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지금은 시대의 분기점, 낡은 운동권 세력 은퇴식 치러야”
조정훈 “지금은 시대의 분기점, 낡은 운동권 세력 은퇴식 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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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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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사진  정연호  미래한국 객원기자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은 ‘가성비 좋은 초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제기구에서 활동한 경험과 경제 전문가로서 합리적인 정책 아이디어로 무장한 조정훈 의원은 초선의원임에도 총리로부터 제도 개선의 답변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그런 조정훈 의원은 2024 총선을 586 운동권 선배들의 은퇴식임을 선언한다. 보수와 진보의 낡은 질서들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시대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는 그의 평가에서 범상치 않은 정치적 내공도 느껴진다. 재선을 준비하고 있다는 조정훈 의원을 <미래한국>이 의원회관에서 만나 현재 정국과 미래 계획을 들어봤다. 

- 정치에 뜻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당의 이름이 ‘시대전환’인데 어떤 의미입니까?

2016년 귀국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한 18년 하다가 들어올 때 미국에 있는 교민들이 다 혀를 찼어요. 어쩌려고 그러냐 어머니에게 한국 들어간다고 그랬더니 말을 못 하시더라고요. 큰 아들인 제가 고집쟁이라 며느리를 들들 볶으셨어요.

‘철이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이 큰 애인데 어떻게 버티려고 그러냐…’ 실제로 큰 딸은 한국에 들어와서 적응이 어려워 중학교를 대안학교로 가고 검정고시 봐서 고등학교 가고 그랬죠. 지금은 잘 지내고 있고 또 좋아합니다. 그렇게 7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제는 프리미엄 소사이어티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들이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저는 대한민국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죠. 중국은 아무리 강해도 문화를 수출할 수는 없습니다. 진정한 강국의 하나의 조건은 문화를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은, 나아가서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나라의 결말이 바로 제국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금의 대한민국, 이곳은 제국입니다.

제국을 만들어 나가려는 준비를 우리는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아주 중요하게 우리가 해결해야 될 과제들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제국으로 가는 길과 또 한편으로는 망국적인 출산율, 자살률 같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도 아시는 그런 것들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중대한 결정의 시기에 놓여 있는 것이죠. 속칭 ‘도 아니면 모의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제국이 안 돼도 그럭저럭 살겠지 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국제기구에서 오래 있어봤는데 정말 1등까지 가서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아르헨티나가 그리고 브라질이 그랬죠. 우리는 지금 엄청난 변곡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당의 이름을 뭐라고 표현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국당’ 이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시대전환’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용인에 사시는 저희 부모님은 후진국에서 태어나셨죠. 45년생이니까 선진국이라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같은 상황도 아니었지요. 저는 중진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저희 방에 있는 보좌진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제 딸은 걸어다닐 나이가 되니까 TV 앞에 가서 계속 스크린을 터치하더라고요. 모든 스크린이 터치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지금 태어나는 세대는 잘하면 제국의 시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선배들, 부모 세대의 숙제이고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것은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정치인이라면 정확하게 파악해야 될 시대의 분기점이고 그리고 시대의 소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22년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대전환 전국대표당원대회에서 대표에 재당선된 조정훈 대표(가운데)가 김태훈(오른쪽), 이종학 신임 최고위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2022년 10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대전환 전국대표당원대회에서 대표에 재당선된 조정훈 대표(가운데)가 김태훈(오른쪽), 이종학 신임 최고위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지금은 프리미엄 사회 기획 준비할 때

- 막상 정치를 시작해보니 어떠셨는지요? 

많이 거치네요. 참 거칩니다.

제가 국제사회에서 있다 와서 국제사회의 방식과 기준에 비춰 보면 굉장히 거친 것 같아요. 저는 정치란 논리와 비논리를 섞어 나가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똑똑한 사람만 하는 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한 사람이 리더의 조건의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시대를 읽고 비록 불구경 싸움 구경이 재미있기는 하지만 정치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얘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문제를 풀어나가는 솔루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으면서도 현실 정치에서는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정책을 좋아합니다. 누가 언젠가 어디서 그러시더라고요. ‘정책이라는 게 다른 말이 아니라 정치의 대책이다.’ 즉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정치를 몰라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이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김건희 특검부터 시작해서 현안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입니다. 정치를 조금씩 가성비 높은 쪽으로 바꿔 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갈수록 정치권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양질의 후보들이 줄게 되는 것이죠.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겁니다. 

초선 4년은 밖에서 볼 만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국회에서 본회의를 했었습니다. 여야와 합의된 시간이 2시였습니다. 1시 55분에 제가 가서 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2시 40분이 돼도 회의를 안 하는 겁니다.

민주당이 의총을 하는 겁니다. 이 본회의를 할지 말지 말이죠. 이재명 대표 방탄에 관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에 있다가 무소속이 된 이성만 의원이 앉아 있었습니다. 돈봉투 사건 때문에 탈당하셨지요. 제가 이성만 의원님한테 물었습니다.

‘의원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2시 40분인데 아직도 회의를 안 하네요’ 했더니 이성만 의원이 ‘그래 이건 좀 너무하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그래서 제가 ‘의원님 저는 4년 내내 지금 이런 경험을 하고 있는데 의원님 모르셨지요’라고 했습니다.

그런 거죠. 양당 중에 하나로 있으면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양당의 밖으로 나와보면 보이는 것이죠. 만약에 국민들께서 기회를 주셔서 제가 재선을 하면 그때는 이제 세를 이뤄 주류 정치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양극화가 우리 사회 발전 가로막고 있어

- 의원님은 세계은행에서 근무했던 글로벌리스트이고 또 경제 전문가이십니다. 의정 활동 중에 자영업에 관련된 의제와 청년 세대 의제도 많습니다. 최근에 세미나를 하셨는데 아젠다가 ‘양극화와의 전쟁’이었습니다. 어떤 취지였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살고 싶은 나라로서 제국이라는 표현을 쓸 수는 없으니까 조금 순화시켜 프리미엄 사회, 프리미엄 소사이티 이 정도는 가능할 듯합니다. 이제 한국에서 팔리는 건 싸구려가 아니죠. 한국에서 되는 건 세계에서 다 성공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잠재적 요소는 양극화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차이는 우리가 시장을 운영하는 한 어쩔 수 없는 결과일 겁니다. 하지만 이 경제적 차이가 존재의 차이, 한 인간의 가치의 차이까지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자의 한 생명과 가난한 사람의 생명이 등가가 아니라고 해버리면 그건 굉장히 다른 민주주의라는 것이죠. 사회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을 운영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경제적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봅니다. 물론 저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회적 차별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아닙니다. 저는 경제적 격차가 가장 중요한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불편해 하는 이유는 자기 직장에서 10분 거리에 살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1시간 반 거리에 살고, 그런 불편함 때문에 애를 안 낳는 거예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 양극화 문제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첫 번째 핵심 문제이고 그 다음이 후에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외교 안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적으로는 출산율 문제라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수많은 문제들의 최종적인 것이죠. 우리 청년들이 갖고 있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부정적이니까 그렇습니다. 나만큼 우리 자녀가 살 것 같지 않거든요.

저희 부모님은 대학 가셨다가 등록금이 없어 중퇴를 하시고 9급 공무원부터 시작하셨는데 저를 키우셨거든요. 저는 한 번도 제가 부모님보다 못 살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고생과 희생을 해주셨고 제가 그걸 해냈는데, 저희 자녀들은 자신이 없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금 꺾이고 있는 상황의 핵심은 저는 양극화라고 봅니다. 

- 평소에 기본소득을 정치적 소신으로 주장해 오셨는데,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십니까? 

저는 교회를 다니는 신앙인입니다. 저는 기본소득과 같은 것이 광야의 만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요한 건 만나가 무한정, 무한 기간 동안 내리는 건 아니죠.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에 정착하면 그 순간 끝이었습니다. 지난 정부가 코로나 때 우리 소상공인들한테 지원해 준 것은 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소위 복원과 공중의 안전을 위해서 식당 문들을 닫으라고 했잖아요. 그것은 재산권에 대한 침해였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보상하는 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이유로 비자발적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죠. 그래서 기본소득은 우리 사회의 정책적 실험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조건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의문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한번 정책 실험을 해보자는 겁니다. 부작용이 순작용보다 많으면 그걸 누가 지지하겠습니까. 다만 지금 많은 나라들, 특히 미국과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부분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하면서 새로운 복지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시장의 자율성을 좀 더 극대화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서 거친 싸움이 벌어집니다. 경쟁이라고 좋은 표현을 쓰지만 이 거친 싸움에서 지는 사람이 반드시 나와야 승자가 생기는 겁니다.

그렇다면 패배한 사람들이 다시 링 위에 올라갈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죠. 시대전환의 모토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입니다. 그건 제가 만든 거고요. 저희들이 만든 건 ‘다시 두려움 없는 세상’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는 어떤 정치인이 ‘당신이 살면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게 해줄게’라고 한다면 이것은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은 넘어질 수 있습니다. 또 넘어져야 합니다. 도전하다가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 넘어진 비용이 너무 커서 재기가 안 된다면 아무도 넘어질 용기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 저는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우리 많은 청년들이 공직에만 가려고 하는 것을 너무 안타깝게 여기고 있습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2년 11월 2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 의결에 앞서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2년 11월 24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승인의 건 의결에 앞서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냉엄한 국제질서, 우리의 결단 요구

- 국제 이야기를 좀 해보죠. 최근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질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제 전문가로서, 또 합리적 중도 노선에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근 국제 뉴스 중에 제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뉴욕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를 매일 구독해서 봅니다만, 스웨덴 일로 기억합니다. 70년 동안 유지해온 중립국가 지위를 포기하고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러시아는 발트해에 부동항이 필요한데 여기를 스웨덴과 핀란드가 참여하는 나토군이 막으면 러시아는 부동항을 잃어버립니다. 물류에 있어서 치명적인 것이죠. 스위스의 중립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스웨덴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국력도 강한데 그런 나라가 왜 중립국주의를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했는가, 저는 그 뉴스가 난 그 다음 날 우리 정치권이 발칵 뒤집힐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상황들을 제대로 읽는다면 지금 이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민국이 중립국이 되어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사치이고 비현실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은 좋든 나쁘든 국제관계에서 우리는 독립변수가 아니거든요. 종속변수죠.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빠르게 파악하고 재빨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지금,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그 사실을 부정해버리면 결국 폭망하는 것이죠.

저는 현재 우리의 인식 상황이 무책임의 절정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강한 외교 시대가 왔다는 것과 선택의 순간이 온 것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걸어야 하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역사 의식에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 지금 이 대한민국을 이끄는 선장이라면 저는 강한 외교, 그리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한테 솔직하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말씀드릴 것 같아요. 북중러가 하나의 블록이 되어가고 있는데 그러한 북중러 블록과 우리가 과연 공유할 수 있는 가치 체제가 있을까요?

특히 G5를 준비하고 제국으로서 프리미엄 소사이트를 만들어 나가야 될 우리 아닙니까? 북중러 이 세 나라의 특징 중의 하나가 문화 수출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는 오히려 우리가 더 우월한 위치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결 구도를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죠. 싸우지 않겠다는 사람하고 시비 걸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만 우리의 포지션을 정확하게 하고 그 선을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대화와 타협과 무역이든 하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그 북중러 블록이 우리의 선택을 인정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 비용을 우리는 지불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비용에 대해서 우리는 한미일 동맹에 충분히 솔직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어쩌면 한미일 동맹에서 우리가 지불해야 될 비용이 제일 크다는 점을 말입니다. 
역사적, 지리적 위치상 그러한 비용에 대해 좀 미국과 일본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각자에게 한마디 정도는 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솔직하게 얘기할 거 얘기하는 것이죠.

- 거대 양당으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의원님의 평가가 무척 궁금합니다. 

방금 식사를 하고 왔는데 식당에 경비하시는 분이 저를 알아보고는 지지한다며 말씀을 걸어 오시더군요.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를 비판을 하시는데 ‘한끝 차이로 큰일 날 뻔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바로 이 위기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쌓아왔던 시장 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심각한 브레이크가 걸려 있었는데 그것을 중단시키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역사를 길게 보면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YS의 문민정부가 큰 의미를 가졌다고 하지만 돌아보면 5년 열심히 한 결과는 금융실명제 정도 아닙니까? 노태우 대통령도 북방정책을 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겼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이 페이지를 넘긴 거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냅니다. 다만 이제 페이지를 아직도 넘기는 것에 그치면 안 되는 것이죠. 이제 남은 4년 동안 새로운 페이지로서 백지가 놓여 있는데 이 백지를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담론이 나오기 시작해야 합니다. 

만일 이것이 어설프거나 모양새가 사나우면 다시 옛날 페이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미완의 형태라도 방향성을 제시하는 의제를 두세 개 분명하게 던져야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나아가야 되는 것인가, 그 기준은 국제적 기준과 보편적 상식에 맞아야 되고 우리 헌법 질서에 나타나 있는 인권과 자유 민주주의 평화, 그리고 우리 국방은 우리가 지킨다는 대원칙들, 즉 자주 국가의 원칙들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먹고 사는 삶에서, 교육에 있어서, 노동 관계에 있어서 두세 가지 큰 방향을 좀 뚫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진정성이 국민들한테 소통되어 국민들이 ‘아! 이거였구나’라고 깨달으며 ‘지난 문재인 정부 5년보다는 낫네’라고 하면 된다고 봅니다. 저는 바웬사를 꽤 인상적으로 봅니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첫 번째 문민 정부의 대통령이었죠. 아시다시피 바웬사는 아주 강력한 노조 위원장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임기 첫째 해 둘째 해에 한 것이 노조개혁이었습니다. 그런데 노조원들이 데모를 안 했어요. 설마 노조 위원장 출신인데 했던 것이죠. 그런데 5년 내내 노조개혁하고 끝난 거예요. 마지막 5년째는 노조들이 분노의 데모를 했습니다.

바웬사가 마지막 인터뷰하기를 ‘나는 노조 출신 대통령이지만 폴란드 대통령임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노조개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우도 거기서 공장을 지었고 유럽의 심장이 됐습니다. 저는 이것이 역사 의식을 갖고 있는 지도자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한 페이지 넘긴 尹대통령, 586 청산해야 하는 민주당

- 민주당은 어떻게 보십니까. 대안적 미래가 있다면? 민주당은 지금 저축했던 걸 다 까먹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있으면 마이너스 통장 쓸 것 같은데요?

(웃음) 대통령도 얘기하셨다시피 양 날개가 있어야 되는 것이죠. 그런데 저는 지금 민주당을 보면 국적보다 당적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쿠시마 가서 저런 얘기하고 정말 창피한 걸 모르면서 아직도 독립운동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두 가지가 민주당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공간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첫째로 이 변화하는 시대에 진보를 재구성해야 됩니다. 

고민하지 않고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까 싶어요. 87년 학생운동 때 자기들이 선두에 서서 이끌었지만 결정적으로 힘이 되었던 것은 넥타이 부대입니다. 넥타이 부대가 나와서 그들을 지켜주고 함께해 줬는데 여기서 절대로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은 독재 타도와 대통령 직선은 동의했지만 586 선배들이 대안으로 제시했던 사회주의 국가의 완성은 절대 찬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독재타도는 찬성했지만 사회주의 국가는 찬성하지 않고 그 결과가 노태우 당선으로 이뤄진 거 아니겠습니까. 그 의미는 지금까지의 군부 정부는 나빴지만 20~30년 동안 해왔던 경제 개발은 멈추면 안 된다, 이 메시지였거든요.

저는 이제는 586 선배들은 그 세대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보를 재구성해야 되고 두 번째는 민주당 사람들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선배들의 후배가 되고 막내가 되어서 선배들 은퇴한 다음 자리를 노리는 그런 얄팍한 정치 말고, 보수의 의제들까지 갖고 와서 진보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민주당과 진보 내에서 과연 시장은 적인가? 자본과 노동은 항상 싸울 수밖에 없는가? 아직도 중립적 외교가 맞는가? 환경을 이렇게 강제적으로 태양광 같은 도덕적 우월주의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맞는가? 이런 본질적 질문들을 할 수 있는 답들이 나와야 됩니다. 

밥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월급 받고 월급 주는 삶을 자기네들보다 못하게 여기는 그런 교만한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진보에 미래는 없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운동권 선배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선배들은 86년에서 사상적 정지가 왔기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배추가 배추이기를 고집하면 김치가 될 수 없죠. 출마를 한 번 더 하려고 결심을 했고요. 

지역을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정치적 목표를 수정할 의사는 없습니다. 그런 것을 바꾸면 정치에 의미가 없는 거죠. 다만 가는 길은 매우 유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말이죠. 제1차 전선으로서 22대 국회는 586 운동권들 좀 최대치로 사라지게 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무슨 얘기까지 기자에게 했느냐면 ‘논개처럼 출마를 안 시킬 의원 20명만 민주당에서 내가 선택하게 해준다면 나는 거기 가서 무슨 역할이든 하고 나도 불출마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것이 안 되면 다른 정당에 가서 그런 선배들을 선거에서 이겨서 집에 보내드릴 생각도 있다. 은퇴식을 미리 준비해 주겠다. 다만 은퇴식에 나오지 않은 분들에게는 답은 없는 거다. 그런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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