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6월 22일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조사 개시 1주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과 김광동 상임위원, 이재승 상임위원 등이 참여했다.
제2기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6월 21일 기준으로 1만4945건의 진실규명 신청을 받았고, 8814건을 조사했다는 설명이다.
제1기 과거사정리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통과하면서 같은 해 12월 본격적으로 위원회가 출범해 2010년까지 활동했다. 여기서 말하는 ‘과거사’에 해당하는 기간은 일제 식민지시대와 해방정국, 한국전쟁 그리고 5공화국 때까지를 말한다.
주요 사건으로는 제주 4·3사건, 보도연맹사건, 인혁당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대구 폭동, 부마사태, 국민방위군사건, 박종철 사건, 부산형제복지원사건 등이다.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좌파적 시각에서 근현대 주요 사건에 대한 재해석이 그 핵심이다.
제1기 진실화해위는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되었다가 문재인 정부가 부활시켰다. 그것이 제2기 진실화해위다. 제2기 진실화해위는 과거사정리법 시행에 따라 2020년 12월 10일 출범했다. 위원회는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6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통령 소속이 아닌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 진실규명 업무를 독자적으로 진행한다.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조사개시 1주기를 맞아 기자는 김광동 상임위원을 만났다. 과연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또, 문제점은 없는지 등 여러 사항을 질문했다. 김광동 상임위원의 답변은 충격 그 자체였다.
“소위 적대세력 즉, 북한군이나 남한 내 좌익 빨치산에 의해 죽은 사람들은 전혀 보상을 못 받고,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에 의해 죽었다고 해야 보상을 받는 현실입니다.” 기자는 재차 물었다. “그것이 말이 되는 겁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김광동 상임위원은 “소송 결과 법원이 그렇게 판단한 겁니다. 법원 판단에 의하면 인민군과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보상은 가해자인 북한 정권이 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가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배상이나 보상의 책임이 없다고 판결 내렸다”고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진실화해 위원회 구성 자체도 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주도하다보니 인적 구성이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지인 변호사에게 이러한 법 해석이 맞는지 의견을 구해봤다. 우파 내에서 활동이 왕성한 김모 변호사는 이렇게 답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정부이고, 북한은 정부로서 부정되고 불법단체로 규정된다”면서 “따라서 불법단체에 의한 피해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가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국군과 경찰에 희생당했다고 해야 보상금을 받는다니…
어찌되었든 현실에서는 법률 판단은 북한인민군과 남한 내 빨치산에 의해 희생당한 분들과 그 유가족에 대해서는 보상이 막혀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명백하게 적대세력에 학살당한 우익인사 유가족들에 대해서조차 보상받으려면 국군이나 경찰에 희생당했다고 유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1기 진실화해위(2005~ 2010년)에서 5624명이 우리 국군과 경찰에 의한 피해자로 인정돼 보상금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법은 ‘군경과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모두 진상 규명과 피해 구제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경에 의한 희생자로 확정되면 국가 대상 민사소송을 통해 1억5000만 원 안팎의 보상금을 받는다.
그러나 인민군·빨치산에 의한 희생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보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군경에 당했다고 주장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 7000억 원이 보상비로 지출됐다.
김광동 상임위원은 조사 과정에서 안타까운 이야기도 전했다. “군경에 의한 희생자는 유가족들이 다 살아 있기 때문에 보상신청을 해서 보상금을 받습니다. 그런데 인민군과 빨치산에 의해 희생자는 유가족이 없습니다. 경찰가족이나 지주, 인텔리로 낙인찍혀 인민재판을 받게 되면 일가족이 모두 몰살당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보상 신청할 가족이 없는 겁니다.”
특히 인천상륙작전 이후 퇴로가 차단된 좌익들이 전남 해안 일대에서 벌인 학살극은 치를 떨 정도라고 말한다. 지방 좌익은 신안군에서는 한 집안 29명을, 그것도 2살짜리 애기까지 모두 학살했다고 김광동 상임위원은 전한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것도 처음에는 군경에 의해 학살당했다고 ‘먼 친척’이 신청서를 냈지만 재조사 끝에 군경이 아닌 적대세력에 희생당했음이 밝혀진 것이다.
조사1국의 진실규명사건 중에는 충남 홍성에서 있었던 적대세력의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이 눈길을 끈다. 인민군 후퇴 시기인 1950년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홍성지역에서 인민군 및 지방 좌익 등 적대세력에 의해 19명이 집단 희생된 사건이다.
희생자들은 20세 이상의 남성으로, 국민회 및 대한청년단 등 우익단체원으로 활동했거나 국군, 경찰, 공무원이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좌익세력에 의해 살해됐다.
이에 대해 김광동 상임위원은 “유가족들은 이들이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면 1억여 원을 받겠지만 인민군 등 적대세력에 의해 살해됐기에 1원도 못 받는다는 것인데 이게 과연 정의이고 올바른 나라입니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조사 과정에서 보면 처음 신청할 당시 인민군과 적대세력에 처형됐다고 진술했던 희생자의 유족들이 보상자 대상에서 탈락하자 그 다음 신청할 때는 대부분 국군·경찰에 의해 희생됐다며 재심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했는데 결국 인민군과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가 국군·경찰의 희생자로 뒤바뀐 셈이라고 전했다.
진실화해위 제1소위 관한 사건 조사진행 보고에 의하면 피해조사 신청건수는 전남 영암 786건(군경피해 553/적대세력피해 233), 전남 신안 518건(177/341), 전북 고창 456건 등 호남지역 비중이 매우 높다.
기자는 유독 호남, 특히 전남지역, 그것도 해안 및 도서 지역에 피해가 극심한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김광동 상임위원은 이렇게 답했다.
“빨치산 토벌작전이 전남 지리산 일대에서 휴전 이후까지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지방 좌익과 지리산 빨치산들이 북으로 넘어가지 않고 도서지역으로 파고 들어 그 지역을 아지트화 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집중되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좌익 세력에 의한 민간인 피해 중에는 특히 기독교인들에 대한 집단 학살이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권조사를 하기로 했다면서 김광동 상임위원은 “이번에 2기가 출범하고 신청서를 받아보니 몇 백 건에 이르는 많은 기독교 희생자들이 발견됐고 신청서 내용에 기독교 신자라는 이유만으로 집단 학살을 당했다는 보고서가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직권 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연구 용역을 통해 6·25 당시 남침한 인민군이 퇴각하는 과정에서 개신교 1026명, 천주교 119명 등 총 1145명이 희생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자동 폐기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자 김용판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2021년 1월 17일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북한 인민군, 적대세력과 그의 동조자 등에 희생된 대한민국 국민을 ‘전쟁 희생자’라는 개념으로 정의·명시하고 이들에 대한 배·보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국회의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인민군 및 빨치산 등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보상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김광동 상임위원은 사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도 소극적이었고 형식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언론도 조선일보에서나 조금 실어 주었을 뿐 대다수 언론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그래서 기자는 궁금한 부분에 대해 김광동 위원과 대화를 이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다면 그 다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뭐 하고 있었단 말인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부 때는 국가의 재정이 충분한 보상을 해줄 만큼 따르지 못했고, 우파는 보상 받는다는 것을 생각치 못했다.
반면에 좌파세력은 공권력에 의한 피해라는 점을 부각해서 자신들이 정권을 잡으면서 법률로 정해서 보상의 길을 튼 것이다. 그 다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좌익에 의한 희생자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기자는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 오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정권도 교체했으니 지금부터라도 다시 하면 안되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호국보훈에 매우 신경을 쓰고 있던데 말이다.”
김광동 상임위원의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을 이어갔다.
“법을 바꿔야 하고 입법을 해야 하는데 지극 국회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2년 동안은 사실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이다. 2년 후에 국회 권력까지 되찾는 것도 미지수이다. 설령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이 된다 하더라도 입법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좌파세력처럼 힘이 결집하는 것도 아니다. 좌파세력은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수십년을 노력한 것이다. 그것도 시민단체, 언론, 학계, 정치권이 일치단결해서 해왔다. 지금 우파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보상심의과정을 보면 마치 국군과 경찰을 모욕주기 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선일보가 2021년 11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진실화해위 홈페이지에 Q&A(문답) 코너에는 ”사건 관련자 중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우 성명란에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해도 되나요?”라는 질문에 “네 맞습니다. 가해자를 특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국군, 경찰 등으로 기입하여도 무방합니다”라고 게시된 적이 있었다.
이것을 단순 실수였다고 위원회는 말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가 많았다는 것은 엄연한 ‘팩트’다.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군이 오히려 국민을 학살하는 것으로 매도당한 것이다. 이제 국방부도 진실 규명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방부 산하 민군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이 군경에 의한 피해로 둔갑한 것을 국방부 스스로 바로 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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