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한미일 안보협력 토대로 한중 전략적 소통 복원 시도
[전문가 진단] 한미일 안보협력 토대로 한중 전략적 소통 복원 시도
  •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승인 2024.01.1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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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 센터(JCC)에서 열린 한중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시 한미동맹 강화, 일본과의 안보관계 복원, 한미일 안보협력 추진을 주요한 외교·안보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는 무엇보다 전임 정부하에서 하노이 북미 회담 실패 후 상이한 대북접근법으로 한미동맹의 응집력이 약화했다는 상황 인식이 있었다.

아울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안보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이 심각하게 저하되었다는 우려도 팽배했다.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우리의 위상 강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5개의 동맹국(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과 이른바 ‘중심축과 바큇살’ 동맹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을 포함한 31개국과 다자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결성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반은 미국 주도 네트워크에서 우리 위상 정립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면서 5개의 동맹국, 프랑스, 영국 등 주요 나토 동맹국,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협력 파트너 국가들로 구성되는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일본이 동 네트워크의 북방축으로, 호주가 남방축으로 등장했지만, 한미동맹 약화와 역내 안보 이슈에 대한 소극적 관여로 한국의 위상은 떨어져 있었다.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필요했던 것은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 및 지경학적 대립이 ’서구(West)’로 상징되는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와 중국과의 경합으로 변형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 증진을 위해 굵직굵직한 외교·안보 일정을 소화했다. 2023년 4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확장 핵억지를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다. ‘셔틀 외교’를 통해 일본과의 외교·안보 관계를 복원하고, 8월에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의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안보적 관심이 한반도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다는 비난을 불식하기 위해 2022년 12월 우리의 독자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은 역내 안보 이슈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을 지속해서 표명하고 있는데, 2023년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국이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력하게 비난했고, 국내에서도 일부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한중 관계가 수렁이 빠지게 되었다면서 이를 ‘외교 참사’로 지칭했다. 

그러나,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위상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 계산된 의도적 발언이었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한국이 2년 연속으로 나토 정상회의 시 개최된 나토-AP4(‘아·태 지역 4개국)’ 회담에 참여한 것이 방증하는 것처럼, 한국의 위상이 급속하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성과는 다른 한편으로는 과제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의 제1 무역국이자 북한의 혈맹인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한중 관계 복원이 어려워졌다고 우려한다. 중국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합이 심화함에 따라 북한을 더욱 더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으로 간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9월 15일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신임 사무총장단을 접견하고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사무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 연합
박진 외교부 장관은 9월 15일 한중일 협력 사무국(TCS) 신임 사무총장단을 접견하고 연내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 사무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 연합

이제는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재개할 시점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군사훈련과 러시아와 북한과의 정상회담 개최에 주목하면서, 한·미·일에 대항하는 중국·러시아·북한의 ‘신 북방 3각 협력(New Northern Triangle)’이 결성되고 따라서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이라는 주장도 팽배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한미 및 한미일 협력 강화가 오히려 한중 전략적 소통 복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중 및 한중 관계보다 미중 관계를 우선시하는 중국이 한국을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의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한국을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에 대한 유화책을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은 2023년 8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사태 이후 6년 5개월간 유지해왔던 한국행 단체여행 금지 조치를 풀었다. 

중국의 의도가 무엇이든지 이제는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한국 정부가 지난 1년 반 동안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안보협력에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중국에 경도된다는 오인 없이 중국과의 소통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김태효 안보실 제2차장이 언급했듯이 “중국과의 전략대화 복원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중일 정상회담이 한중 관계 복원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3국은 ‘한중일 협력사무국(TSC)’을 통해 다양한 기능영역에서 협력을 발전시켜 왔다. 2008년부터는 연례 정상회담도 시작하였다. 하지만, 한중 간 사드 분쟁, 중일 간 영토분쟁, 한일 간 역사 분쟁이 심화하면서 2019년 12월 이후로 정상회담이 중단되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3국이 순번으로 개최하고 있는데, 현재 의장국은 한국이다. 3국이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준비하기 위한 외무장관 회의를 2023년 11월에 부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정상회담이 곧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의 전략적 소통이 복원될지를 판단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정표는 한중 정상회담의 한국 개최 여부이다. 한중일 정상회담의 경우, 중국에서는 총리가 참석하지만, 한중 양자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다. 시진핑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에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과 2019년에 중국을 방문한 바,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에 맞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전략적 소통을 복원할 실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으로 인해 중국이 전략적 소통 복원을 원하는 한국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북한·러시아 밀착이 한·중 전략적 소통이 복원되는 계기가 될 수도

전통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동북아에서 자국의 세력권 확장을 위해 경쟁 또는 대립해왔다. 이세기 전 통일부 장관의 주장에 따르면,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개시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유엔군 참전을 결정할 시 당시 소련이 불참하여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유엔군 참전으로 전세가 역전되면 결국 중국이 북한을 도우려고 참전할 것으로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스탈린은 중국의 참전은 한국전쟁을 중국 대 유엔군의 전쟁으로 변질시켜 중국을 서방의 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과 소련의 이념분쟁이 불거진 후인 1961년에는 소련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북한과 군사동맹을 체결하였다.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동맹은 1994년 러시아의 요청으로 파기되었으나, 러시아는 무기 공급, 북한의 대러시아 부채 탕감 등을 통해 북한을 지속해서 지원해 왔다. 

러시아는 자국의 경제침체, 크림 전쟁 및 우크라이나 전쟁, 유엔의 경제제재 등으로 현재는 동북아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 동북아에서 영향력이 급속히 떨어진 러시아는 6자회담 복원 등 다자주의를 선호하면서 표면적으로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한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인공위성 기술을 북한에 전수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 러시아로부터 인공위성 기술을 전수 받았다.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러시아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기술을 획득한다면, 북한은 핵무기에 더해 핵무기 운반 능력까지 완성하게 된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 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없는 미국은 한미동맹, 미일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 강화하고, 북한에 대한 선제적 군사행동을 고려할 수도 있다.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동북아의 안정과 현상 유지가 중요하고, 미국이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증강할 명분을 주기 싫어하는 중국이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불편해하는 이유다. 

따라서, 최근 북·러 관계 밀착으로 인해 중국과 한국이 전략적 소통을 복원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릴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지나친 밀착을 방지하려는 중국과 중국을 통해 북한을 제어하려는 한국의 전략적 이익이 맞아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인 글렌 시나이더(Glenn Snyder)는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들이 동맹을 결성한 후, 동맹국들은 적국과의 ‘적대적 게임(adversary game)’을 통해 동맹국을 관리 또는 통제하기도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을 최근 북한과 중국 관계에 적용하면, 북한 위협으로 인해 한미일 안보협력이 공고화되고, 더군다나 러시아가 북한에 ICBM과 SLBM 기술을 전수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까지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할 기미가 보인다면 중국이 북중러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보다는 동맹국 북한을 관리 및 통제하기 위해 한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복원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미동맹 강화, 한일 안보협력 복원, 한미일 안보협력에 대한 대응으로 북중러 삼각 안보협력이 태동할 것이라는 주장은 국제관계의 복잡성을 간과한 단순 논리이다. 

한중 전략적 소통이 복원된다면, 그 후의 과제는? 
 
한중일 정상회담,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을 통해 한중 전략적 소통이 복원된다면 우리는 한중 안보협력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가 추진해온 한미동맹 강화, 한일 외교·안보 관계 복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인해, 한국이 중국에 경도된다는 오인을 방지하면서 중국과 실질적인 안보협력을 촉진할 공간이 생겨났다. 

한중 전략적 소통 복원 후, TCS를 통해 다양한 기능적 영역에서의 3국 협력을 더 심화해야 한다. 이후, TCS를 플랫폼으로 TCS-아세안, TCS-유럽, TCS-PIF(태평양도서국 포럼)과 같은 TCS+도 제안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이 한국, 일본과 함께 비전통안보 영역에서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도록 한국이 적극적인 ‘소집자(convenor)’ 역할을 시도해야 한다. 일례로, 남·북·중·러·일이 포함되는 ‘우발적 충돌 방지(Code of Unexpected Encounter at Sea, CUES)’ 관련 협의체 발족을 제안해 볼 수 있다. 

대만해협에서 미중 군사 대치 가능성, 일중 간 해양 영토분쟁, 한국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초계기 사건, 한중 간 잠재적 해양 영토분쟁, 중국·러시아의 빈번한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을 고려할 때, 동북아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훈련 메커니즘을 우리가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관련국 모두 이미 2014년에 체결된 CUES의 협정국이고, 일본과 중국이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영공·해상 연락 메커니즘(air-sea liaison mechanism)’을 설치하기로 이미 합의한 바 여건도 조성되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CUES와 유사한 ‘국제 영공·해상 수색 및 구조(Inter-national Aeronautical and Maritime Search and Rescue, IAMSAR)’를 위한 군사훈련 진행 중인데, CUES를 명분으로 동북아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군사훈련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등 동북아 지역 소다자 협력과 동남아 지역 소다자 협력을 연결하는 역할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한국이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갈등을 푸는 데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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