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0.7% 정권교체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주도권에도 나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과 영남, 호남의 완연한 지역정서의 확인은 향후 정국에 상당한 파란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 자체가 중앙정치에 모멘텀을 줄 수 있는 의회정치와 단절되어 있거니와 오세훈, 홍준표와 같은 국민의힘내 정치적 거물들의 지자체장 입성은 그 자체로 미래권력을 향한 잠룡들의 전진기지 확보라는 점에서 보수와 국민의힘 내에 권력투쟁의 전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가운데 강원지사 선거에 승리한 김진태 전 의원 역시, 향후 대권 주자로서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현재 여소야대라는, 그것도 여전히 과반수 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원외 보수 정치세력이 하나의 구심점으로 단결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지방선거 승리와 관계없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임시전당대회가 소집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신임과 징계 처리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향후 정국은 태풍 정국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원내 입성으로 파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본인이 살고 당이 죽었다’는 평가는 이재명 후보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결국 민주당은 지도부 교체를 통해 전선을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대여투쟁의 키를 누가 잡느냐는 문제에서 이재명 당선인과 지지세력, 그리고 당원들 사이에 갈등도 예상된다.
향후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장동 검찰 수사에 민주당이 이재명 당선인을 지키기 위해 방패가 될 경우, 민주당 내에 상당한 내홍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의 정통 적자가 아니라는 점이 향후 윤 대통령의 지지세력 결속에 어떤 점으로 작용할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3·10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의 정치적 자산이 붕괴되고 구심점이 와해된 상황에서 기존 보수 활동가들과 이데올로거들은 오피니언 리더로서 존재감과 영향력이 거세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 철학을 함께 할 여론 주도 세력과 인물들을 새로이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정국을 어떻게 돌파하려 할지, 아직 그 윤곽은 분명치 않지만, 윤 대통령에게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윤 대통령은 정치권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2년 후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현재 모순을 타개할 승리가 윤 대통령에게 절실히 필요함과 동시에 무엇보다 임기 중반 이후 자신의 국정 철학을 함께할 친윤 의원들을 최소한 원내교섭단체에 필요한 25명 이상은 확보해야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점에서 정계 개편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때가 무르익어야 하는 정계 개편을 인위적으로 추진하기보다는 2년 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판 물갈이를 위해 ‘부패청산’이라는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더 유력해 보인다.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지지와 연대 세력이 취약하다는 점은 정통 보수를 자처하는 기독교 보수 세력과 친박근혜 세력, 그리고 문재인, 이재명, 조국 지지 세력으로서는 반 윤석열에 대한 협공의 암묵적 연대를 형성하려는 동기가 된다. 그러한 움직임은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이 과거 황교안 대표 시절 친박 성향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윤 대통령과 정치적 코드를 함께 하기 어려운 이들로 주로 공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윤 대통령과 정치 코드를 함께 맞추려 들 수는 있으나 국민의힘 내에 피할 수 없는 당·청 간의 갈등과 비주류의 결속, 그리고 오세훈, 홍준표, 김진태, 안철수 등의 미래 권력과의 거리 조정을 위해 선뜻 윤 대통령의 친위그룹에는 들어가지 않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윤 대통령은 원외로부터 새로운 정치적 신예들을 확보하고 수혈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의 아젠다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운동권 적폐와 대장동에 대한 수사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법치와 공의라는 아젠다로 국정의 헤게모니를 선점하는 전략 외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과 같은 소명 받들어야
사실 국민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며 표를 준 이유도 촛불 시민혁명을 내세운 운동권 세력들의 ‘30년 장기집권론’속에 감춰진 부패와 타락의 적폐를 청산해 달라는 요구였음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의 역성혁명과 같은 역사적 상황에 놓여 있다.
고려말 백성들과 지식인들은 타락한 귀족정 고려를 혁파하고 새로운 기풍의 나라를 원하고 있었다. 고려의 백성들은 체념적인 무력한 한림 귀족들과 한편으로는 몽골에 결사항전을 주창하는 강성 무신 정치세력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수탈과 핍박을 인내하고 있었다.
그러한 고려말의 상황은 ‘민주 대 반민주’를 내세워 30년간 기득권을 추구하며 대한민국의 주류를 교체해 온 한국의 진보 정치 세력들의 타락한 행태와 너무나 닮아 있다. 국민은 이제 신물이 난 것이다.
구체제의 모순을 일거에 뒤엎은 이성계에게는 단지 사병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권근, 정도전, 이색과 같은 새로운 정치 이념의 성리학의 이데올로거들이 있었다.
이들과 이성계는 손잡고 고려의 불교 귀족정을 대체할 유교적 근대화의 조선을 개국할 수 있었고 신분 세습이라는 체제를 과거 등용이라는 능력주의로 대체할 수 있었다. 그런 단절과 개혁의 힘이 조선을 500년간 존속시킨 힘이었다면 힘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보수의 적폐를 청산했던 기개와 소명으로 이제는 진보의 민주 적폐를 청산해야 하는 시대 소명을 받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과 등장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윤 대통령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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