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규 법제처장 “한국의 법치주의, 헌법 수준으로 올라서야”
이완규 법제처장 “한국의 법치주의, 헌법 수준으로 올라서야”
  • 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정해훈  미래한국 사장  
  • 승인 2023.06.23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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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정해훈  미래한국 사장  
사진  김희진  미래한국 객원기자

법제처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이완규 처장을 5월 3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스마트 집무실에서 만났다. 평소 신중하고 말이 적은 편이지만 이날 만큼은 적극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시종일관 확신이 넘친 모습이었다. 그만큼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사항에서는 소신 있게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법률에 근거해 집행되는 만큼 정부의 법제 전문 부처인 법제처의 중요성은 말할 수 없이 크다 하겠다. 이완규 처장으로부터 윤석열 정부 성공의 실질적인 뒷받침이 되는 법제처의 수장으로서 1년 동안의 업무 활동에 대해 들어본다. 

- 취임 1주년이 되셨는데 먼저 그 동안의 업적이나 감회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간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법률안 309건이 국회에 제출되었습니다. 그 중 118건이 국회를 통과(38%)하여 첨단전략산업의 육성과 민생 안정 등 주요 국정성과의 창출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먼저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작년 12월 ‘행정기본법’과  ‘민법’에  만 나이 사용 원칙이 확립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만 나이가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6월 28일부터 관련 규정이 시행되면 법령상 다양한 나이 기준 혼용으로 발생하는 각종 불편·혼선이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법제처는 지난해부터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ㆍ소상공인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학력이나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의 경력도 실무경력으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60개 법령의 정비를 완료했고, 소상공인이 일률적으로 과중한 제재처분을 받아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고의ㆍ중과실 없는 소상공인의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제재처분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109개 법령에 대한 정비를 끝냈습니다. 일에 매진하다보니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 취임 후 역대 법제처와 혹시 운영상 새로운 정책 시도나 변화가 있었는지요?

정부의 법제업무를 총괄하는 법제처는 법령 심사ㆍ정비 및 해석 등의 업무를 함에 있어 항상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인가를 고려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해나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법제처장으로서 ‘공정’과 ‘상식’이 라는 이념에 따라 헌법을 먼저 생각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실질적 법치주의가 국민 개개인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봅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 3월 6일 법제조정정책관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지난 3월 6일 법제조정정책관실 개소식에 참석했다.

전체 기업의 94%인 소상공인 지원 법령 대대적 정비

-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제처장으로, 현 정부의 법제 집행 방향이나 기본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금년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대통령께서는 법제처를 법무부, 공정위와 함께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라 할 수 있는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라고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법제처는 입법과정에서 우리 헌법정신을 담아 법을 해석하고, 법 규정을 만드는 기관으로서 최일선에서 헌법 수호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보신 겁니다. 

법제처는 이러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모든 법제처 업무에 있어 항상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인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해나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특히, 여소야대인 현 정국 상황에서 가히 의회입법의 홍수시대라 할 수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시는지요?

아시다시피 법제처는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률안에 대해 검토ㆍ분석하고  국회입법과정에서 통일된 정부 의견이 국회에 전달되도록 하는 업무를 우선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입법의 축이 정부에서 국회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한 정부내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작년 12월 27일에 법제조정정책관실을 신설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다년간 법제 경력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들로 구성된 법제조정정책관실에서 의원입법 관련 지원업무를 전담하여 의원입법에 대한 품질 높은 법리지원과 부처 간 갈등을 책임감 있게 조정ㆍ관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의원발의 법률안에 대한 전문적인 법리지원을 하고, 부처 간 갈등으로 법안 심사가 지연되지 않고 품질 높은 법안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적극 지원할 방침입니다. 

- 현 정부의 지지율이 비교적 저공비행 중인데, 혹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획기적인 규제완화 방안은 있으신지요?

우리나라 경제의 저변을 지탱하는 중요한 주체면서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분들이 소상공인*입니다. 이러한 소상공인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기본적인 책무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소상공인이 전체 기업의 94%, 종사자의 44%를 차지(‘20년 기준, 중기부ㆍ통계청)>
이에 법제처는 창업부터 폐업까지의 영업 단계마다 소상공인에게 불필요한 경영 부담이 되는 까다로운 규제를 우선적으로 골라 없애 창업장벽을 낮추고, 영업부담을 대폭 줄이는 법령 정비를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창업 단계에서는 영업에 필요한 시설이나 장비 요건을 완화하거나, 영업 사전신고 의무를 면제하는 등 소상공인이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또한 영업 단계에서는 소상공인이 일시적으로 등록기준에 미달하게 된 경우 자발적으로 시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일정기간 제재처분을 유예해 주는 법령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법무부ㆍ기재부 등과 함께 과도한 경제형벌을 간단한 행정제재나 과태료로 전환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폐업 단계에서도 소상공인에게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재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살펴 정비해 나갈 생각입니다. 

- 이완규 처장님은 평소 헌법정신에 입각한 법치주의 구현을 강조하셨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사례가 있는지요?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한편, 이를 위해 국가권력을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눠 상호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원리와 이념이 현실화되는 것이 실질적 법치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정부의 법제업무를 총괄하는 법제처의 특성상 업무 전반에 있어 항상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방향인가를 먼저 고려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를 확립해나갈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하루 빨리, 법률수준이 아닌 헌법원칙에 입각한 헌법정신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고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 국정과제인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 혹시 법제처가 특별히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으신지요?

현대국가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방식은 국가 차원의 민주주의와 지방 차원의 민주주의가 있고, 두 방식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합니다. 지방 차원의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선택ㆍ결정ㆍ집행할 수 있도록 자신의 규범인 조례를 지역 실정에 맞게 정립하는 자치입법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법제처는 지방 사무에 관한 사항을 법령에서 조례로 대폭 위임하는 법령 정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관부처 협의를 통해 연내 정비 완료가 가능한 과제부터 개정절차를 시작하였으며, 속도감 있는 권한 이양을 위해 한꺼번에 여러 개의 법령을 고치는 일괄 개정 방식으로 추진 중입니다. < ※ 법률 23개, 대통령령 15개 일괄개정 입법예고안 규제심사 사전검토 완료(5월):입법예고(8월), 국무회의(9월) 상정 추진 >

이러한 사후적 차원의 법령 정비뿐만 아니라, 자치입법권을 제약하는 법령을 법제심사 단계에서 사전에 차단하고, 지역주민 생활과 밀접한 법령의 경우 지역 전문가가 법령 심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자체 자치입법 역량 강화를 위해 자치법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법령을 정비하기 전이라도 지자체가 조례를 주도적으로 재개정할 수 있도록 법제처의 전문적인 검토 의견을 지자체에 제시합니다. 법령 정비에 따라 조례가 적기에 마련되고 조례로 위임된 사항에 대한 제도적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델 조례안을 각 지자체에 제공합니다. 입법 컨설팅 등 종합적ㆍ체계적인 입안 지원을 현재 다각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 3월 15일 지방 4대 협의체와 MOU를 체결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지난 3월 15일 지방 4대 협의체와 MOU를 체결했다.

국가보훈부·재외동포청·우주항공청 출범 지장 없도록 신속하게 법령 심사 

- 지난 6월 5일부터 정부조직상 변화가 있는데 국가보훈부나 재외동포청이 먼저 출범하고, 연말쯤 우주항공청 출범하는데 이에 따른 준비는 어떤지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공약사항이 이렇게 마무리돼 성공적으로 이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기쁘게 생각합니다. 국가보훈부,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에서 잘 준비해 왔고, 법제처도 신속한 법령심사 등으로 관계 부처를 지원해왔으며, 앞으로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미 각부처간의 직제 및 업무조정 등 기본적인 사항은 결정됐고, 재외동포청의 경우, 현지 우리 교민과 관련된 업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항공청의 경우에는 때로 해외우수 전문인력의 수요가 필수적으로 많을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수인력 유치를 위해 특별한 처우 개선 및 급여체계 마련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 조금은 예민한 문제이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의 비판수위가 높은데, 이완규 처장님은 어떠한 시각이신지요?

우리나라는 단원제 국회제도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국회의 무리한 입법에 대해 법 시행 전에 이를 견제할 제도로서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유일합니다. 헌법은 대통령 중심제를 취하고 있고 대통령에게 국가 운영의 책임을 부담하게 하면서도 무리한 입법에 대해 삼권분립상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부여한 것이라고 봅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적 절차이고, 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자주 있는 일입니다. 따라서,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반민주적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좌), 정해훈 미래한국 사장(우)과 대담하고 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좌), 정해훈 미래한국 사장(우)과 대담하고 있다.

- 이완규 처장님 말씀을 경청하다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는데요. 이번  기회에 마지막으로 법제처에 애정을 갖고 있는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정부가 용단을 내린 나이 계산의 원칙을 만 나이로 확립하는 행정기본법과 민법, 이른바 ‘만 나이 통일법’이  6월 28일부터 시행됩니다. 

우리는 그 동안 다른 나라에 없는 한국식 나이를 오랫동안 사용해왔습니다. 사회적 관행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대단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초기에는 여러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나, 앞으로 만 나이 사용 문화가 정착된다면 그간 다양한 나이 기준 혼용으로 인해 발생해 온 법적 분쟁이나 다툼, 불필요한 사회ㆍ경제적 비용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 만 나이로 답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생일 케이크에 꽂는 초의 개수도 만 나이에 맞추는 것이 당연해질 수 있도록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또한 국민이 선택하고 결정해주신 윤석열 정부입니다. 이제 취임 1년을 맞고 있습니다. 성공을 지켜봐 주시고, 아울러 법제처는 국민 단 한분의 법적 애로에도 빈틈이 없도록 더 노력하고 국가 발전과 번영의 가장 기초가 되는 효율적인 법령, 합리적인 법치체계 확립에 가일층 매진하겠다는 다짐으로 갈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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