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민 신뢰 잃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는 자업자득
[심층분석] 국민 신뢰 잃은 KBS 수신료 분리 징수는 자업자득
  • 이인철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 승인 2023.07.3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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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분리징수와 공영방송 KBS 수신료 징수에 대하여 방송통신위원회는 분리징수 방식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정하기로 하여 KBS 수신료는 별도 고지로 변경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중 방통위 소관 업무인 공영방송 재원 투명성 강화 과제에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KBS 수신료 제도 검토가 있었다. 작년 7월 한덕수 총리는 KBS 수신료 통합고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전은 분리징수 방안에 관한 법률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분리징수 방안이 논의중인 사실이 확인되었다. 올해 3월 대통령실이 추진한 수신료 분리징수 토론에 참여한 국민의 96.5%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 의견을 냈다. 대통령실은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 및 그에 따른 후속조치 마련에 착수했고,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은 이에 따른 것이다. 

전기요금과 통합고지되는 KBS 수신료를 분리고지하자는 국민 여론은 경제적 이유나 수신료 정책에 대한 지지 여부가 아니라 KBS의 행태로 인하여 수신료를 납부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편파보도로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방송 운영을 하면서 방만 경영을 해온 공영방송 KBS에 대한 혁신의 요구가 그 배경에 있다고 볼 것이다. 

KBS 수신료에 대한 의문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친 지난 20대 국회에서 수신료 논의가 진행되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서 고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제안되었다. 분리 고지 법안의 취지는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함으로써 시청자 권리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번 정부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제안된 법안 중 박주민 민주당 의원 안과 똑같다. 법률과 시행령이라는 형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수신료 징수를 통합고지에서 분리고지로 변경하는 이유가 박주민 법안(2017.4.3.발의, 2006551)의 제안 취지에서 잘 설명되어 있으므로 이를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현재 KBS가 TV 수신료를 징수할 때 한국전력공사에 위탁하여 전기사용료에 병합 징수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공사가 송출하는 방송을 시청하지 아니하는 시청자에게까지 수신료를 강제 납부하게 하는 불합리한 점이 있음. 이에 수신료 징수 위탁기관이 TV 수신료를 징수할 때에는 위탁기관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된 형태로 징수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TV 수신료 징수제도를 시정하고 시청자의 방송 선택권을 존중하여 방송 수혜자인 시청자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함” 

수신료 징수 방법에 있어 전기요금과 통합하여 부과고지함으로써 사실상 강제징수하도록 하는 것은 KBS에 대한 특혜 부여인데 시행령 개정으로 특혜를 없애고 본래의 징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제안된 분리고지 방식으로 변경하는 모든 법안이 입법 취지를 같이 하고 있다.

국민이 수신료를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국회가 분리고지 방식으로 변경하는 데 의견 일치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과 20대 국회에서의 같은 내용의 법 개정 논의는 필요한 개선임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실행하지 못하는 것과 단호히 실행하는 자세의 차이를 보여준다. 

방통위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반대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시행령 개정 절차에 대한 것과 개정의 결과로 KBS 경영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월 5일 과천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 연합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월 5일 과천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텔레비전방송수신료(KBS·EBS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떼어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 연합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수신료 징수 적절한가

입법예고의 기간이 원래 40일인데 10일로 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국민 권리 보호를 위한 경우에 입법예고를 안할 수도 있으며 이 사안은 규제 부과의 사안이 아니고 징수에 관한 특례를 폐지해서 본래의 분리고지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절차상 문제는 없다.

시행령 개정을 위한 방통위 의결시에 3인 체제에서 2인의 찬성으로 결의한 것을 문제삼는 주장이 있으나 법은 의결정족수를 재적 과반수로 정하고 있고 재적이란 법정 위원수가 아니라 결원을 제외하고 현재 방통위원 자격이 있는 위원 수를 말하는 것이므로 회의 절차상의 흠결은 없다.

현재 방통위가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5인체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법률상 방통위원의 임기가 보장되어 재직기간의 차이가 생기는 관계로 방통위 구성이 현재와 같은 것은 제도상 불가피하다. 

분리고지로 돌아가면 수신료 수입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어서 KBS 경영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은 실증적인 근거가 없다. 전기요금과 수신료의 통합고지는 30년 전인 1994년에 출발했다.

위기론은 1994년 이전의 자료에 의한 추정을 근거로 한다. 강제성이 없으면 국민이 납부 의무를 회피할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된 것인데 국민 수준을 낮게 보는 발상이다. 수신료에 대한 국민적 거부의 본질인 KBS의 불공정 방송과 정파적 운영 및 방만 경영의 문제를 도외시한 채 KBS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 주장이다. 

연간 수신료 수입은 약 6800억 원 정도로서 KBS 매출의 약 45% 정도에 달한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2021년말 기준으로 KBS 직원 중 1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인원이 51.3%로 전년대비 5% 증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수신료가 매출의 반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KBS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게 되는 이유다. KBS가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수신료를 국민 부담으로 한다는 비판이 있음에도 KBS는 2021년 6월 KBS 이사회 의결로 수신료 인상안을 가결하여 국민의 비난에 직면해서 무산된 사실이 있다. 

시행령 개정은 수신료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국민 의사를 감안해서 과거의 분리징수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므로 반대론은 근거가 빈약하다. 논의되는 것이 분리징수 사안인데 뜬금없이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강변하면서 공영방송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경우를 보는데, 시청자가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가르쳐 주겠다는 식의 국민 계도적 입장에 서서 긍정의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필요성은 공영방송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의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확인된다. 공영방송의 책무가 무엇이며 어떻게 그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보여주지 아니하면서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국민에게 던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영방송의 필요성 증명을 KBS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공영방송은 국민국가의 기본 미디어로서 국민통합의 과제를 수행하는 국민포털이었다. 방송 환경이 다매체 다채널이 되어 동일한 콘텐츠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유통되며, 대부분의 정보가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어 TV 프로그램을 정규편성시간이 아닌 때에 유튜브 등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 본다. 과거의 포털로서의 공영방송의 위상은 사라졌다. 

방송 광고가 지상파에서 인터넷으로 이동하여 지상파방송은 광고 수입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콘텐츠 판매에 의존한지 오래이며, 사회 다양성의 증대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함은 공영방송만이 제작할 수 있고 송출해야 하는 공적 내용의 콘텐츠라는 것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공영방송의 차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됨은 물론이고 운영에 있어서도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 실정이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도 공영방송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그에 따른 수신료 징수 및 징수 방법의 적절성에 대해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이것이 수신료 문제 논의의 본질이다. 종래 두 번의 헌재 결정(98헌바70, 2006헌바70)은 수신료를 TV 수상기를 보유하는 시청자 집단에 대한 특별부담금이라고 개념지었다. 

공영방송을 실제 시청하는 사람이 아니라 TV 수상기를 보유하는 사람의 집단을 공영방송의 운영과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봐 공영방송 재원 부담의 주체로 인정해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논리다. 

헌재의 논리는 모든 가정의 거실에 놓여 있는 TV를 시청한다는 과거의 환경을 전제로 한다. 한 가족의 생활공간인 거실의 TV 수상기를 통해서 가족 구성원이 같은 시각에 함께 뉴스와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시대가 지나고, 인터넷이나 위성을 통하거나 PC 환경 또는 모바일 환경에서 각자의 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원하는 다른 시간에서 시청하는 시대가 되었다.

종래의 TV 수상기에 의한 지상파 수신으로 프로그램을 접하는 시청자 집단이라는 수용자 개념을 상정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시청을 하지 않음에도 부과된다는 문제 이전에 공영방송 제도에 수반하는 시청자라는 개념이 소멸되었고, 이것이 수신료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TV 수상기 보유를 이유로 하는 부담금의 부과는 설득력이 없다. 누구나 TV 수상기 보유만을 매개로 KBS 운영이라는 공영방송제도와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지상파 수신 장치의 보유에 부과되는 세금인 물품세나 보유세로 여길 것이다. 부담금 논리가 미디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여론에 따라 국회에서 수신료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대 국회는 통합징수는 실질적인 강제징수라는 여론이 있으므로 일단은 분리고지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6월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노조 관계자들이 방통위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추진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6월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치한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노조 관계자들이 방통위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추진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외부의 경영감독 받지 않는 KBS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이라는 헌재의 설명은 부담금에 관한 현행 법과도 맞지 않는다. 모든 부담금의 설치와 관리 및 운용을 규율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에는 KBS 수신료가 없다. 2001년 개별법에 흩어져 있던 부담금 규정을 통합해서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제정되었다. 부담금관리기본법 제3조는 “부담금은 별표에 규정된 법률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별표에는 방송법이나 KBS 수신료 관련 내용이 없다. 이점은 2006헌바70 현재 결정에서도 다루어졌는데, 당시 헌재는 “공과금의 성격이 부담금인지 여부는 실질적인 내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부담금관리기본법 부칙 제3조가 “법 시행 당시 별표에 규정되지 아니한 부담금이 부과되고 있는 경우에 기재부장관은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부담금의 폐지 등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할 수 있다”라는 경과 규정을 두고 있어 별표에 규정되지 아니한 부담금의 존재를 예정하고 있다고 볼 것이므로 “수신료가 부담금관리기본법상 부담금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여전히 수신료는 부담금에 해당한다는 설명으로 넘어갔다. 

헌재는 당시의 상황에서 법에는 규정되지 않은 KBS 수신료의 성격 규정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부칙의 경과 규정에 의하더라도 부담금은 해당 법에 규율되어 있어야만 한다는 취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해서 운용하는 취지가 부담금을 법에 의하지 않고 설치하거나 운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국민 부담을 주는 경우를 엄격히 제한하고자 한 것인데 KBS 수신료는 이 법의 제한을 벗어나 있다. 

위 헌재 결정이 내려진 2008년 이후 15년이 지난 오늘도 부담금을 총괄하는 법인 부담금관리기본법에는 KBS 수신료가 부담금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방송법 시행령으로 수신료 통합징수를 하는 것이 KBS에 대한 특혜이듯이, 부담금의 일종인 KBS 수신료가 부담금에 대한 총괄법인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가 되고 있다. 이 부분은 제도적으로 분명하게 정리되어야 한다. 

공영방송 문제의 근원에는 법제도의 불분명성이 있다. KBS는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실질적인 공기업이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제외되어 자체적인 경영평가 외에는 외부의 경영감독이 없다.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의 개념 정의가 없어 왜 공적 재원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공영방송의 수행 책무에 대해서 방송법상 상업방송의 과제 이상의 것을 규정하지 않는다. 방송으로서의 독립성 요청과 국민 포털로서의 연혁적이면서 제도적인 위상이 그렇게 제도설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은 사회제도의 하나라고 인정되어 넓은 권한을 갖고 간섭을 받지 않고 운영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법과 제도의 상황이 오늘의 KBS 문제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로 보인다. 

공적 재원으로 유지되는 KBS가 그동안 불공정 보도와 정파적 운영 및 방만 경영의 문제에 대해서 시정을 위한 어떠한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필요한 개혁을 거부하고 세금을 축내면서 유지되는 공기업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분리고지 시행으로 수신료 문제를 가지고 국민과 직접 대면하면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을 다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스스로의 변화를 통해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이를 전제로 국민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며 그 관계를 기초로 삼아 수신료의 개념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 논의 배경에는 포털의 변천이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세계적으로는 빅포로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포털의 거너번스 구축과 이에 대응하는 제도 변경이 진행 중이다. 한편에는 수신료 수입으로 과거의 국민포털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환경변화에 따라 수신료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과 논쟁을 벌이는 KBS가 있다.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이 보여주는 현실은 레거시 미디어인 지상파공영방송 논의에 발목이 잡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전체 미디어 거버넌스 제도 설계의 필요성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분리고지의 시행이 종합편성을 전제로 지상파 송출에 의한 공영방송체제 유지를 위한 수신료 논쟁의 국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공영방송 문제 논의는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묻는 것에서, 모두가 네트워크상에 있는 정보화시대에 공영미디어의 가능성과 필요성 논의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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