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올해 6월 뉴욕 맨해튼 소호 호텔에서 1000여 명의 교회 지도자 앞에서 놀라운 말을 했다. 교회를 억압하는 법들을 폐지한다는 공약이다. 이 연설은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애리조나 州 페이스풀워드 침례교회(Faithful Word Baptist Church)의 스티븐 앤더슨 목사는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비판해 화제가 됐다. 미국의 근본주의 교회는 이런 전투적 입장에 서 있다.
미국 근본주의 교회들은 이번 트럼프의 승리를 하나님의 승리로 이해한다. 민주당은 프리섹스와 낙태, 동성애로 미국을 타락시켰으나 하나님이 트럼프를 사용해 이를 막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의 배후엔 남부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있었다. 청교도의 후예임을 자처한 이들은 누굴까? 이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들에겐 배타적 원리주의자라는 단죄와 순결한 기독인이라는 칭송이 공존한다.
미국을 움직이는 힘, ‘근본주의’는 무엇인가?
먼저 기독교 근본주의(Christian fundamentalism)의 정확한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2011년 8월 노르웨이 총기 난사 주범 브레이빅을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보는 이들이 있다.
또 기독교 근본주의를 ‘이슬람 극단주의’와 같은 폭력적 사상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의 기초를 닦은 고(故) 박형룡 박사(고신대 초대 총장, 총신대 설립자)는 기독교 근본주의를 이렇게 설명했다.
“근본주의는 정통파 기독교다. 또 근본주의는 기독교의 역사적·전통적 신앙을 그대로 믿는 정통 신앙이다. 그러므로 이를 기독교 자체로 봄이 옳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비타협 분리 노선을 추구한다. 근본주의 신학자 김효성 교수(계약신학대학원대학교)는 근본주의를 ‘타협 없는 성경주의’로 정의한다.
“근본주의는 성경의 근본교리들을 보수하고, 자유주의(성경의 근본교리를 부정하는 인본주의·이성주의 운동)와 복음주의(자유주의자들과 교류하는 교파)로부터 분리를 주장한다. 윤리적 측면에 있어 근본주의는 불순종자들과 교제하지 않는 경건 신앙이다.”
정리하면 근본주의는 성경 문자주의와 근본교리의 보수, 신구약 율법의 준수, 불신자와 절교, 세속 문화에 대한 비타협을 내용으로 하는 신앙 체계라고 하겠다.
그런데 근본주의가 미국 교회의 보편적 모습은 아니다. 미국 교회들 역시 성경을 버리고 점점 인본주의로 흐르는 추세라고 전한다.
하지만 근본주의의 미국 내 정책 영향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이들은 자유경제 옹호, 사형제 찬성, 매춘·동성애 반대, 이민자 반대를 지지하며 강성의 우익 운동을 선도한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에 이어 트럼프 당선에도 미국 근본주의 교회가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근본주의자들의 트럼프 선택에는 모순점이 있다. 보수적 윤리주의자들이 왜 도덕성 논란이 많은 트럼프를 뽑았을까?
이혼을 간음으로 보는 그들에겐 트럼프의 이혼 전력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또 여성의 허벅지 노출을 죄악시하는 그들에겐 트럼프 딸들의 의상도 문제 될 수 있다. 게다가 탈세 의혹의 트럼프를 그들이 좋아할 리 없다.
▲ ‘장로교인’을 자처하고 교회의 자유를 회복한다는 포부를 밝힌 트럼프. 그러나미국 근본주의 교회는 트럼프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 출처= MarketWatch photo illustration |
"트럼프는 현대판 고레스, 교회를 지킨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교회의 면세 혜택을 박탈하는 존슨법(Johnson Amendment)을 폐지하겠습니다. 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종교적 표현금지법을 폐지해 공공 장소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를 다시 외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교회의 자유를 위해 일합니다.”
트럼프는 올해 6월 21일 뉴욕 맨해튼 소호 호텔에서 1000여 명의 교회 지도자 앞에서 놀라운 말을 했다. 교회를 억압하는 법들을 폐지한다는 공약이다. 이 연설은 근본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자리에 참석한 버지니아비치 반석교회(Rock Church of Virginia Beach) 존 블란차드 목사는 “트럼프에 대한 박수 갈채가 폭발했어요. 오랜 세월 동안 누구도 이런 공약을 하지 못 했죠. 교회 편에 선 자의 등장이 어찌 그리 반가운지! 난 트럼프에게서 고레스 왕의 모습을 봤습니다”고 전했다.
페르시아 왕 고레스는 그의 지배하에 있던 이스라엘을 해방했다. 고레스는 이방인이지만 하나님은 그를 ‘나의 목자’로 칭했다. ("고레스에 대하여는 이르기를 그는 나의 목자라 나의 모든 기쁨을 성취하리라" (이사야 44장 28절)).
근본주의자들은 하나님이 이방인 고레스를 사용했듯 트럼프를 통해 교회를 보호하시리라 믿는다. 비록 트럼프의 사생활은 꺼림칙하지만 그의 정책은 성경적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트럼프를 택했다.
미국은 회개할 것인가
트럼프에게 큰 기대를 안 하는 근본주의자들도 있다. 물론 그들도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그들은 트럼프라도 미국의 타락을 막을 순 없다고 말한다. 미국 사회의 죄악은 앞으로 더욱 범람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미국의 근본주의 설교자 존 맥아더 목사(그레이스커뮤니티 교회)는 선거 직전에 공화당에 투표할 것을 독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은 상선벌악(賞善罰惡)을 위해 정부를 만들었습니다. 민주당은 하나님의 뜻과 반대로 선은 벌하고 악은 보호합니다. 민주당은 낙태와 같은 악행은 보호하지만, 동성애 반대와 같은 선행은 벌하는 정당이에요. 우리는 민주당의 패배를 위해 상대편 후보에게 투표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화당의 승리를 본 존 맥아더 목사는 그 승리를 환호할 만한 일은 못 된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승리를 과대평가해선 안 됩니다. 공화당의 승리는 미국의 침몰을 약간 늦출 뿐입니다. 미국은 이미 하나님을 거절했어요. 하나님의 진노 아래 있는 미국은 심판을 피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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