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평화는 전쟁보다 위험...."굴복으로 얻은 평화에서 600만명이 처형된 베트남"
거짓평화는 전쟁보다 위험...."굴복으로 얻은 평화에서 600만명이 처형된 베트남"
  • 신원식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합참 차장    
  • 승인 2018.12.20 12: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속기획 / 대한민국 안보를 말하다

월남전쟁을 보면 월남군이 월맹 베트콩보다 훨씬 전력이 우세했다.

월맹군의 화력이라고 해봐야 박격포 정도가 전부였지만 월남군은 탱크와 전투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남군은 이미 썩었다.우리가 월남사태에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래도 월남의 응오옌 반 티우 대통령을 비롯해 당시 월남의 수반들은 반공주의자였다는 사실이다. 월남 정부를 흔든 것은 야당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정부 자체가 나라를 북한 공산집단으로부터 지킬 확고한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을 맞고 있다. 

지금 상태는 월남보다 불리하면 불리했지 유리한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평화 중에는 ‘거짓 평화’라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일제 식민시기에 우리는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 평화는 복종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평화는 이와 다를까. 우리는 전쟁을 싫어한다. 전쟁은 우리를 파괴한다. 하지만 전쟁이 무서워 굴복의 평화를 얻는다면 이는 전쟁보다 훨씬 더 비참한 현실을 불러오게 된다. 그렇기에 더 나은 평화를 위해 싸운다.다시 월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75년에 월맹이 평화조약을 깨고 침공을 시작하자 응오옌 반 티우 대통령은 감당이 안 되자 미국으로 도망갔다. 그러자 부통령이 나서서 ‘내가 맞서 싸우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시 베트남군의 팬텀기는 월맹군이 아니라 사이공의 대통령궁을 폭격했다. 이미 월남군마저 적화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부통령도 도망갔다. 그 다음 쯔엉반민 대통령이 됐지만, 그는 월맹에 바로 항복해 버렸다. 그러고서는 ‘드디어 평화가 왔다’고 선언했다. 자신이 ‘수백만의 베트남 국민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떠벌렸다. 우리 사회에는 잘못된 역사교육으로 청년들 중에는 정말로 쯔엉반민이 전쟁을 중단하고 월맹에 항복해 베트남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하지만 이는 베트남 전쟁의 결과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DMZ 한국군 GP가 철거되는 모습 / 연합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DMZ 한국군 GP가 철거되는 모습 / 연합

항복으로 얻은 평화체제, 학살된 베트남 국민

쯔엉반민의 항복으로 인해 600만명의 베트남인들이 처형당했다. 그리고 100만명의 보트피플이 발생했다. 그 가운데 약 10만명이 해상에서 사망했다. 이것이 어떻게 평화를 불러왔다는 것일까.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사이공 함락전에 사망한 호치민은 사실 합리주의적인 면모가 있었다.

그는 베트남 공산화의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그런 호치민은 생전에 1인숭배체제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자신의 동상도 세우지 못하게 했다. 북베트남을 장악하자 바로 집단지도체제로 바꿨다. 합리적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했던 그런 베트남에서 600만이 죽어 나갔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합리적 사회주의는 커녕, 3대 왕조세습주의 체제다. 생각해 보자. 북한 주민들은 이씨조선 왕조에서 식민조선을 거쳐 김일성 유일독재 체제로 이어졌다. 당연히 지배권력에 충성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는 3대 김씨세습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약 1000만명 정도를 숙청했다. 

그렇다면 세습독재에 익숙했을 북한 주민 1000만을 죽이고 자신들의 체제를 확립한 북한 김씨 정권이 자유민주 체제인 남한을 접수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남한에서 아무리 좌파 활동을 하는 세력들, 가령 그들이 전교조거나 민주노총이라 하더라도 이들 가운데 전체주의 세습독재를 지지할 이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일 것이다. 다들 독재를 증오하고 민주주의를 내세우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일반적인 국민들, 자유의 공기를 숨쉬어 본 대한민국 국민들 가운데 얼마나 되는 이들이 평화라는 이름으로 남한을 접수한 북한 수령체제에 동의할까. 결국 전쟁만은 안 된다며 굴복을 통해 얻어진 평화체제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죽어나갈지 겪지 않아도 뻔한 것이다. 저들은 대한민국 국민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서라도 김씨세습왕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할 이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북이 침공해 오면 거짓평화를 거부하고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더 많은 생명들을 지킬 수 있다.

우리 군의 무력화로 평화가 유지될까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우리 군대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정책에 실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군사합의도 문제지만 ‘국방개혁2.0’에서 우리 병력을 먼저 줄이는 우를 범한 것은 실로 개탄할 만한 사건이었다. 앞으로 북의 도발에 대비해 우리가 전력증강을 해야 할 때마다 북한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 우리의 방어능력을 크게 제약해서 무력침공으로 항복을 받아내려는 ‘남조선혁명역량강화’전술에 그대로 말려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회담을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고 감축할 때, 정상적인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우리 군의 전력증강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 맞다. 마치 울고 싶을 때 뺨 맞았다는 식으로 이러한 틈을 이용해 전력 증강 없이 병력을 감축하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2.0은 대한민국 안보 그 자체를 북한의 수중에 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평양공동선언의 부속인 남북군사합의로 우리의 첨단 전력을 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북한의 기습적 무력침공으로 남한을 접수하겠다는 북의 ‘결정적 시기’의 오판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다.

다시 월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1975년 월맹군에게 평화를 내세워 항복했던 쯔엉반민 월남 대통령은 항복한 대가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월맹은 쯔엉반민을 가택연금했다가 프랑스로 망명을 보냈다. 쯔엉반민은 프랑스에서 자신이 수백만의 월남 국민들의 생명을 구했노라 자화자찬했지만, 프랑스로 탈출한 베트남인들로부터 격렬한 비난과 신변 위협에 시달렸다. 결국 쯔엉반민은 다시 미국으로 줄행랑을 쳤고, 거기에서 2001년 사망했다. 그의 죽음을 기리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하는 여러 정책들, 특히 평화를 내세워 하는 남북군사합의들을 생각해 보면 적화된 베트남의 쯔엉반민 정부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 길을 간다면 문재인 대통령 역시 불행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겁하고 어리석었던 베트남 쯔엉반민 정권의 길을 가서는 안 된다. 
 

※이 기사는 신원식 교수의 미래한국 대담을 정리한 글입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