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통령보다 이란을 두둔하는 사람들은 누구?
[포커스] 대통령보다 이란을 두둔하는 사람들은 누구?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23.02.22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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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순방 중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이 이란’이라고 언급해 이란 측이 반발하자 MBC, JTBC 등 주요 지상파와 종편 등은 일제히 저녁 메인 뉴스에서 많게는 리포트 3건씩을 할애해 윤 대통령 발언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윤 대통령의 이 발언과 관련해 외신의 그 어떤 보도에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거나, 틀렸다는 논평이나 코멘트는 없었다. 대부분 한국발 뉴스를 인용 보도하는 것에 그쳤다. 심지어 친 아랍권 언론인 ‘알 자지라’도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중동 평화를 헤친다거나 하는 식의 논평이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외교전문가가 아닌 이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란에 사과를 해야 한다’거나 ‘총리급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외교에서 기본은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이 원칙이다. 이 원칙을 깬 쪽은 이란이었다. 이란 외교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명을 기다린다’며 윤 대통령의 행동을 요구했다. 외교적 관례로 본다면 이란 측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은 UAE의 적이 아니며,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양국관계를 악화시켰다’고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란은 우리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물론 그 의도에는 유엔의 규제로 인해 동결된 석유 판매자금 70억 달러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자금 동결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대한민국이 준수해야 하는 국제레짐이다. 문제는 이란에 사과해야 한다거나 특사를 보내야 한다는 중동 전문가들이 도대체 어떤 이들인가 하는 점이다.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UAE를 공격한 바 있다. UAE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아랍 연합군 일원이다.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UAE를 공격한 바 있다. UAE는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아랍 연합군 일원이다.

엉터리 중동학자에 놀아난 민주당과 언론

지난 1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 이희수 성공회대 이슬람문화연구소 석좌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중동전문가로 초빙되어 인터뷰를 했다. 이희수 교수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화해 분위기던 이란과 UAE를 오히려 적대관계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와 이란과 UAE, 주변국들도 당황과 불편함을 주는 형국이라고 전하면서 ‘총리급 특사 파견’을 주장했다. 이희수 교수의 주장은 여러 매체들이 ‘중동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으로 인용 확산 보도됐다. 그러자 민주당이 이희수 교수 주장을 들어 ‘이란에 특사 파견’을 요구했다.그런데 이희수 교수는 중동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는 이란어 전공학자였다. 

이희수 교수는 한국외국어대에서 터키어를 전공한 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아시아사를 비롯해 튀르키예를 비롯하여 중동과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의 이슬람 문화를 연구했다. 김호동 교수와 마찬가지로 버나드 루이스의 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바 있으며, 대표적인 책으로는 <이희수 교수의 이슬람>, <이슬람 학교>, <톡톡 이슬람>, <인류 본사> 및 여타 튀르크 역사 관련 저서들이 있다. 그는 이란의 문화와 역사, 이슬람교를 주로 연구하는 인문학자였을 뿐 중동의 정치경제 정세에 관해 연구한 바가 없는 이다. 

더구나 이희수 교수는 9·11 테러가 있던 2001년 한 진보 매체에 ‘조작된 이슬람 근본주의’라는 칼럼을 통해 이슬람의 과격한 근본주의는 미국이 만든 것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썼다. 그는 ‘서구가 그토록 즐겨 사용하는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용어에는 매우 위험한 서구의 음모’라며 ‘기독교 원리주의가 이슬람 원리주의보다 먼저 등장한 것’이며 ‘이슬람 원리주의는 1940년대 서구식 정치질서와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일체의 이슬람운동에 서방세계가 그들의 기준으로 갖다 붙인 용어’라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옹호하고 변호했다. 

만일 이희수 교수의 주장이 옳다면 얼마 전까지 중동을 공포와 좌절에 몰아넣었던 IS와 같은 테러집단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아니라 서구식 정치질서와 세속주의에 반대하는 순수한 무슬림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희수 교수는 또 “오직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서구의 독선과 오만이 바로 이슬람 급진주의의 최대 후원자인 셈이다. 걸프해에서 철저한 미국의 경찰국가로 자처했던 팔레비 샤 정권이 이란의 이슬람 정권 태동을 가능하게 해줬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국내 종북세력들이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철권통치를 하며 미국에 적대적인 이유는 미국이 북한을 무너트리려 하기 때문’이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이렇듯 친이란, 친 이슬람 종교, 언어학자가 버젓이 중동전문가로 행세하며 메이저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사리에 맞지도 않는 외교적 제안에 민주당과 언론들이 놀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UAE 최고 권위 중동학자, ‘이란은 UAE의 적’

그렇다면 이란은 UAE와 현실적으로 어떤 관계일까.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면 UAE의 국익을 전제로 중동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중동연구의 권위를 인정받는 ‘에미리트 정책센터’ 엡쳇쌈 알켑티(Ebtetsam Al-kebti) 박사다. UAE 출신인 그녀는 중동에서 여성으로는 최초로 이집트 카이로 대학에서 중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고 두바이의 준 국책 연구소인 ‘에미리트 정책센터’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동문제 연구에서 가장 신뢰받는 연구소로 지명되는데, 알켑티 박사가 분석한 ‘친이란 대 반이란 중동 신 네트워크(Anti Iran vs Pro Iran New network) 연구’는 유럽이사회 국제관계 보고 사이트에 게시되어 있다. 여기에서 알켑티 박사는 이란을 명확하게 UAE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UAE의 대 이란 경제협력은 이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며, 그렇기에 ‘UAE는 이란에 대해 확실하게 주적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UAE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아크부대 방문시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말한 바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고 신뢰감을 줬다고 평가하는 것이 차라리 옳을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UAE로부터 아크부대를 철수하려는 협정 개정안을 추진하다가 바라카 원전을 도입했던 왕세제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계약 파기의 경고까지 받아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주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은 오히려 왕세제로부터 대한민국과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동맹을 신뢰하고 35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오일머니 투자를 결심하게 만든 바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란을 두둔한 발언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순방에도 어김없이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며 “대통령께서 뜬금없이 이란을 겨냥해서 적대적 발언을 내놨다.”, “형제국이라는 UAE를 난처하게 만들고, 이란을 자극하는 매우 잘못된 실언”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기초적인 사리 판단도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외교·안보의 기본을 제대로 챙겨보기”를 권하기도 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과 이란은 수교 60년이 넘은 우방국가”라며 “대통령의 외교참사로 국민들은 참 쪽팔린다”고 자조하며 “쪽팔린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란 현지에 있는 우리 교민들, 기업들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우리의 우방국가”라고 평가하며 “외교의 최종 목표는 국익 추구이고 적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가는 데마다 사고를 치고 적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MBC 표준FM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 1월 18일 인터뷰에서 “세상의 외교를 모르고 상식도 모르는 무지의 대통령이 대형 외교 참사를 일으킨 것”이라며 심각한 참사라고 평가했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는 상당히 관계 개선이 되고 있다. 이란은 절대 참지 않는다. 이슬람 국가는 무서운 나라들”이라며 “그래서 외교부 대변인이 이미 얘기하라”라고 지금 압박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기는 커녕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외교 참사를 일으키며 국익을 훼손하고 국격을 갉아먹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아들과 딸을 그곳에 파견 보낸 부모들은 매일 가슴을 쓸어내리게 됐다”며 “강남 테헤란로는 졸지에 이적 국가의 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는 “외교적 수사는 신중해야 한다”며 “한마디 한마디가 국가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도 만들고, 소원하게도, 적으로도 만들 수 있다”며 “대한민국 국익과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외교의 일반적인 방향을 설명하며 “지금 대통령의 입이 국익과 국민 안전에 가장 큰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대 전 의원은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 당시 맺었던 한·UAE 간 비밀 상호방위협약을 사실상 수면 위로 공개해버린 것이라고 진단하고, 이러한 행위는 한·이란 관계는 물론이고 UAE의 입장 또한 곤란하게 만들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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