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리뷰] 지행 33훈과 천금의 어록
[미래리뷰] 지행 33훈과 천금의 어록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21.06.23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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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말]  민윤기 편, 스타북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의 말이라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라”고 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이 말의 앞뒤 사정은 잘 모른 채 삼성 임직원을 향해 들이댄 ‘명령’이었다고만 기억하고 있다. 그것도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불쑥’ 한 것처럼 알고들 있는데 이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이건희 회장이 1987년 삼성 총수인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언론 인터뷰, 저서, 신년사 등 숱한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그 어느 한 마디도 충동적으로 ‘갑자기’ 말하지는 않았다. 말 한 마디라도 ‘갑자기’는커녕 심사숙고한 끝에 하였다. 어떤 문제든 그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또, 또 생각한 끝에 ‘작정’한 다음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야기할 내용을 A4용지에 적어놓거나 그것을 보고 말하지 않았다. 준비된 원고는 없었다.

오로지 자신이 심사숙고한 내용에 의지했다. 놀라운 직관과 감을 통해 나온 말이었다. 그래서 그때마다 ‘신(神)의 한 수’ 같은 위력을 보이곤 했던 것이다. 이는 2020년 현재 50만 명 이상의 임직원과 연 매출 400조 원의 삼성그룹 총수 신분이라서가 아니라 일본에서 유학하던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

생각을 먼저 정리하고 나서야 할 말을 정할 만큼 그는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런 점이 삼성 가(家)의 둘째아들이면서도 ‘후계자’로 대권을 낙점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삼성의 기업경영은 1993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1993년 삼성전자에서 재직 중이던 40대의 일본인 디자이너가 작성한 ‘후쿠다 보고서’가 이건희 회장을 자극하여 신경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고서를 읽어본 이건희 회장은 2류에 안주하는 임원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그는 프랑크푸르트에 200여 임원을 모아놓고 2주일 동안이나 토론하며 “15년 전부터 위기를 느껴왔다. 지금은 잘 해보자고 할 때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갈림길에 서 있는 때다. 우리 제품은 선진국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멀었다. 2등 정신을 버려야 한다”고 위기와 변화를 외쳤다.

이렇게 ‘후쿠다 보고서’가 삼성의 혁신을 촉발했고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시발점이 되었다.

그후 이건희 회장은 68일간 독일·스위스·영국·일본을 오가며 임직원 2000여 명과 350여 시간의 회의와 간담회를 했다. 그는 사장단 40여 명과 800시간 이상 토론도 했다. 때로는 밤을 새웠다. “불량품은 경영의 범죄 행위”라며 경영진에 질책과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도 조직은 좀처럼 바뀌지 않자 이건희 회장은 ‘지행 33훈’이란 행동 지침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지행’은 알고[知], 행동하며[行], 쓸 줄 알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할 줄 아는[評] 내용으로 삼성을 이류에서 일류로, 다시 초일류로 변화시켜 나가는 이건희 회장의 혁신적인 철학을 담고 있다.

저자  민윤기는 1966년 월간 ‘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55년째 현역시인으로 시를 쓰고 있다. 등단 초기에는 <만적> <김시습> <전봉준> 같은 시를 발표해 ‘역사참여주의’ 시인으로서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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