뤄졌다. 대부분 단체들은 여전히 재원 마련과 전문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나, 필요로 하는 지원의 수준과 접근에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그동안의 꾸준한 역량 강화를 통해 조직 체계, 전문성을 확보하며 성장한 단체가 있는 반면, 신생·소규모 단체의 경우 인권활동에 필요한 지식·기술뿐만 아니라 단체 유지를 위한 재정·운영 측면의 지원도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탈북민 단체는 대부분 이러한 신생·소규모 단체에 속한다. 또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조직을 갖췄다 하더라도 언어적 한계, 해외 도너기관과의 접근 부족으로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지 못한 단체도 있었다. 이처럼 북한인권 커뮤니티 내에서도 단체 역량의 세분화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젊은 세대 유입 부족 또한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 부족, 취업 및 경제 활동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북한인권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젊은층의 관심 제고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인턴십 등이 존재하지만, 인권 분야라는 특성상, 금전적 보상 및 가시적 성과의 부족, 단체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여건 부족 등, 차세대 북한인권 활동가를 불러들일 만한 유인책을 찾기 힘든 현실이다. 

북한인권에서 탈북민의 역할과 확장

북한인권 운동의 이정표가 된 COI 설립과 보고서 완성에 탈북민들은 지대한 공헌을 했다. 신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낸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이 없었다면, 국제인권 분야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COI 보고서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어느 때보다 삼엄해진 국경 통제 속에서도, 탈북민 활동가의 정보 유입 노력 역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부 정보 접근성과 정보망 확보에 유리한 탈북단체·활동가는 북한 내부 정보 수집과 북한으로의 외부 정보 유입에 큰 역할을 해 왔다. 국제여론과 도덕성에 호소할 수 있는 옹호 활동에서도 탈북민의 직간접 경험에 기반한 증언은 탈북단체·활동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이제는 탈북단체·활동가들이 북한인권의 피해자 또는 간접 경험자로서 증언, 정보 제공자로서의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주도적인 북한인권 활동가로 변모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북한인권 정보의 수집, 분석 및 평가, 홍보, 공론화를 위한 연대 및 협력체제 구축 등 탈북민 활동가들이 역할을 확장 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이 존재한다. 

정보 분석·평가의 전문성을 키워 북한 출신 연구원의 시각으로 정보 분석 평가가 이뤄진다면, 보다 현실성 있는 연구조사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탈북민 주도의 국제사회 옹호 노력은 호소력의 측면에서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끌어내는 데 있어 전략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탈북단체·활동가의 북한인권 활동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소규모·신생 단체가 겪는 재정·기술적 지원에 대한 접근 부족 현상은 탈북민단체·활동가에게 특히 두드러진다. 부족한 젊은층 내에서도 탈북민 출신의 활동가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탈북단체·활동가들이 북한인권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과 기여를 감안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탈북단체·활동가의 역할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탈북단체·활동가의 역할 증대는 다른 북한단체·활동가와 마찬가지로 전문성 확보를 위한 역량 강화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지난 십년 간 단체별 역량이 세분화 됨에 따라, 역량 강화의 접근법과 지원 수준 역시 세분화 되어야 한다. 

즉 체계적인 단체 운영과 활동이 가능한 소수의 선진 단체와 신생·소규모 단체를 구분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바탕으로, 국제적인 네트워크 확보를 통한 활동의 심화 및 확장을 지원하고, 후자는 효과적 활동을 위한 역량뿐만 아니라 조직 운영의 역량(조직의 비전·미션, 활동 전략수립, 행정 및 재무 지식 확보 등)을 강화하는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소수의 선진단체도 여전히 지원히 필요한 부분이 있으나, 북한인권 커뮤니티 차원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고려한다면, 신생·소규모 단체에 대한 지원에 우선순위를 필요가 있다. NDI는 이러한 단체들을 발굴하고, 지속적 활동의 토대를 갖출 수 있는 역량 강화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아직까지 탈북민이 이끄는 단체는 후자에 속한 단체가 많다. 그래서 NDI는 펀딩 및 역량 강화 지원에 있어 신생·소규모 단체이면서 탈북민이 이끄는 단체를 우선순위에 둔다. 

또한 탈북 활동가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부족한 금전적 보상, 가시적 성과의 미흡함 등 구조적 한계는 단기에 해결될 수 없다. 하지만, 젊은 활동가들의 니즈로 파악된, 청년 네트워킹, 멘토링 프로그램 등은 조금의 노력과 아이디어로 현실화 될 수 있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분야에 활동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요소이다. 

이에 NDI는 탈북민 활동가를 포함한 젊은 세대의 정례적인 네트워크, 전문성 확보를 위한 트레이닝과 워크샵, 멘토링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탈북단체·활동가들이 겪는 북한인권 활동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COI 설립·보고서 발간 등 굵직한 성과를 이뤄 냈고, 불리한 대내외 환경에서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이런 배경하에, NDI는 할 수 있는 영역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탈북단체·활동가의 역량 강화를 지원해 북한인권의 실질적 변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하지만 NDI의 지원이 모든 탈북단체·활동가에게 미치지는 않기에, 각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작지만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할 때 젊은 세대 유입과 지속 가능성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인권 상호대화 토론회(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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