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여행] ‘가성비와 가심비’ 가득 한여름에 떠나는 열차여행
[테마여행] ‘가성비와 가심비’ 가득 한여름에 떠나는 열차여행
  • 권신일  코레일관광개발 대표
  • 승인 2023.09.04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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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바다를 가슴에 안고 달리는 바다열차

정동진 일출 여행의 기억은 많지만 거기서 100여m 더 가서 강릉-삼척-동해를 연결하는 바다열차를 타보신 적이 있나요. 

객차 내 의자는 바다를 향해 있고 시원스런 통창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바다열차는 강릉, 동해, 삼척해변역을 잇는 53km의 아름다운 동해 해안선을 두 시간 동안 달려갑니다.

창밖에는 불과 10여m 앞에 출렁이는 바다가 펼쳐지는가 하면 굽은 소나무와 터널 구간을 지날 때 승무원들의 특별 이벤트가 이어집니다. 승객 전체 가위바위보 게임이 있는가 하면 열차 칸마다 설치된 TV로 승객들이 감동 문자 사연을 올리기도 합니다. 엄마와 아빠, 사랑하는 이에게 평소 못다한 감정도 표현해보고 동기들과  즐거운 수다도 꽃피워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다음 역은 빠르게 지나쳐갑니다. 그 중 추암역은 해변 바로 앞에 도착합니다. 잠시 내려 넓은 백사장을 거닐다 나지막한 정자 위에 올라보기도 하고 애국가에 출연한 바닷가 소나무와 바닷가 흔들다리도 건너봅니다. 

열차여행에 포함된 현지 연결버스 편으로 우리나라 3대 미항인 초곡항에 도착하면 용이 승천했다는 용굴 촛대바위까지 잔도길을 트래킹할 수 있습니다. 바닥이 투명유리로 된 잔도길은 발아래 출렁이는 바다를 느끼며 스릴과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다시 강릉KTX로 복귀하는 이 모든 코스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만에 서울역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 시간을 지키는 철도여행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나로우주센터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우주과학열차

우리나라의 철도여행은 주로 국토부 산하 코레일관광개발을 통해 이뤄집니다. 공공기관인 만큼 지자체 보조사업들도 연계해 소비자 가격은 최소 20%에서 50%의 지원금을 포함해 가성비가 높습니다. 

최근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체험하는 우주과학열차는 고흥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한 결과입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과학자들이 열차에 탑승해 누리호 성공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직접 들려주고, 한화는 열차 내 우주과학콘셉트로 꾸며 유명 유튜버가 방송을 합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우주센터의 일반인 제한 구역까지 열어줘 학생들이 우주과학의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참가한 수백 명의 학생 중에는 우리 미래를 책임지는 우주과학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주과학열차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가심비 높은 여행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애초 철도 활용을 높이기 위해 여행상품들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철도여행을 위해 기차를 이용하며 국내 구석구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철도여행 중 가장 비싼 상품인 ‘해랑’의 경우 2인실 기준 2박 3일간 최대 350만 원의 가격임에도 10회 넘게 이용하는 N차 이용고객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합니다. 동부권, 서부권, 1박 2일 코스와 전국코스 2박 3일로 크루즈열차 내에서 숙박과 숙식을 기본으로 하는 서비스와 함께 정차할 때는 그 지역의 대표적인 특산품을 체험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최고급 열차여행 가격이 1000만 원이 넘는 다하고 호주와 시베리아 열차 여행도 인기가 높은 것을 보면 한국에서 특별한 경험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국토가 상대적으로 작다 보니 이렇게 열차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승객들 소위 ‘철덕(철도덕후)’가 이웃 일본보다는 적지만 내년 8월 부산-삼척 직선의 동해안선이 개통되면 전국적으로 열차노선이 더 촘촘해져 국내 철도여행 프로그램들이 다양해질 것입니다. 

지금은 멀게 느껴지지만 부산-강원-원주-블라디보스토크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시베리아열차 산업 및 열차 관광 시대도 머지않아 펼져지리라 믿습니다.

열차여행 추세는 지구온난화(Warming)를 넘어 기후열탕(Boiling) 시대로 접어든 지구촌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KTX 기준 부산까지 1000명을 실어 나르는 비용이 자동차 대비 1/6에 불과하다는 통계처럼 인류의 생존과 여행 본능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는 착한 소비이기도 합니다. 

나로호 발사대와 나로호
나로호 발사대와 나로호

국내외 여행객 모두에게 매력적인 열차여행

우리는 전 인구의 60%가 넘는 3000만 명의 해외여행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는 그 숫자의 절반 정도만 입국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여행수지 적자국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 여행시 보통 250만 원 정도를 쓴다고 하니 1/3 정도만 내국관광으로 발길을 돌린다면 약 25조 원을 국내여행으로 돌릴 수 있고 특히 돌아다니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지방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은 우리와 달리 약 20%, 2500만 명 정도만 해외여행을 하고 대부분은 국내여행을 한다고 합니다. 주요 이유로는 고령 인구들의 비행기 여행 기피와 기차를 이용한 지자체 국내여행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와 지자체 관광 인프라가 해마다 크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사례 중 하나는 부산까지 두 시간 반에 주파하는 고속열차 여행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해운대에 설치된 블루라인파크 해변모노레일에는 국내 관광객보다 외국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수도권 사람들에게도 부산 해운대 바다를 보며 약 한 시간 동안 모노레일을 즐기는 경험이 하루 안에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정확한 시간 계획이 필요한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경험입니다.

해외여행 시 1주일 정도를 고려할 때 하루 정도는 도착한 장소 외에 멀리 떨어진 다른 유명한 곳에 가보고 싶지만 낯선 곳에서 수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다녀오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포기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고속열차시간표는 하루 또는 1박 2일간 서울에서 400km 떨어진 부산을 체험할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최근 한류 인기로 BTS 공연이 있는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 가기 위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방문시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을 거쳐 부산까지 다녀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방문시 부산 뿐만 아니라 소위 BTS 성지라는 강원도 주문진, 완주 아원고택까지 여행하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습니다. 친환경 여행에 이어 방방곡곡 한류체험을 도와주는 가성비 높은 교통수단입니다. 

보경사 내 송림
보경사 내 송림

새로운 풍경과 세상을 경험하는 ‘Serendipity 열차여행’

Serendipity는 여행에서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내가 앞만 보고 운전해야 하는 자동차 여행 대신 두 손 자유롭게 열차로 다니다 보면 평소 다니던 길이지만  새로운 풍경과 세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철강으로 유명한 포항 여행을 예로 들어봅니다. 

서울 기준 아무리 빨리 가도 차로 네 시간 넘게 걸리지만 열차로 두 시간여 만에 도착해 이름이 좀 애매한 내연산에 도착하면 ‘내연산의 남자’ 약칭 ‘내연남’ 별명을 지닌 문화관광안내해설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신라시대 천년 고찰인 보경사에서 선인들의 자취를 거쳐 12폭포 소리를 시원하게 듣다가 치유의 숲을 방문해 때로는 창밖 소나기 소리를 들으며 족욕을 경험한 후 영일만 영일대에 올라 멀리 포스코 전경을 바라보다 귀경한 경험은 Serendipity에 딱 맞는 경험입니다. 

철도여행의 공공성과 지자체의 각종 보조금이 더해져 실제 소비자가는 대부분 7만~9만 원 이내로 가성비가 높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친환경의 가치까지 더한 철도여행을 아직 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여름에 꼭 한 번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한번도 이용 안 해본 사람은 많지만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다양한 Serendipity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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