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한미연합훈련 폐지, 북한에 더 위협적....미군의 단독작전 전장으로 변화한 한반도
[심층분석] 한미연합훈련 폐지, 북한에 더 위협적....미군의 단독작전 전장으로 변화한 한반도
  • 고성혁 미래한국 전문기자
  • 승인 2019.03.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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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올해부터 3대 연합훈련으로 불리는 키리졸브 연습, 독수리훈련, 프리덤가디언(FG) 연습 등의 훈련과 명칭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키리졸브 대신 ‘19-1 동맹연습’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연합연습을 실시하고 기존 독수리훈련은 폐지하는 대신 대대급 이하의 연합훈련을 연중 실시키로 했다는 것이다. 또 을지포커스훈련 대신 올 하반기부터 ‘19-2 동맹연습’이라는 명칭으로 연합연습을 실시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제 한미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대규모 훈련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미북간의 하노이회담의 결렬로 얻은 것이 있다면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트럼프가 인식했다는 점이다. 반대로 잃은 것은 한미동맹의 상징과도 같은 한미연합훈련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도리어 한미연합훈련 폐지 결정에 불똥이 튄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은 6.25 한국전쟁 이후 줄기차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해 왔다. 여기에 평화라는 명목 하에 북한 눈치를 보는 문재인 정부 역시 한미연합훈련에 부정적 시각이다. 결정적으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1억 달러를 아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북한, 문재인정부, 트럼프의 시각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폐지되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 단독작전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2017년 9월 23일 밤,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6대가 동해의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 북한 쪽 동해 공해상 깊숙이 날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개시 미군의 단독작전 가능성은얼마든지 있다.
2017년 9월 23일 밤,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6대가 동해의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 북한 쪽 동해 공해상 깊숙이 날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재개시 미군의 단독작전 가능성은얼마든지 있다.

미국 단독작전으로 더 위험해진 북한

2017년 9월 23일 밤, 미국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6대가 동해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쪽 동해 공해상 깊숙이 날았다. 약 3시간 가량 동해안을 비행하다 돌아갔다. 강원도 고성 동쪽 200여㎞ 떨어진 말 그대로 사실상 북한의 코앞까지 근접해 비행했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미 공군 단독작전으로 말이다. 미 전략폭격기가 1953년 휴전 후 처음 NLL을 넘은 가장 공세적 위협작전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너무 위험한 작전이라고 판단해 미국의 연합작전 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미 공군의 동해상 단독작전 이후 북한과 미국의 물밑 대화가 급진전 된 것은 아이러니다.

만약 북한이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할 경우 미군의 단독작전이 강화될 여지는 충분히 있다. 어찌 보면 한미연합작전보다 작전의 효율성면에서는 더 높을 수 있다. 미군은 이미 2017년 주한미군에 대북 휴민트 부대를 창설했다. 기존 한국으로부터 받던 휴민트 대신 미군 자체 인적 정보망을 구성한다는 뜻이다. 한국과의 정보 공유에 이상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에는 한반도의 모든 군사 정보 작전을 총괄하는 501정보여단이 있다.

501정보여단은 미 육군 정보보안사령부(INSCOM) 산하 부대이다. 501정보여단 예하에는 3정보항공탐색분석대대, 532정보대대, 719정보대대, 368정보대대(예비역)를 두고 있다. 501정보여단 산하에 대북 휴민트 전담 524정보대대를 신설 편성했다. 작년 말 501정보여단에는 신호정보감청기인 RC-12X GUARDRAIL 5대가 추가 배치되어 총 10대로 증강되었다. 외신에 따르면 새로 배치된 RC-12X 정찰기는 기존 휴전선 일대 북한군 동향 파악 외에 해상에서의 북한 불법 환적을 감시하는 임무까지 더해졌다.

오산에 배치된 U-2 고공정찰기, 평택에 배치된 RC-7, RC-12 정찰기는 주한미군 내 북한 동향 감시 3대 정찰기다. 여기에 미국의 정밀 정찰 위성인 KEY-HOLE까지 더해서 북한 동향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0일(현지시각)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눈도 깜빡이지 않고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We see it unblinkingly)”고 말한 것도 미군의 대북 정보감시망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존 볼턴은 북한 동향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면서 경고했다. 주한미군에는 정찰기 RC-7X GUARDRAIL 5대가 증강 배치되었다.
존 볼턴은 북한 동향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면서 경고했다. 주한미군에는 정찰기 RC-7X GUARDRAIL 5대가 증강 배치되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의 역사

대북 정보분석 방법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군에 배치된 카투사를 통한 대북 정보분석 대신 미국 교포 출신 한국계 미군을 주한미군 정보부대에 편성한다는 정보도 있다. 한국과의 공조 대신 미군 단독작전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도 미 해군 특수전부대의 단독작전이었다. 미 동맹국에게 조차 철저히 비밀을 유지했다. 이러한 전례가 한반도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특정한 지역 또는 특정 시설에 대한 단독작전을 말이다. 어쩌면 미군의 단독작전은 북한이 더 두려워하는 전장환경이 될 수 있다.

최초의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은 1969년 FOCUS RETINA 훈련이었다. 1969년 3월 17일 여주 인근 한강변 일대에는 미 본토에서 전개되는 대규모 공수부대가 낙하했다. 이 훈련을 참관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때 닉슨 행정부가 주한미군 일부를 베트남으로 빼내갈 움직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규모 공수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유사시 대규모 증원 병력이 미 본토에서 신속하게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한미연합훈련의 시초다.

1969년 3월은 한반도에서는 6.25전쟁 다음으로 가장 긴장된 시기가 계속되고 있었다. 1968년 1월 21일 김신조의 북괴 124 특수부대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같은 해 울진 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당시 우리의 안보 환경을 단적(端的)으로 알려주는 사건이었다.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도 불구하고 월남전에 발이 묶여 있던 미국은 한국에 대한 군사 지원을 오히려 줄여 나갔다.

이를 감지한 박정희 대통령은 닉슨 행정부의 태도에 대해 의심을 하게 되었다. 박 대통령은 미국에 방위공약 실천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결과 1969년 3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FOCUS RETINA 훈련이었다. 미 본토에서 D +30H 시간내 증원 병력이 한반도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 훈련의 전술적 목표였다.

이런 계획이 가능한 것은 초대형수송기인 C141이 투입될 수 있기에 가능했다. FOCUS-RETINA훈련은 후에 FREEDOM-BOLT, TEAM-SPRIT라는 이름으로 개칭되면서 훈련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확대되었다. 80년대 TEAM-SPRIT 훈련은 미 동맹국의 연합훈련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지상군 군단급 이상 실기동 훈련으로는 최대였다. KEY-RESOLVE 훈련은 실기동이 아니라 지휘소 훈련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TEAM-SPIRIT훈련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유사시 미 본토에서 증원 병력이 한반도로 전개하는 훈련이라는 점에선 동일하다.
 

미국의 한반도 전시환경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

이번에 한미 양국이 폐지에 동의한 훈련은 키리졸브 외에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 훈련, 전면전 대비 지휘소 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이다. 단순한 훈련 폐지 차원을 넘어선다. 유사시 미 본토 증원 병력이 한반도로 전개하는 훈련 자체가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제 더 이상 한반도에서의 북한의 전면적 남침을 가정한 전장환경을 가정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한미연합훈련의 토대는 작전계획 5027이다. 흔히 작계5027은 한반도의 대규모 전면전 상황을 가정해 90일 안에 미군 병력 69만명, 5척의 항공모함, 함정 160여척, 항공기 2500여대 등을 한반도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 작전계획과는 다르게 북한의 남침을 현 전선에서 저지하고 휴전선 너머 반격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능력으로는 더 이상 재래식 전력으로 전면적 남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중국의 지원 없이는 북한의 독자 전쟁수행능력은 극히 제한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는 북한의 핵과 중국의 지원만 차단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점을 트럼프 행정부는 간파했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의 동아시아 전략은 중국과 북한 비핵화에 정조준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북한에 빌미를 주지 않아도 되고, 한미연합훈련에 부정적인 문재인 정부가 있는 마당에 억지로 한미연합훈련을 계속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훈련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면 1석3조가 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달 말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내가 오래 전에 포기했다”며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1975년 구 소련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 SS-20을 개발, 서유럽을 겨냥해 배치했다. 중동에 발이 묶인 카터 행정부는 소련의 SS-20 미사일 전진 배치에 대응을 못했다.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소 강경정책으로 선회했다. 레이건 행정부는 서독에 퍼싱2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으로 맞섰다. 레이건 대통령의 강공책에 밀린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서기장은 1987년 미국의 뜻에 따라 중거리핵전략개발제한 및 폐기에 이르는 조약 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에 서명했다.
 

이제 한미연합훈련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사진은 1969년 3월 17일 한미연합훈련의 시초라 할 수있는 FOCUS RETINA 공수훈련을 참관 중인 박정희대통령과 스틸웰 주한미군사령관.
이제 한미연합훈련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사진은 1969년 3월 17일 한미연합훈련의 시초라 할 수있는 FOCUS RETINA 공수훈련을 참관 중인 박정희대통령과 스틸웰 주한미군사령관.

미국의 주전장은 동남아 해상과 서태평양

유럽에서 미·소 양 진영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폐기되었다. INF는 미·소간의 핵군축조약의 상징이었다. 문제는 이 조약 당사자는 미국과 소련 뿐이라는 점이다. 중국, 북한, 이란 등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는 전혀 제한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지난 2월 1일 INF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러시아가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러시아를 핑계로 들었지만 INF 파기의 주목적은 중국(북한) 견제라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중국(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전력을 커버할 만큼 미국의 미사일 전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 서독에 퍼싱2미사일을 배치함으로써 소련을 견제한 것처럼 똑같은 전략이 아시아에서 구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중국 턱 밑인 오키나와나 아시아의 미 동맹국 또는 대만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배치한다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상당할 것이다.

미국 역사상 현재처럼 ‘HAPPY’한 시기도 없을 것이다. 미군이 참전하는 대규모 전쟁도 없고 경제는 호황이다. 게다가 셰일가스혁명으로 에너지부문에서도 미국은 자립하는 나라가 되었다. 올해부터는 석유류 수입국가가 아니라 수출국가가 된다는 전망이다. 더 이상 중동 석유에 연연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오직 한 곳만 컨트롤하면 된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과의 무역전쟁도 그 일환이다. 넓게 보아 북한 핵문제도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수적인 재료는 대부분 중국을 통해 조달해 왔다. 미국은 관련 중국회사를 제재했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사실 군사제재와 연결된다.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국을 제압하면 북한은 자동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을 비쳤다. 그 대상은 북한이 거래하는 중국 은행이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의 브래드 셔먼 위원장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대형 은행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한미연합훈련이 폐지된 반면에 서태평양과 동남아 해상에서의 미국과 동맹국의 연합훈련은 대폭 강화되었다. 미국은 2018년 5월 30일 기준으로 미군 태평양사령부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INDOPACOM)로 공식 변경했다.

중국 포위작전에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과 호주, 캐나다, 일본 외에 인도까지 포함시킨 전략적 변화다. 이것은 미국의 가상 적(敵)이 중국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생각하는 주 전장(MAIN BATTLE FIELD)은 더 이상 한반도가 아니라 동남아와 서태평양상에서 중국을 상대로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중국을 가상 적으로 하는 미국의 전장(戰場) 개념에서 북한만을 상대로 하는 한미연합훈련은 그 의미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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