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재외동포청, 신세대 동포를  잡아라
[논단] 재외동포청, 신세대 동포를  잡아라
  • 이현주  전 주오사카 총영사
  • 승인 2023.06.23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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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인천에서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인천이 근대 최초의 이민이 출발했던 항구라는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둘째, 21세기 모국과 재외동포와의 관계를 일신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은 떠나갔던 이민자들이 다시 유턴 이민으로 돌아올 정도로 경제가 발전되었고 민주주의도 성숙했다. 또한 재외동포들도 세대가 바뀌어 3세·4세로 이어진다. 이들은 모국인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기억도 없고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신세대 재외동포가 재외동포 사회의 중추가 되는 시대에 출범하는 재외동포청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도 크고 우려도 있다. 이제까지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주로 이민 1세대와의 유대관계를 전제로 전개되었고 너무 국내 정치에 연계되었다. 재외동포재단은 이러한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각 지역의 한인회 등 동포조직의 대표와 특정 유력인들만 주로 참석하는 한국내 행사에 주력해온 측면이 있다. 정부 기관이 된 재외동포청까지 이런 전례를 답습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재외동포 정책, 젊은 신세대 재외동포들과의 유대관계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과 ‘재외동포’는 어떤 ‘인연’을 매개로 ‘동류의식’을 가지고 또 어떤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이하 ‘모국인’이라고 하자)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동시에 재외동포들도 당연히 한국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한국인인가? 그런데 그 ‘우리’는 중국인, 일본인처럼 통일된 명칭이 없다. 한국인, 조선인, 고려인, 코리안… 등 제각각으로 부른다. 이 글에서는 일단 편의적으로 ‘한국인’, ‘재외동포’라는 용어를 쓰겠다. 

게다가 ‘700만’ 또는 ‘750만’ 재외동포는 다양한 역사문화적 배경과 사회계층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700만’ 또는 ‘750만’ 한민족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일본 도쿄에서 초임 외교관의 일을 시작했던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숫자 용어는 분명히 1987년 가을 재일민단 주최로 도쿄에서 개최된 제1회 세계한민족대회의 당시 박병헌 단장의 기조연설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초임 외교관으로 주일대사관에 근무했던 필자는 그 초안을 쓰면서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재외동포의 대략적인 규모를 추산했고 그 다양성에도 주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5일 인천 연수구 부영송도타워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출범식에서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에게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 /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6월 5일 인천 연수구 부영송도타워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출범식에서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에게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 / 연합

‘한국인’, 그리고 ‘재외동포’

재외동포들이 모두 동질적이지는 않다. 스탈린에 의해 강제이주 당한 유라시아지역의 ‘고려인’도 있고, 일제의 압제를 피해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족’도 있다. ‘재일동포’도 있고 ‘재미동포’를 비롯한 미주지역 동포들도 있다. 유학이나 해외 근무 하다가 현지에 정착한 사람들도 있다. 제3국에 정착한 탈북민들도 많다. 이들은 서로 언어도 다르고 동질성도 희박하다. 재외동포들은 일본, 미국, 중남미, 유럽, 아시아, 중동,아프리카 등 전 세계 지역에 걸쳐 거주한다. 그 중에는 민주주의체제 국가도 있고 권위주의·독재체제 국가도 있다.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지역의 주류 종교도 다르다. 이에 따라 문화적으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다. 특히 이민 3세대 이후 젊은 해외동포들의 언어와 문화는 대부분 현지화되었다. 한국어와 한국의 문화·역사에 대해서는 다른 외국인보다 조금 더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느낄 정도일 것이다. 

 재외동포 개개인의 삶의 조건도 다를 것이다. 원래부터 부유한 사람도 있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이민 온 사람들도 있다. 부자가 된 사람도 있고 가난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서로 교류가 없는 경우도 많다. 탈북민들이 그러한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에 따라 동포 상호 간이나 모국에 대한 인식과 태도도 다를 것이다. 이들에 대한 모국 사람들의 인식도 다르다. 그래서 민족이라는 추상적인 동류의식보다는 실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재외동포는 한국 국적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국적에 따라 의무와 권리를 구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미묘한 불만이나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하나로 뭉쳐진 것은 아니다. 

재외동포청의 기능과 업무는 재외동포의 이러한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정책은 동포단체와 같은 ‘중간 대리인’이 아니라 모든 ‘재외동포 대중’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재외동포 단체에 정부의 일을 대행시키거나 재외국민 선거 등 정치에 관한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재외동포’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부각시켜 ‘모국인’과 ‘재외동포’간의 위화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적에 따라 구분되는 성격의 업무는 민원행정에 국한하는 것이 좋겠다. 

결국 신세대 재외동포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일은 한국인 모두의 문화적 유대와 현실적 이익을 연계하여 증진하는 사업이 중요해진다. 예를 들면 역사학 등 인문학 분야에서 재외동포의 모국 유학을 지원하는 사업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도 있다. 미국 대학에서 아시아 역사 중 한국사를 가르치는 교수의 대부분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신세대 재외동포 청년들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 즉 한국이 교육 투자를 하는 것은 곧 한국의 국제적인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국익과 직결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양측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것이다. 경제와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도 지원할 수 있다. 

신세대 재외동포의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한국 사회에 더 많이 소개될수록 한국의 과학기술계의 발전을 자극할 수 있다. 단 전문 정부 부처나 관련 기관과 연계·협력하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통일부 같은 지원사업의 권한 독점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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