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중국 게임업체 CEO 독살…그 뒤에 숨은 공산당 권력투쟁
[이슈포커스] 중국 게임업체 CEO 독살…그 뒤에 숨은 공산당 권력투쟁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21.01.20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독살로 사망한 중국의 게임업체 유주 CEO 린치 회장(39).
최근 독살로 사망한 중국의 게임업체 유주 CEO 린치 회장(39).

지난해 12월 25일 중국에서는 39살의 게임업체 창업주가 독살 당했다. 전 세계 언론은 살인사건보다 그가 추진해 왔던 사업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SF소설 ‘삼체’의 영화화를 추진 중이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 해외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뇌동맥류로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 같지만 실은 공산당 권력투쟁이라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독살 당한 사람은 중국 상하이 게임업체 ‘유주왕러’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 ‘린치’였다. 그는 12월 16일 오후 6시경 갑자기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입원 당시에는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상태였다. 그러다 이튿날 갑자기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췄다. 심폐소생술을 통해 호흡은 되살렸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린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25일 숨졌다.

상하이 경찰은 린치가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수사를 펴 ‘쉬야오’라는 남성을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린치는 병원으로 옮겨지기 전 블루베리를 먹었다. 경찰은 여기에 독극물이 든 것을 밝혀냈다. 쉬야오는 린치의 대학 친구였다. 쉬야오는 유주왕러의 계열사 ‘삼체유저우문화발전’의 CEO로 근무하면서 린치에게 제대로 대우를 못 받았다고 느껴 그를 독살했다는 것이 상하이 경찰의 설명이었다. 일부 중국 언론은 “쉬야오가 복어독과 유사한 신경작용 독극물을 구입해 100회에 걸쳐 린치가 먹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복어독과 같은 물질은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

린치는 1981년 저장성에서 태어났다. 2004년 난징우전대학을 졸업한 뒤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1년 동안 일하다 2009년 5월 유주왕러를 설립했다. 유주왕러는 온라인 게임 ‘36계’로 알려지기 시작, 이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게임으로 만들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 여세를 몰아 다른 게임업체를 인수해 우회상장하면서 재벌이 됐다. 린치는 유주왕러 지분 36.6%를 갖고 있다. 시가 1조 원대에 이른다.

재벌이 된 린치는 중국 SF소설 삼체의 저작권을 사들여 관리했다. 2015년에는 삼체를 영화화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는 나오지 않았다. 린치는 또한 2017년에는 2000억 원을 들여 미국의 유명 OTT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와 함께 6부작 영화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쉬야오도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그는 중국 최대의 투자기업인 상하이 푸싱그룹에서 총재조리(비서실장), 법률고문을 거쳐 유주왕러에 합류했다. 상하이 푸싱그룹은 한국 기업들과도 금융·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장쩌민과 관련이 많은 상하이방의 대표기업이다.

중국 게임업체 ‘유주왕러’의 CEO 린치, 대학 동창에 독살 당해

이렇게 쉬야오에게 삼체 영화화 사업을 맡겼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몇 년 동안 중국어판은 물론 영어판 영화도 제대로 진척을 이루지 못하자 린치는 2019년 쉬야오를 해고하려 했다. 쉬야오가 강하게 반발하자 린치는 그의 연봉을 삭감하고 삼체 영화화를 전담할 계열사 ‘삼체유주문화발전공사’를 세워 그곳의 CEO로 좌천시켜버린다. 이후 쉬야오가 린치를 독살했다는 것이 중국 언론들이 전하는 이야기다.

이처럼 유주왕러의 창업주와 계열사 CEO 간의 사건에서 핵심은 삼체라는 SF소설이다. 삼체는 ‘류츠신’이라는 작가가 쓴 장편 SF소설이다. 류츠신은 ‘유랑지구’라는 소설로도 유명하다. 삼체는 총 3부작 2000여 쪽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만 3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2014년 영어로 번역·출간된 이후에는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2015년 SF소설계의 노벨문학상이라 일컬어지는 ‘휴고상’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수상했다.

소설 제목 삼체란 ‘삼체문제(Three body problem·3개의 천체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수학으로 증명하는 문제. 1887년 앙리 푸엥카레가 일반해가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에서 따온 것이다. 실제 내용은 태양계에서 4.3광년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있는 외계문명과 지구의 전쟁이 큰 줄기다. 그런데 소설 가운데 1부 ‘삼체문제’가 중국 공산당에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요약하면 이렇다.

1960년대 마오쩌둥이 권력을 다시 잡기 위해 일으킨 문화혁명으로, 부친을 여의고 모친을 잃은 젊은 여성 과학자가 홍위병이 주도한 ‘하방 운동(공산혁명을 위해 지식인과 자본가들을 오지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도록 한 정책)’에 따라 오지에 있는 전파망원경 시설로 배치된다.

이 시설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에 뒤지지 않겠다며 만든 곳으로, 외계문명을 탐색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여기에 배치된 여성 과학자는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며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향해 메시지를 보낸다. 몇 년 뒤 외계인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되고 그 내용은 최고기밀로 취급된다. 수십 년 뒤 이 여성 과학자의 딸이 자살한다. 자살 이유는 외계인 메시지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마오쩌둥 시대 중국 공산당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무능하고 비열한지를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마오쩌둥은 1950년대 말 “15년 내에 영국과 미국을 뛰어넘는 공업 선진국이 되겠다”며 황당한 운동을 전개했다. 전국 곳곳의 협동농장에 만든 전통 방식의 용광로 ‘토법고로’, 농업에 피해를 주는 4가지를 제거한다는 ‘제사해 운동’, 농지를 늘린다며 전국의 모든 호수와 늪을 메워버리고 모든 산림을 파괴한 농지 혁명 등이다. 이로 인해 4000만 명 이상의 인민이 굶어 죽었다. 이어 중국 곳곳에서 식인 행위가 만연했다. 마오쩌둥은 그럼에도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시신을 논밭의 비료로 사용했다.

결국 국가 멸망을 우려한 공산당 지도부가 1960년대 초 마오쩌둥을 실각시킨다. 그러자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이 나서 청소년 공산당 조직원을 자극해 문화대혁명, 즉 홍위병 운동을 일으킨다. 홍위병은 자본가는 물론 지식인, 예술가를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타도 대상으로 간주했다. 이로 인해 또 수백만 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된다. 중국 문명의 흔적이 함께 사라진 것은 덤이다. 소설 삼체의 1부는 이런 마오이즘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까지만 보면 중국 공산당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2부에서는 소설의 본심이 드러난다. 외계문명을 물리칠 전략을 입안해낼 ‘면벽자’라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이 가운데 중국인 면벽자만이 남아 인류를 구원할 방법을 찾는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소설은 또한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사회 전체가 철저한 통제를 받는 1당독재체제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하는 인류의 미래를 독립국가가 사라지고 하나의 체제로 통제되며 ‘외부의 침략’에 대응하는 사회로 묘사된다. 피해망상증을 기본으로 하는 전체주의 체제의 변형이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체제와는 다르지만 또 다른 형태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나쁜 점만 결합한 체제로 볼 수 있었다.

소설은 우주 문명 간의 관계를 ‘암흑의 숲’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우주 문명은 다른 문명에 드러나지 않게 숨어야 생존할 수 있다. 만약 자기보다 월등히 뛰어난 문명, 즉 사냥꾼의 눈에 띄는 경우에는 멸망 당한다. 우주에는 철저한 약육강식만이 존재한다고 소설은 강조한다. 토마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본능과 욕망만 존재하는 인간 사회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표현한 것과 같은 분위기다.

이런 설명은 사실 공산당이나 신정일치체제 같은 파시즘 권력이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세력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 소설은 그러나 마오이즘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보인다. 해당 소설이 후진타오 시절에 나와 그런지 시진핑과 같이 중국 제일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지난해 9월 마샤 블랙번 등 미 공화당 상원의원 5명은 세계 최대의 OTT 업체 넷플릭스에 공개 항의서한을 보냈다. 소설 삼체의 영화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삼체의 작가 류츠신의 사상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비호했다. 류츠신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있는 거 문제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정부는 그들(위구르족)의 경제적 발전을 도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려 애쓰고 있다”며 ‘나라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한다면 그 결과는 무시무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테러범들이 기차역과 학교를 해킹하는 게 낫느냐“고 반문했다.

SF소설‘ 삼체’는 중국 공산당을 등에 업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SF소설‘ 삼체’는 중국 공산당을 등에 업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삼체 영화화 추진 넷플릭스 비난 빗발…더 이상한 중국 내 상황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이런 인터뷰 내용을 지적하며 “우리는 위험한 중국 공산당의 선전을 전하는 개인과 비즈니스를 하기로 한 넷플릭스의 결정을 상당히 우려한다”며 삼체 영화화를 재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 측은 “류츠신은 중국에 사는 사람이고, 원작 소설의 저자일 뿐 넷플릭스에서 만들 시리즈 제작자가 아니다”며 “우리는 그의 소설이나 이번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인터뷰 내용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삼체 영화화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미국에서 삼체 영화화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때 중국에서는 더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알고 보니 앞서 설명한 유주왕러가 삼체의 영화 촬영을 모두 마쳤는데 4년 넘게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이를 두고 SF 팬과 영화팬들은 “혹시 소설 1부에서 문화혁명과 대약진 운동 등을 비판해서 영화화가 무산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였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후 자신의 이미지를 마오쩌둥에 투사하면서 마오이즘을 교조적으로 추종하는 공산주의 청년단(이하 공청단)의 지지를 강하게 받았다. 그 결과 국내에서 알고 있는 태자당과는 다른, ‘오리지널 태자당(훙얼다이·마오쩌둥과 함께 중국 공산당을 창건한 1000여 명의 공훈세력 가족)’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편입했다.

국내에 알려진 태자당은 과거 장쩌민 집권 시절 상하이방과 결탁한 훙얼다이의 일부다. 오리지널 태자당은 이들에 밀려 그동안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했다. 후진타오 또한 공청단 세력을 등에 업고 집권, 장쩌민과 대결을 벌이면서 태자당을 숙청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때 제거된 세력은 상하이방과 그들에 결탁한 일부 태자당에 불과했다.

이는 공청단이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갈아타는 계기가 된다. 시 주석이 집권한 뒤 ‘호랑이 사냥’과 ‘여우사냥’을 통해 숙청한 세력이 누구인지를 보면 공산당 내부 역학 구도를 알 수 있다. 시 주석은 숙청을 통해 상하이방과 일부 태자당이 사라진 자리를 오리지널 태자당과 그 주변의 공청단에 넘긴 것이다. 안방보험이나 상푸싱그룹, 화신에너지, 밍텐그룹, 하이항 그룹, 최근에는 앤트그룹의 상황까지 보면, 상하이 지역에서 성장한 재벌들이 시 주석의 사냥감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2015년 12월 상하이에서 벌어진 일은 앞서 말한 유주왕러 창업주 독살 사건의 용의자와도 연관이 있다.

린치의 독살 용의자 쉬야오는 유주왕러에 합류하기 전 푸싱그룹에서 총재조리(회장 비서)로 근무했다. 2015년 12월 중국 상하이에서는 푸싱그룹 총재 궈광창이 실종됐다. 그리고 나흘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이를 두고 당시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시진핑의 후계 구도가 드러날 2017년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상하이에서 권력 투쟁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장쩌민이 이끄는 상하이방-태자당을 제거하기 시작했다는 말이었다.

닛케이는 2015년 11월 바오산 제철 출신인 아이바오쥔 상하이시 부시장 해임을 시작으로 시 주석의 장쩌민파 축출이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아이바오쥔은 장쩌민의 아들과 자주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장쩌민의 아들 또한 중국 과학원 분원 원장에서 갑자기 해임됐다. 시 주석이 배후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궈광창 푸싱그룹 총재가 실종된 것이다. 궈광창 총재는 아이바오쥔 부시장, 야오강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과 친분 관계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고 알려졌다. 이들 모두 시 주석의 ‘호랑이 사냥’에 의해 숙청된 링지화 통일전선공작부장의 가족과 친분 관계가 있었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장쩌민-후진타오 파벌 간의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장쩌민-후진타오 파벌 간의 권력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상하이에서 시 주석과 장쩌민-후진타오 파벌 간의 권력투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던 때 쉬야오는 유주왕러에 합류했다. 유주왕러는 마침 2015년 휴고상을 수상하면서 유명해진 삼체의 영화화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쉬야오가 이 계획을 맡은 뒤 삼체 영화화는 지지부진했다.

소설 삼체가 처음 나온 것은 후진타오 집권 때였다. 하지만 그때도 후진타오가 상하이방-태자당 기득권층 숙청에 실패해 실제 권력은 장쩌민이 쥐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마오이즘을 비판한 내용도 별다른 검열 없이 출간됐다.

그러나 2015년은 시 주석이 집권한 지 이미 4년 뒤였다. 마모쩌둥을 롤모델로 삼은 시 주석에게 마오이즘 비판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기가 모시던 푸싱그룹 총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을 본 쉬샤오 입장에서는 마오쩌둥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삼체를 원작대로 영화화하기는 쉽지 않다.

시 주석 때문이다. 반면 2000억 원을 들여 삼체 영화화를 추진했던 상하이 기업인 린치 입장에서는 돈만 들어가고 결과가 없는 상황이 불만일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린치가 미국 업체 넷플릭스와 함께 원작 내용을 그대로 영화화할 경우 시 주석 쪽에서는 가만있을 수 없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확고히 하며 외친 ‘중국식 사회주의’의 허상이 전 세계에 까발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 주석이 삼체의 원작에서 공감하는 대목도 있다. 바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표현한 2부 ‘암흑의 숲’이다. 지난 7월 10일 미국 후버연구소의 니얼 퍼거슨 선임연구원은 조선일보 기고를 통해 “현재 미국과 중국은 ‘암흑의 숲’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거슨 선임연구원은 자신이 칭화대 초빙교수로 일하면서 시 주석 집권 아래에서의 이념적 전환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문화혁명과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은 반면 서방 진영에 전투적인 입장을 취하는 학자들은 승진했다고 한다.

시진핑이 삼체에서 공감하는 부분 ‘암흑의 숲’

그러면서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2차 냉전이라는 아이디어는 키신저 같은 정치인에서 나온 게 아니라 중국 SF소설 삼체의 2부 암흑의 숲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퍼거슨 선임연구원은 “소설은 우주를 암흑의 숲으로 표현했는데 문명은 숲 속을 유령처럼 조용히 다니는 사냥꾼이며, 사냥꾼이 다른 생명을 발견한다면 살아남기 위해 제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라며 “이 암흑의 숲이 현재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예시다.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소설 삼체를 읽으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중국은 미국을 적대적 외계문명으로 간주하고 ‘생존’을 위해 멸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국식 사회주의니 아시아 패권 추구도 모두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 주석이 추구하는, 이런 암흑의 숲과 같은 논리에 중국 공산당 전체가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아직도 권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장쩌민과 상하이방-태자당 일부 세력은 국가가 아닌 자신들의 권력과 부귀영화를 위해 2차 냉전의 종식을 바라고 있다. 단순히 바라는 정도가 아니라 시 주석을 제거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시 주석에 대한 암살시도는 알려진 것만 9번이다. 그동안 시 주석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될 때마다 나온 이야기가 암살시도설이었다.

최근 시 주석의 뇌동맥류 소문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시기가 미묘하다. 소설 삼체를 넷플릭스와 함께 영화화하려는 상하이 게임업체 재벌이 독살된 지 며칠 뒤 해외 반공매체에서 시 주석이 뇌동맥류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소문이 나온 것이다. 뇌동맥류는 발병 원인이 명확치 않고 시 주석이 12월 31일 CCTV에서 신년사 연설을 하면서 소문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졌다는 점은 시 주석에 적대적인 세력들이 국내외에 다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