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돌아보는 2020년의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위기를 한꺼번에 맞은 듯하다. 그 중심에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위협, 코로나 위기, 경제 침체 현상, 미·중 패권 전쟁에 따른 외교 안보의 위기, 국민들의 실제 삶과 동떨어진 국회의 입법 경쟁 등 대한민국의 제도와 미래를 위협하는 도전들이 서 있다.
대한민국의 번영과 미래에 대해 고심하는 사람들은 ‘과연 내 생에 이렇게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올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깊은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으리라.
이 나라의 계속성과 가치 그리고 근본적 단위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차별 금지법, 낙태 관련 법, 전통적인 기독교 성(性) 윤리에 대한 도전, 페미니즘의 유행, 남녀 갈등, 결혼 기피 현상 등의 총체적인 위기 가운데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가정이 아닐까?
지금 성(性)과 결혼에 대한 도전들은 법과 제도 그리고 논리로만 막아서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가정의 문제에서 탄생한 왜곡된 관점과 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를 하고자 한다면 다시 가정이라는 근본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마이크 펜스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유대인들의 가정이 모범적으로 보여주듯, 창조주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고유의 역할을 아비들이 충실하게 이행할 때, 가정이 바로 서고, 자녀들은 평안 가운데 성장하며, 남성은 건강한 남성성을 배우고, 여성은 건강한 성(性) 정체성을 경험한다.
그리고 아비들이 아내를 내 몸처럼 사랑하고(엡 5:25), 자녀들을 노엽게 하지 않고(엡 6:4) 친구 같은 벗이 되어줄 때, 자녀들에게는 세상의 악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생기며, 특히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 더 나아가 세상과 관계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과연 이러한 시대에 우리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일 텐데, 그런 의미에서 항상 자기 자신을 “저는 기독교인이며, 보수주의자이며, 공화당원입니다.” (a Christian, a conservative and a Republican)라고 소개하는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R. Pence)의 삶은 우리에게 너무나 귀중한 귀감이 된다.
美 부통령 마이크 펜스는 보통,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시절 딕 체니(Richard B. Cheney) 부통령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가진 부통령,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아들, 대북 강경파,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정치 지도자, 기독교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 최우선인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정치적인 행보와 업적 외에도, 우리는 그의 가정에 대한 철학과 가정 안에서 믿음과 행함이 하나 된 온전한 삶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 펜스의 첫째 딸 샬럿 펜스(결혼 후 그녀의 이름은 남편의 성을 따라 Charlotte Pence Bond가 되었다)는 2018년, <당신이 가는 곳,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들(Where You Go: Life Lessons from My Father)>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그녀는 본서의 서두에서, 마치 십계명처럼 아버지 마이크 펜스가 자신에게 구두로 전해준 교훈과 삶에서 행동으로 보여준 교훈을 24개로 정리했다.
이 목록은 “본을 보이며 리드하라(Lead by example)”, “절대 소리치지 마라. 분노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한다(Never shout. Anger does not inspire).”, “모든 것에 정직하라, 특별히 작은 것일수록(Be honest in all things-especially the small things.)”, 등의 교훈으로 이뤄져 있다.
이 문장들을 잘 보면, 성경의 구절들을 마이크 펜스가 체화시켜서 삶으로 살아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본이 되라는 교훈은 “주장하는 자세를 하지 말고 오직 양 무리의 본이 되라(베드로전서 5:3)”는 말씀에,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분노가 아니라는 격언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고린도후서 5:14)”라는 말씀에, 정직을 강조한 것은 “신실한 증인은 거짓말을 아니하여도 거짓 증인은 거짓말을 뱉느니라(잠언 14:5)”와 같은 성경 말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슬리 몽고메리(Leslie Montgomery)의 저서, <마이크 펜스의 신앙(The Faith of Mike Pence) >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는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개종 후 항상 말씀에 깊이 몰두하고 그것을 삶으로 나타내려고 힘썼다고 한다. 이를 샬럿 펜스의 이야기와 조합해보면, 마이크 펜스는 말씀이 머리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가정 구석구석에 실현되도록 살아 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If you lose your family, nothing else will matter much)라는 격언을 평생 몸소 실천한 삶은 가정에 대한 강조가 사라지는 이때 더 소중하다. 그는 2000년부터 인디애나 주 하원에 6번 연속 당선되었는데, 샬럿 펜스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는 바쁜 공직 생활 중에서도 거의 매일 밤 가족과의 저녁식사를 위해서 집으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와 남매들은 아버지를 볼 수 있었고,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치 사도 요한이 생명의 말씀을 들었고 보았고 만져보았다고 말한 것처럼(요한일서 1:1). 그렇게 마이크 펜스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존재감이 없는 관념 속의 아버지나, 일을 다 하고 남은 시간에나 볼 수 있는 바쁜 아버지가 아닌, 가정 안에서 자녀들이 경험하고 만지고 대화하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실제적인 아버지로 존재했던 것이다.
또한 생일 아침에는 자녀 ‘한 사람, 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아버지였다. 그 무엇보다 샬럿 펜스의 눈에 비친 아버지 마이크 펜스는 자신의 아내, 카렌 펜스(Karen Pence)를 자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남편이다. 아버지 마이크 펜스는 유세 현장 무대 뒤에서나, 무대 위에서나 집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항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남편이며, 엄마 외에 어떤 여성과도 따로 식사하지 않는 신뢰할 수 있는 남성상(男性像)이 되어줬다.
또한 샬럿 펜스는 자신 있게, “나는, 30년의 결혼생활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마치 저번 주에 만난 것처럼 바라보는 부모님이 있는 가정의 축복을 누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I am blessed to be in a family where my parents have been married for more than thirty years but still look at each other as if they met last week.) 이 아름다운 이야기들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아버지 마이크 펜스의 인격에 대한 찬가다.
“비록 아버지가 돌아가시더라도 그의 조언과 ‘인격’은 살아 있을 것이며, 내 믿음이 내게 말해주는 것은 나와 아버지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His advice and character will live on and my faith tells me we won’t be apart forever.)” 그리고 샬럿 펜스는 미래의 자녀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어린 시절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에 샬럿 펜스는 ‘엄마’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하고는 했는데, 모두들 그것은 직업이 아닌데 하며 웃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샬럿 펜스는 “나는 그게 이해가 안 되고, 지금도 안 된다”라고 응수하며, 미래의 자녀들에게 엄마가 되는 것의 위대한 의미를 역설한다. 샬럿에게 엄마가 되는 것이란, 기능이 아니라, 부모님의 신앙과 삶으로부터 배우고 경험한 ‘거룩한 부르심’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마이크 펜스의 가정 이야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가정 안에서의 부모의 실천적 신앙과 인격이 자녀에게 하나님의 온전한 인격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이 생기는 한 사람의 전인격을 성숙하게 하고, 이 세상에서 힘차게 살아갈 ‘독립적인 개인’으로 세운다. 또한 이 생기는, 지금 대한민국에 불어오는 성 윤리 해체의 광풍에 맞서게 하는 힘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거룩한 가정을 세우기 위한 책임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아메리카에서보다도 결혼이 존중되고 또한 결혼의 행복이 더 예찬 되는 곳도 이 세상에는 없을 것이다”라며 미국의 정치 문화 중 가장 유럽과 이질적인 요소를 언급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미국인들은 사회의 모든 혼란을 가정에서 잊는 반면, 유럽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혼란이 사회로 이어져 결국 비대해진 입법기관을 보고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국회를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법안 발의 및 제출 현황이 프랑스의 20배, 일본, 독일의 60배, 영국의 80배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 모든 법안 발의가 가정의 문제에 기인한 것은 아니겠지만, 자살률, 결혼 생활, 육아, 성평등, 낙태, 입양 등 가정과 관련된 영역에 정부의 마수(魔手)가 그 어느 때보다 확장되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토크빌의 통찰에 비춰봤을 때, 현재 우리는 가정이 져야 할 책임을 ‘선한 의도’를 지닌 정부와 공공의 영역에 양도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렇게 정부가 아버지화되는 것에 우리 모두가 동참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가 강조했듯, 가정은 국가와 제도의 발생 이전부터 존재했던 거룩한 단위다.
이 나라의 가정들이 본연의 아름다움을 회복하고 세상에 그 위대한 부르심을 드러낼 때, 이 나라의 근본은 바로잡히고 계속성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회복은 ‘정부라는 아버지’를 제어할 가장 강력하고 항구적인 힘이 되어줄 것이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