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세상] “북·중 견제 위해 한일관계 개선 필요” 
[데이터로 보는 세상] “북·중 견제 위해 한일관계 개선 필요”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3.03.2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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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인식 조사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나라를 꼽으면 북한, 중국, 일본,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들 나라들에 대해 한국인들이 친근감을 나타내는 감정온도는 지난 몇 년 간에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시사IN 잡지에서 2021∼2022년에 조사했고, 그 전인 2018∼2020년에는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여론조사가 있다. 이 둘은 합쳐 이들 나라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온도를 변화추이로 그려보면 <도표 1>과 같다.    

감정온도 미국, 일본, 중국, 북한 순

<도표 1>에서 보면 미국에 대한 감정온도가 가장 좋은 편으로, 2022년 11월인 최근에는 62%까지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4개국 중에서 감정온도가 가장 나쁜 편이었으나 2021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하여 2022년 말에는 36.2%가 치솟아 중국과 북한을 앞서고 있다. 북한에 대한 감정은 2020년까지 미국 다음으로 좋은 편이었으나 최근인 2022년 말에는 4개국 중에서 가장 나쁜 24.3%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감정은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하여 2022년 말에는 27.3%를 기록하여 미국과 일본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한국을 지배했던 나라이므로 한국인이 일본에 대한 감정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특히 한국인들이 일본을 생각할 때 일본은 ‘세계와 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나라이고 군사적으로도 ‘위협적’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시사IN의 조사에 의하면 이런  생각도 세대 간 큰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도표 2>는 한국인의 세대별로 일본에 대한 생각이 다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 도표를 보면 일본은 세계와 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세대는 60대 이상에서 68.9%로 제일 많고, 20대와 30대인 소위 MZ세대(밀레니엄+Z세대)에서는 40%대로 그리 높지 않다. 일본이 위협적이라는 인식도 MZ세대에서는 낮고 40대 이상에서는 높은 편이다. 즉 이런 조사는 젊은 세대가 장년 세대보다는 일본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MZ세대는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세대이므로 MZ세대의 한일관계 인식조사 결과를 좀 더 살펴보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2023년 2월 16∼21일 20·30대 청년 62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도표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본에 대한 인상이 긍정적인 사람이 42.3%,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17.4%로, 압도적으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71%가 필요하다고 답하고, 29%는 불필요하다고 답하여, 이것도 대다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선의 필요성으로는 ‘양국협력을 통한 상호 경제적 이익 확대’가 45.4%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상호협력을 통환 중국의 부상 견제’로 18.2%, ‘북핵 대응 등 동북아 안보협력 강화’가 13.3% 등이다.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호감도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인들도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좋아지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가 실시한 작년 10월부터 11월에 걸쳐 전국 18세 이상 응답자 1732명의 우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국민들 가운데 ‘한국에 친근감을 느낀다’고 답한 응답자는 45.9%로, 1년 전보다 8.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한일관계를 중시한다’고 답한 비율은 68.0%로, 1년 전 조사 때보다 5.9%포인트 높아지는 등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감정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과 일본 국민이 상호 친근감이 좋아지고 있다는 현상은 두 나라 간에 협력 관계가 증대될 수 있다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최근(2022년 12월 31일) 미국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USNWR; US News & World Report)가 ‘국력(the most powerful countries)’ 평가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매년 글로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 BAV 그룹과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이 전 세계 85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국력 평가는 6개 부문을 조사했는데 한국은 100점 만점(1위 국가를 100점으로 하고 2위부터는 상대 점수를 나타냄)에 경제적 영향력(economically influential, 79.8점), 군사력(strong military, 79.1점), 수출 호조(strong exports, 84점), 국제 외교(strong international alliance, 66.4점), 정치적 영향력(politically influential, 48.6점), 리더십 역량(leadership, 22.5점) 평가를 받아 종합 점수 64.7점으로 세계 국력 순위 6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 1위는 미국(100점)이고, 이어 10위까지는 중국(96.3점), 러시아(92.7점), 독일(81.6점), 영국(79.5점), 한국(64.7점), 프랑스(63.3점), 일본(63.2점), 아랍에미리트(53.8점), 이스라엘(53.8점). 한국의 국력은 2021년 8위에서 2022년 6위로 상승했다. 이와 반면에 일본은 2021년 6위에서 2022년 8위로 하락했다. 

상위 1∼10위 국가에 대한 구매력(PPT) 기준 1인당 GDP, 총GDP, 인구, 면적 데이터를 보면 <도표 4>와 같다. 한국은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에서 4만6918달러로 중국, 러시아, 일본, 이스라엘을 추월하고 있으며, GDP에서도 러시아를 추월하였다. 그러나 면적 측면에서는 한국은 작은 나라에 속하며 일본의 26.4%에 지나지 않고, 인구도 한국의 5175만 명은 일본의 1억2568명의 41.2%에 지나지 않는다.   

2021년 한국의 국력이 일본 앞서 진정한 ‘극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104주년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변했다”면서 양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는 과거사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미국의 동맹이자 자유·시장경제 체제인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함을 역설한 것이다. 또한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우 미래 지향적인 획기적인 발언임이 분명하다. 

과거 대통령들은 취임 후 첫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날을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해자’ ‘반인륜적 인권 범죄’ 같은 표현을 쓰며 일본의 반성을 촉구했다. 과거 대통령들은 3&#8901;1절과 광복절마다 대체로 비슷한 기념사가 반복됐다. 한국정치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계기가 있을 때마다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정해진 패턴이었다. 

이런 연설 뒤에는 언제나 한일 관계가 서먹해지고 과거사 문제도 더 꼬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곤 했다. 이제는 이런 악순환을 끊을 때가 된 것으로 보이며, 옹졸하게 행동하는 일본보다는 한국이 먼저 포용력을 보이며 미래로 나아가자고 선언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이제 한국도 선진국이며, 한국이 일본보다 뒤처진 분야도 많지만, 여러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도표 4>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은 4만6918달러이고 일본은 4만2940달러로 한국민이 일본인보다 더 잘 산다. 

군사력 평가(미국 US News & World Report의 2022년 자료)에서는 일본이 세계 5위, 한국이 세계 6위로 엇비슷하다. 그리고 반도체·스마트폰 등의 IT 산업이나 조선&#8901;배터리·석유화학 등의 제조업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라는 ‘라인’도 한국의 토착기업 네이버가 만든 것이고, BTS와 ‘오징어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는 일본의 문화 산업을 뛰어 넘고 있다.

제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가해의 역사는 결코 우리가 잊을 수는 없지만 이에 매몰되어 습관적으로 일본을 때리는 것은 우리의 국익을 해치고 전략적인 우리의 선택을 스스로 제약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제 과거사를 가지고 일본과 싸우는 수준은 넘어선 나라이고, 앞으로는 일본을 다독이면서 우리가 동북아의 리더십을 발휘해 가면서 미래를 이끌어가야 한다. 중국발 안보·경제 위험 급증, 한계에 달한 북핵 위협 등을 고려할 때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두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세계의 평화미래 질서에 동행하고, 함께 번영하는 길로 가는 협력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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