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인류문명의 완전한 파괴(destruction)에 이은 중흥(renaissance)을 예상케 한다. 가장 중요한 국책과제의 하나인 교육에서도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 온라인 수업의 불편함과 오프라인 수업의 불안감이 쌓여 있다.
재조정의 출발은 정확한 학력평가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으므로 초중고 학생들의 학력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중단되었던 전수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로써 교육과정에서 설정한 학생들의 학력이 정상적으로 달성되었는가를 정확히 측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팬데믹으로 교육도 재조정(reset)이 필요
2020년 초에 6월로 입학이 연기되는 마당에 보충수업기간을 둬야 교과과정이수가 충실하게 이행될 것이므로 이러한 비상 상황에서 학력보충기간을 측정해 그만큼 졸업 시기를 늦춰 종래 논의하다가 엄두를 못냈던 9월 학기제를 도입할 적기라는 주장이 활발했으나 다시 3월 입학으로 이행되자 이러한 논의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모든 논의의 중심에는 충실한 교육이란 명제가 있고 이를 위해 사회가 6개월을 참아 차제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어찌 보면 실을 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짧아진 수업기간 내의 방과후교실의 전면화, 방학 단축, 보충수업 등의 학력보충방법만으로는 도저히 학력을 제고하기에 역부족일 경우에는 학력보충이 필요한 기간만큼 졸업 시기를 늦춰 6개월이 필요하면 당장 9월 학기제를 도입하도록 하고,
4개월이 필요하면 일단 4개월을 늦추고 다음연도에 2개월을 늦춰 9월 학기제로 들어서고 만일 2개월 보충으로 충분하다면 매년 2개월씩 늦춰 3년에 걸쳐 9월 학기제를 완성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팬데믹도 한풀 꺾이고 있어 재학 기간이 길어진다는 데 대한 사회적 부담과 혼란이 심대하므로 학력보충 방법으로 회복할 수 있는 한, 학력보충의 방법을 택하게 될 것이고 6개월을 늦추는 9월 학기제 방안은 실기한 감이 없지 않다.
9월 학기제
6개월을 더 공부해야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과 6개월이 늦어지는 입학생의 공백을 맞게 되는 유아교육과정을 지원해야 하는 재정부담과 사회에서 졸업생을 6개월 기다려 취업생을 받게 되어 1년 단위로 돌아가던 사회구조가 모두 6개월이 늦어지는 결과가 되어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간다.
내가 재직 시 교육부에서 검토한 것은 팬데믹 이전이기도 하여 6개월 늦추는 것이 아니라 9월 학기로 한 학기를 당기는 것이었고 이러한 방안은 지금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9월 학기제 도입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바람직하다. 9월 학기제는 1학기를 3월이 아닌 9월에 시작하는 제도로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운영 중이다.
3월 또는 4월 학기제를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호주뿐인데,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9월이 여름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가을 학기제를 운영 중인 것이다. 일본 정부도 최근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인해 4월 입학을 9월 입학으로 늦추는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반대가 만만치 않다.
9월 학기제가 도입되면 1학기는 9월에 시작되며 1월 초에 종료된다. 그 후 약 2주의 겨울방학을 거쳐 1월 말 시작되는 2학기는 6월 초에 끝난다. 여름방학은 약 3개월로 6월부터 8월 말까지이다.
개학 시기를 9월로 조정하면 외국으로 유학을 하는 한국 학생이나, 외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외국 학생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가량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해외파견자들의 자녀가 국내로 복귀할 때에도 국내학교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다.
또한 3월 학기제에서는 여름방학 한 달, 겨울방학 한 달 반, 봄방학 열흘 정도로 방학이 쪼개져 있어 방학기간의 효과적인 활용이 어렵고, 짧은 봄방학으로 인해 교사나 학생들이 새 학년을 준비하는 데도 문제가 있다.
특히 주요 선진국처럼 긴 여름방학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여름방학 인턴 활동, 체험활동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면 교육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 정부는 학생·학부모들의 우려를 덜어주면서도, 우리 교육의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9월 학기제 실행 방안을 마련하여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여야 한다. 9월 학기제 도입은 학교시설 확보, 교사 확보, 교육과정 개편 등을 위해 적어도 3년의 준비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제 개편
한편 국제적으로는 5.5세에 입학을 하되 1년을 유아학교에 다닌 후 5년 과정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제가 보편적이다. 우리도 6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6년을 다니는 학제를 6개월 단축하자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만일 학제를 5.5세로 6개월 당기고 1년을 유아학교로 한다면 9월 학기제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9월에 입학하여 5.5세에서 시작하여 6세가 될 때까지는 시설이 확보될 때를 기다려 당분간 유치원에서 유아교육 기간을 수행하다가 6세가 되어서는 초등학교에서 유아교육을 6개월 더 한 후 6.5세부터 5년간 초등학교를 수업하는 것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6년 후에는 6개월 일찍 9월 졸업생이 중학교에 진학하는데, 이에 대하여서는 6년간 준비하고 그동안 학생 수 감소 등의 변화를 감안하면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3년 후 고등학교, 다시 4년 후에는 대학에서 9월 입학생이 입학하게 되니 이를 대비한 시설 등의 확충이 필요할 것이다.
넘어야 할 산
9월 학기제 도입에 대한 우려는 우선 9월 학기제 도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 교육재정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14년 연구한 ‘9월 신학년제 실행 방안’에 따르면, KEDI가 제시한 가장 유력한 9월 학기제 도입 방식인 초등학교 입학을 6개월 앞당기는 방식을 따를 경우, 소요 비용이 12년간 약 1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9월 학기제를 실행하면 학생들이 한 학년에 서로 다른 2개의 학기제를 운영하게 되므로 해당연도에 학생 수가 약 2배 증가하고, 이에 맞춰 학교 시설, 교사 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9월 학기제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때 대입 경쟁이 심화되고, 노동시장 진입 시에도 경쟁이 심화되며, 현행 정부회계연도와도 불일치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사회시스템을 모두 바꿔야 하니 사회 저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령기 인구 감소로 인해 9월 신학기제로의 전환비용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17년 초등학교 신입생수를 약 47만 명으로 보고 소요비용을 추계했으나, 2025년에는 약 30만 명, 2026년에는 약 27만 명, 2027년에는 약 26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만약 초등학교 학제를 5년으로 단축하고 1년의 유아학교 공교육 과정을 도입한다면, 초등학교에서는 한 학년에 2개의 학기제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고,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1년 단축하여 운영하므로 소요비용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경우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첫해는 3월이 아닌 9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므로, 현행 만 6세인 초등학교 취학연령이 만 6.5세가 되는 결과가 되나, 유아학교 1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만 5.5세 취학연령이 된다. 따라서 향후 입직연령을 6개월 단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입직연령은 늦고 퇴직연령은 빨라 인적자원 활용이 미흡하고 아동 발달수준이 빨라져 현행 6년의 초등학교 수업연한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므로 9월 학기제 도입과 함께 학제개편도 함께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입시 및 대학교육 측면에서는 9월 학기제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12년(초등학교를 5년제로 하면 11년) 후에는 3월 학기제의 학생들과 9월 학기제의 학생들이 6개월 간격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되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 경우 대학입시가 6개월 간격으로 2회 실시되어야 할 것인데, 해당연도의 대학입학 정원을 증원하여야 할 것이다. 3월 학기제의 졸업생은 재수기간이 1년이 아닌 6개월로 축소됨에 따라 재수생이 증가하여 대학입시 경쟁률을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9월 학기제 전환은 고용시장 측면에도 영향을 미쳐 9월 학기제가 처음 적용된 학생집단은 3월 학기제 학생들과 6개월 차이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되어 이 학생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길게는 대학원 졸업까지 신규 구직자 증가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와 기업은 9월 신학기제 전환에 따른 국가시험 등의 일정을 조정하고, 변화된 신규 인력 배출 일정을 고려하여 채용 계획을 수립하며, 구체적으로 공개채용 시기를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활성화하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고용 확대정책으로 이를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정확한 학력평가를 기반으로 한 학제개편과 9월 학기제로의 전환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급변하는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우리 교육의 국제적 통용성 확보를 통해 우수 인력의 국제 교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외국 입학자원의 국내 대학으로의 유입 확대 차원에서나 2월 학사일정의 비효율 문제, 신학년 준비기간의 부족, 방학 시기 및 기간의 문제 등 현행 제도상의 문제점 해소, 특히 긴 여름방학 중심의 방학체제로의 개편을 통한 방학의 활용도 제고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전환기에 재학하는 학생·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교육여건의 악화는 물론 동급생 수의 증감에 따른 입학 및 취업 경쟁 등에서의 형평성 문제에 있어서 쉽게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으니 국민과의 면밀한 소통을 통하여 갈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요컨대 이 과제는 장기적인 면에서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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