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내부 반란인가 국정원장 측근 인사 전횡인가
[포커스] 내부 반란인가 국정원장 측근 인사 전횡인가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3.07.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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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인사 파동 내막

지난 6월 14일 동아일보와 시사저널을 필두로 “국정원 내부에서 인사 파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이날부터 며칠 동안 국정원 내부 인사 문제를 단독 보도했다. 국가정보원 원장 비서실장 산하에 설치한 방첩센터장이 자신의 지신들을 1급 자리에 배치하는 등의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과거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사건과 노벨상 수상 공작을 폭로했던 김기삼 변호사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열면서 의견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김규현 국정원장과 김모 방첩센터장의 우파 인사 등용 방침에 반발한 국정원 내 기회주의자와 친문세력의 반란”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등은 “지난 6월 초 국정원 1급 간부 7명에 대한 인사를 대통령이 일주일도 안 돼 반려했다”라며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모 전 방첩센터장이 자신의 동기 등을 주요 보직에 앉히려 한 것이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이 김 전 센터장의 인사 전횡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언론은 이 일이 대통령실에 전해진 ‘투서’로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내부에 세력화를 도모하는 집단이 있는데 그 중심에 김 센터장과 이번 1급 인사에서 진급한 사람들이 있다”라는 게 투서 내용이었다고 시사저널이 보도했다. 동아일보 등은 전문성이 없는 3급 직원을 1급 보직으로 승진·발령했다며 이를 ‘인사 전횡’이라고 불렀다. 또한 이들이 1993년 입직한 김 센터장의 동기라고 전했다. 

김 전 방첩센터장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기사는 며칠 동안 계속 나왔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김 전 센터장이 올해 초 세상에 드러난 민노총 간첩단, 창원간첩단, 제주간첩단, 전북 지하망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당사자라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전직 국정원 간부와 국정원 외부에서는 “국정원 내부에 모종의 갈등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

“지난해 조성준 국정원 기조실장 사임이 내부 갈등의 전조”

얼마 뒤 국정원 안팎에서는 ‘내부 반란’이라는 주장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존치와 대공 수사·방첩 역량 복원에 앞장섰던 김 전 센터장을 제거하면 ‘강성우파’인 김규현 국정원장도 낙마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김 전 센터장이 세력화를 꾀했다는 인사와 관련해 해당 인물들의 전문성이 문제라는 주장은 김규현 원장의 인사 방침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만든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센터장이 그동안 무슨 일을 해왔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국정원 대공수사 인력이 아직은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규현 원장이 왜 간첩 수사 기구를 별도로 만들었는지 이유부터 먼저 살펴봐야 한다”면서 “현재 언론이 보도하는 ‘전문성 결여’니 ‘인사 전횡’이니 하는 주장은 김규현 원장이 진행했던 일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마타도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국정원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고, 국내 정보 분야 및 대공수사권 폐지를 추진하면서 국정원에 여러 파벌이 생겼는데 그중 일부 파벌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 이번 일이라고 소식통은 주장했다. 

김규현 원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1급부터 4급까지 주요 간부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방첩센터를 대공 수사를 담당하는 2차장 예하 부서가 아니라 따로 설치한 이유도 ‘보안 문제’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과거 해외거점장 인사를 봐도 전문성은 딱히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 세력들은 김 전 센터장 문제를 키우면 김규현 원장을 낙마시킬 수 있고, 그 여세를 몰아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타격을 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인사 전횡’의 중심에 선 김 전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이전 국내 정보 분야에서 일했다. 그는 언론이 상상하는 것과 달리 정치권에는 기웃거린 적이 없었다고 한다. 

다른 소식통은 지난해 10월부터 내부 갈등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시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성준 국정원 기조실장이 그만뒀다. 김규현 국정원장이 올린 인사안과 조성준 기조실장의 인사안이 달랐던 것이 원인이었다. 

‘강성 우파’인 김규현 원장은 그동안 홀대를 받았던 대공·방첩 인력을 적극 등용하고, 문재인 정부에 ‘적극 부역’한 사람은 진급에서 배제하기를 원했다. 반면 조성준 기조실장은 내부 화합에 중점을 두고 ‘부역’과 무관하게 사람을 등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은 대통령실이 김규현 원장의 안을 채택하고 조 실장이 사임하면서 일단락됐다. 

‘국정원 정상화’를 기치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김규현 원장과 김 전 센터장의 인사가 ‘강성 우파’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원장에게 “특정 라인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중앙일보가 지난 16일 보도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고 얼마 뒤 김 전 센터장은 핵심 보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대신 2급으로 승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이 김 전 센터장과 그의 동기들을 1급 보직에 승진·배치하는 인사안을 6월 초순 상신하자 대통령실에서는 지금까지 김 전 센터장이 순수한 애국심으로 활동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인사와 관련해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은 김 전 센터장과 그의 동기들이 무리한 승진을 시도한 탓에 ‘국정원 내 친문세력’이 김규현 원장 체제를 뒤흔들 틈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지회 회장을 역임한 송봉선 한반도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1급은 모두 떠났지만 2~3급 중 일부는 아직 남아 있다”면서 “그중 일부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세력 확장과 주류 재진입을 노린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원 정상화 의지’가 있는 한 ‘국정원 내 친문세력’의 부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김석규 전 목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 문제가 국정원이 열심히 ‘적폐 청산’을 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라며 “명확히 뭐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김규현 원장에게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는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국정원 정상화를 급진적으로 추진하면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음을 김 전 센터장이나 김규현 원장이 미리 예상하고 행동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들의 이런 지적은 며칠 뒤 전직 국정원 요원이었던 김기삼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국정원 내부의 기회주의자와 친문 좌파 세력이 김규현 원장에게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국회 정보위에 참석하는 김규현 국정원장
국회 정보위에 참석하는 김규현 국정원장

김기삼 “김 전 방첩센터장, 국정원 내에서 공격 받는 중”

과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공작, 국정원의 도청 공작 등을 폭로했던 전직 국정원 요원 김기삼 변호사는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코리안커뮤니티센터에서 국정원 인사 내홍의 내막과 배경에 대한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변호사는 “국정원 인사와 관련한 기밀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미증유의 일”이라며 이런 소동의 이면에는 모 고위 간부가 자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 고위 간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원장과 함께 임명했다. 그는 “대통령이 인사 철회를 결정한 뒤 언론들은 국정원 내 분쟁상황에 대해 연일 추측과 억측, 모략과 왜곡이 뒤섞인 마타도어(흑색선전)성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면서 “현재 그 고위 간부는 동아일보를 비롯한 여러 매체의 편집진에게 국정원의 인사 관련 흑색선전 보도 자료를 넘겨주고 있고, 이것은 확인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CBS에서도 국정원 내부 동향에 관한 흑색선전용 정보가 보도된 바 있는데 이후 감찰조사를 통해 누설 직원의 신원을 확인·파면 조치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초순 국정원 1급 인사를 반려한 것에 대해 김기삼 변호사는 “일부 일탈 직원이 모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이번 1급 인사는 김규현 국정원장이 대통령실 공직기강실과 인사비서관실을 통해 대통령의 재가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이후 윤 대통령이 해당 인사안을 두고 특정인의 지나친 개입 소지를 인정하고 일부 인물에 대한 인사 재가를 철회했다. 

김 변호사는 “인사 재가 번복은 일부 문재인 정권 부역 직원들이 이번 인사안을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모략한 결과를 윤 대통령이 사실로 오인해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들이 주범이 된 것은 문재인 정권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향한 김규현 원장의 불화살이 조만간 자신에게도 덮쳐올 것으로 예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선수를 쳐서 김규현 원장을 제거해야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판단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싶다”고 풀이했다. 

문재인 정부 동안 국정원이 국익을 외면한 행태를 보인 것을 두고 김기삼 변호사는 “그동안 국정원 내 기회주의적 생계형 우파와 극렬 좌파가 진성 우파를 절멸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 내 진성 ‘애국우파’ 요원이 5%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국정원은 문재인 정권 5년을 거치면서 좌파 정권에 투항·협조했던 기회주의적 생계형 우파 직원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면서 “아직도 지난 정부를 극렬 지지·추종하는 이념형 좌파 직원도 20~30%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반면 자유 대한민국을 결사 수호하려는 의지를 가진 진성 애국 우파 직원은 극소수(5% 미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DJ와 노무현 집권 10년 동안 국정원은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을 중심으로 소위 ‘종자론’ ‘꿈나무론’에 입각해 좌파 친화적 인물을 대거 채용했는데 이때 임용한 직원들이 현재 15~25년차에 이르러, 4급부터 2급의 중견 간부로 성장해 국정원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중추 세력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이번 국정원 고위직 인사 내홍은 (국정원 내의) 기회주의적 성향의 생계형 우파와 극렬 좌파 세력이 카르텔을 형성, 현재 극소수 남아 있는 진성 애국 세력을 절멸시키고, 나아가 김규현 원장의 국정원 정상화 노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현재 진행 중인 방첩센터의 간첩수사 활동을 마비시키는 동시에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는 올 연말까지 태업을 벌임으로써, 종국적으로는 국정원을 영구히 식물화·형해화하려고 획책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인사 파동의 해법에 대해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인 송봉선 이사장과 김석규 전 교수는 “국정원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송 이사장은 “(김규현) 원장도 앞으로 인사에 관여하지 않고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게 할 것”이라며 “국정원 고위 인사에는 대북·대공수사·방첩 분야 경험이 많은 사람을 앉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교수는 “국정원 정상화가 한창인 지금 김규현 원장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국정원 정상화와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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