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뒤에 치를 4·10 총선을 두고 우파 진영에서는 “대한민국 체제의 존치 여부를 가늠할 중대사”라고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진보당 등 좌파 성향 정당이 차지할 의석수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김정은 정권과 중국 공산당까지 염두에 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50석 안팎만 차지한다고 해도 야당에 호의적인 정의당 등 다른 정당이 50석 이상을 얻게 되면 헌법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빼버리고 5·18 정신을 넣는 ‘개헌’도 가능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가장 바라는 것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사회주의식 개헌’만 이뤄지면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친중파를 움직여 우리나라를 친중 위성국가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우리나라 총선에 개입하려 할까?
일각에서 지적하는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나 ‘싼커 (중국인 개별관광객)’ 등을 통한 총선 개입 가능성은 적다. 총선 개입을 하려면 선거운동에 동참하거나 국내에 머물면서 댓글공작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만약 유인물 등을 몰래 살포한다고 해도 주민들의 눈에 잘 띄는 단기 관광객에게는 무리다.
공자학원 또한 지금 상태로는 총선 개입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한민호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 대표에 따르면 최근 공자학원의 움직임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공자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중국인이든 이들에게 강의를 듣는 수강생이든 적극적인 총선 개입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처럼 눈에 띄는 사람보다는 평소 우리 주변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인(조선족 포함)과 친중파의 활동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의 대외 영향 공작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중국이 우리나라 총선에 누구를 보내 개입할 것이냐 보다 어떻게 개입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 패권 전략 ‘초한전’의 전문가인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지난해 5월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세계지역학회 학술회의에서 “중국은 한국 선거 시스템을 통해 직·간적접으로 개입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한국의 선거 투·개표 시스템에 중국 해커의 지문(指紋)이 들어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한국의 사이버 담론장과 공간은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과 북한의 인지전 공세의 장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중국은 3천만 명 이상의 사이버 댓글공작부대(우마오당)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 조선족을 중심으로 한 수십~수백만 명을 공격에 동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우마오당의) 목적은 가짜뉴스, 거짓정보, 루머 등을 통해 한국 사회를 분열·이간시키고 내부갈등을 증폭시키고, 친중 정치세력 지원, 반중 정서 차단, 반중 메신저에 대한 핀 포인트 공격을 통해 한국 여론과 정치를 중국이 원하는 정치 지형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면서 “특히 한국 보수정권에 대한 인지전 공격, 반일운동 조장, 반미 이슈 발굴을 통한 반미운동 촉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동아시아 미국 동맹 체계의 최전방에 있기 때문에 중국 패권전략에 있어 최우선 목표”라는 것이 이지용 교수의 설명이었다.
중국의 총선 개입을 경고하는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 지난해 9월 연합뉴스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제임스 루이스 수석부소장과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총선에 개입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네티즌의 한국 사이버 담론장 장악 대비해야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중국이 모든 싱가포르 시민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보해 친중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미 우리 국민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 등을 수집해 놓고 있는 중국과 북한 모두 한국 총선에 개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버 안보 측면에서 한국에 북한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루이스 수석부소장은 “이웃 국가들을 고려할 때 한국은 사이버 문제의 최전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한국인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지만, 사실 더 중요한 정치적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선거 때마다 개입하려 한 대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 1월 5일 에포크미디어 코리아 산하 중국전략연구소는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 9층 국제회의장에서 중국의 우리나라 총선 개입과 관련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케리 거샤넥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와 연구소의 최창근 연구위원은 중국 공산당의 대만 선거 개입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 총선 개입 가능성과 우려점에 대해 설명했다.
거샤넥 교수는 “중국의 한국 선거 개입은 이미 진행 중”이라며 “한국은 대만 사례를 참조해 중국의 정치전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거샤넥 교수는 중국의 외국 선거 개입전략 가운데 ‘미디어전’의 위험성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친중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간 ‘왕왕중국시보미디어그룹’ 산하 ‘중텐TV’ 사례를 소개했다.
중텐TV는 뉴스에서 대만을 중국 일부로 표기한 지도를 내보냈다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거샤넥 교수는 대만에서 이런 친중 매체를 ‘홍색매체’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대만 방송 감독 당국이 조사해 보니 중텐TV는 중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만 국가전파위원회는 중텐TV에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2020년 방송 송출 금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중텐TV는 친중 보도를 이어갔고 이후로도 여러 차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거샤넥 교수는 “중국은 매수한 언론에 돈을 건넬 때 비밀리에 돈세탁을 해서 해외 차명 계좌로 보내지 않는다. 중국의 관련자가 돈다발을 가득 채운 큰 서류 가방을 들고 당당하게 언론사 정문으로 들어가 경영진 등 고위층에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뉴스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TV 프로그램, 책, 소셜미디어 등 모든 미디어를 동원해 선전선동을 하는데 어린이 대상 비디오 게임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최창근 연구위원도 ‘홍색매체’ 문제를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은 대만 매체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광고비로 유인을 해 친중화를 시도해 왔다”며 “중국은 언론이 지닌 파급력을 이용해 대만 국민의 독립 의지를 꺾는 세뇌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의 지적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여론조사기관이다. 중국이 대만 여론조사기관에 거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여론 조작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자금 출처가 중국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기관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 직속 중앙선전부 및 대만사무판공실이 최근 친중 성향 국민당 관련 토론자, 퇴직 공직자, 여론조사기관 책임자를 중국 본토로 초청하고 있다”는 대만 정보기관 책임자의 증언도 소개했다. 최 연구위원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 마지막 날 공개한 조사 결과는 실제 선거 결과에 미치는 파장이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은 우리나라에도 경각심을 준다”며 “우리나라는 대만 사례를 집중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거샤넥 교수도 “대만 선거 개입에서 중국이 사용한 전략·전술은 한국에도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대만 사례는 4월 총선을 앞둔 한국에도 중대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도 대만 사례를 연구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외면당하던 중국의 선거 개입 우려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선거관리위원회 네트워크 해킹을 통한 선거 결과 조작, 두 번째는 선거 과정에서 중국인의 영향력 행사였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으로 출마한 민경욱 전 의원은 부정선거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는 중국의 지령을 받은 해커가 선관위 네트워크를 해킹해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결국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선관위 네트워크 보안 문제를 밝혀내는 데는 큰 역할을 했다.
중국인의 선거 영향력 행사는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다. 개표 사무원 문제가 대표적이다. 공직선거법은 개표 참관인은 한국 국적자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개표 사무원의 국적은 규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1대 총선 개표에 조선족을 비롯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참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우파 유튜버 ‘하면 되겠지’는 총선 직후인 2020년 5월 “개표 당시 개표장에서 다수의 중국인이 개표 사무원으로 일하며 투표용지를 집계하고, 봉인된 투표함과 개표기를 관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선관위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 다수가 총선 개표를 맡은 사실을 인정했다. 은평구선관위는 개표 사무원을 공개 모집하지 않고 특정 단체로부터 위촉받아 선관위가 승인하는 형태로 뽑았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구선관위 또한 은평구선관위와 유사한 방식으로 개표 사무원을 뽑은 사실도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도 이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개표 사무원 모집 때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며 “국적이나 선거권을 따지는 개표 참관인과 달리 개표 사무원은 18세 이상의 성인이면 국적이나 자격 등을 따지는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또 “개표 사무원 중 외국인 현황은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 때도 이어졌다. 다행스러운 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부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중앙선관위는 4·10 총선 때 모든 표를 수개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선거 투·개표 모든 과정에서 공무원이 아니면 투표함에 손대거나 투표용지 분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즉 중국인이 투표용지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됐던 사전투표와 부재자 투표 용지 이송도 경찰 입회가 없으면 할 수 없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사전투표함에 대한 감시 강화 차원에서 CCTV를 설치하고, 선관위 청사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누구나 24시간 투표함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대선 때까지 ‘중국 해킹’ 의혹의 근거가 됐던 사전투표용지 QR코드도 바코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QR코드가 부정선거 의혹의 근본 원인 중 하나여서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국민의힘 공정선거제도개선 특별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중국의 대만 미디어 활용 정치 전략 참고 필요
윤석열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국가정보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감사로 드러난 선관위 네트워크 보안 취약점에 대한 점검과 보안도 지난 1월 23일부터 시작했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지난해 보안 점검 결과에 대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조치가 적절했는지, 선거 관리 시스템 보안이 얼마나 강화됐는지 점검하기 위해 선관위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측도 “의혹 제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선거 과정 전반에서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보안 취약점은 윤석열 정부가 막으려 노력 중이다. 이런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친중파 정치인과 언론이다.
앞서 언급한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 이후부터 중국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주장한 것이 ‘당을 따르라(Follow the party)’는 문구다. 민 전 의원은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이 주장을 두고 한두 번이 아니라 꾸준히 강력하게 반박하며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이 있다. 당시 민 전 의원을 비난하고 제명을 요구한 의원들 가운데는 ‘한중의원연맹’ 소속이 적지 않다.
한중의원연맹은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중국 공산당 대의원 회의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가 손을 잡고 만든 단체다. 우리나라 의원 회원 100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60명 이상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의원도 30명이 넘는다. 중국이 서방 의회에 접근해 연대단체를 만든 뒤 통일전선공작을 벌인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이런 지적이 나온 뒤 연맹에서 탈퇴한 국민의힘 의원은 소수다. 민경욱 전 의원을 공격한 의원들도 이 한중의원연맹 회원이다.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도 마찬가지다. 언론계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겨도 중국을 비판하지 않는 언론이 어디인지 대략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것이 언론계 현실이다.
중국이 언론을 지배하는 수단은 역시 ‘돈’이다. 일부 언론이 과거 중국과 손을 잡고 중국 관련 사업을 벌여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은 이렇게 돈을 번 언론들을 우리나라 여론 조작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 언론에 압력을 가할 때도 보통 기업을 내세운다. 중국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중국 시장이 매우 중요한 기업들에 접근한다. 어떤 언론이 중국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일 때 중국은 해당 언론의 광고주 기업에 접근해 압력을 가한다. 직접적이기보다는 ‘부탁’을 하는 식이다.
다른 방법은 한국 국적을 얻은 중국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국적이 한국이기 때문에 선거 운동을 해도, 정당에 가입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지난 30년 동안 귀화한 중국인 수는 약 15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다. 해당 지역구의 선거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여기에 현재 6만7000여 명에 이르는 중국인 유학생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 몰이에 나설 수 있다. 각 대학의 익명게시판(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대학마다 대자보를 붙여 여론 조성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내막을 잘 아는 반공 조선족 중국인들은 이번 총선 때도 중국 공산당의 지령을 받은 중국인들이 국내에서 다양한 여론 몰이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지난해 5월 23일 대구시 남구 도태우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중국의 초한전’을 주제로 열린 선진화아카데미 특강에서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중국 공안 출신 여성이 중공의 실체에 대해 직접 폭로한 이야기”라며 “한국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들과 중국인 유학생들, 중국인들이 조선족 커뮤니티와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2021년에 서로 격려하면서 ‘자, 이제 마지막이다.
우리가 이번에 딱 선거 한 번만 더 이기면 한국은 우리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서 OO당과 OOO 후보를 찍게 하자’고 작업해 왔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일이 오는 4·10 총선에서도 분명 일어날 것이라는 게 반공 조선족들의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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