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수가 지난 3월 이후 11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8월의 8개월 연속 감소 기록을 경신했다.
9개월 연속 감소 기록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한파이다. 외환위기 당시에는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고용이 감소했다. 이 시기 이후 현재 최장 기간 취업자 감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그 끝이 언제인지 보이지 않고 있다. 11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7만1000명 감소했고 실업자는 10만1000명 증가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15세 이상 인구는 모두 4488만4000명이고 이 중에서 62.8%에 해당하는 2820만8000명이 경제활동인구이고 나머지가 비경제활동인구이다.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96.6%인 2724만1000명이 취업자이고, 나머지는 3.4%에 해당하는 실업자이다. 취업자 수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비율인 60.7%가 고용률이다. 통계상에 실업률(3.4%)이 낮아 보여 실제로 체감하는 실업률과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이는 취업자와 실업자의 정의에서 오는 문제 때문이다.
세계노동기구(ILO)는 만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 대상 주간 동안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실제로 수입이 있는 일을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을 취업자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한 이유는 한 나라의 총생산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취업자수와 근로시간에 기초한 총노동 투입량이 필요한데 이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수행된 모든 일이 파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 실업자는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고(without work),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availability for work),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수행(seeking work)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쳐 경제활동인구라 하고 그렇지 않은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한 학생이 1주일에 몇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사원서도 내고 있다면 이 학생은 경제활동인구(취업자 혹은 실업자)인가, 아니면 비경제활동인구인가? 이 학생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므로 비경제활동인구이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1시간 이상 하고 있으므로 경제활동인구인 취업자이기도 하다.
또한 입사원서를 제출한 상태이므로 구직활동을 수행하는 실업자이기도 하다. 이런 경우에는 노동력조사의 우선성 원칙(priority rule)에 따라 경제활동상태가 취업인지 실업인지를 가장 먼저 본다. 따라서 이 학생은 수입을 목적으로 1주일에 한 시간 이상 일하는 취업자이며, 경제활동인구에 속한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 동향 데이터는 매달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얻어지는 데이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활동인구의 고용구조 및 변동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1963년부터 매달 경제활동인구조사가 실시되어 오고 있으며 전국의 3만2000 표본가구 내 상주하는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국민의 경제활동 상태, 취업과 실업 등과 같은 경제적 특성을 조사해 일자리 지원 등 고용정책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그림 1>에서 지난 11월 전년도 동월과 비교해 비경제활동인구가 43만1000명 증가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10월에는 실업자였으나 지난 4주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었다’는 사람이 역대 최대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경제 용어로 ‘잠재경제활동인구’란 표현이 있다. 이 인구는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으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실업자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실업자가 아니며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한다. 그냥 ‘쉬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만약 이들이 구직활동을 계속해 실업자로 분류된다면 실업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실업률은 0.3% 포인트 상승한 3.4%였다. 그러나 잠재경제활동인구 등을 포함한 청년층(15∼29세)의 ‘확장 실업률’은 무려 24.4%로 4.0% 포인트 상승해 심각한 청년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이 실업 상태에 있는 것이다. 1년 전보다 4% 뛴 것은 11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국가적인 어려움이라고 하겠다.
2030 대졸 백수의 급격한 증가와 취업자 감소 추이
통계청에 따르면 11월에 일을 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으며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235만 명 중 48만6000명이 대졸자로 집계됐다. 연령대로 나눠보면 20대가 10만6000명, 30대가 8만7000명이었다. 이들을 합치면 19만3000명으로, 이들은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20~30대 대졸자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노는 셈이다.
2019년 11월에는 대졸 청년 백수가 13만7000명이었는데 1년 사이에 40.4% 증가한 셈이다. 연령대로 구분하면 1년 전 7만 명이었던 20대 대졸 쉬었음 인구는 10만6000명으로 50% 이상 급증했고 6만 명대였던 30대 대졸 쉬었음 인구는 8만 명대로 뛰었다. 이와 별도로 전문대를 졸업한 뒤 11월에 쉰 20~30대도 1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국민에 대한 최대 복지는 일하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취업자수가 감소하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볼 때 가장 피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 3월부터 취업자 감소 규모를 본다면 <표 1>과 같다.
지난 3월부터 매달 평균 33만9000명의 취업자 감소가 발생했으며 이는 2700여만 명의 취업자 중에서 매달 약 1.2%에 해당하는 비율로 매우 심각하다. 취업자 감소폭은 10월에는 42만 명대였으나 그나마 11월 27만 명대로 일시적으로 축소되어 다행이다.
이는 지난 10월 1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업종 등에서 일시적으로 고용이 회복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다시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12월에는 2.5단계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있어 12월의 고용 감소 현상을 매우 심각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림 1>에서 11월의 고용률은 60.7%였다. 작년 같은 달보다 1.0% 포인트 하락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사람은 235만3000명, 구직을 단념한 사람은 63만1000명이었다. 두 지표 모두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11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이 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고 실업자로 계산된다면 고용률은 더 떨어지고 실업률은 더 상승할 것이다.
취업자 감소율을 외국과 비교해 보자. 외국은 11월 데이터가 없으므로 10월 데이터이다. 네덜란드(-0.5%), 호주(-1.0%), 독일(-1.3%), 일본(-1.4%), 이탈리아(-2.1%), 영국(-2.6%), 미국(-6.0%)이다. 우리나라의 10월 데이터는 -1.5% 포인트로 코로나가 심한 이탈리아, 영국, 미국 등보다는 좋으나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숫한 네덜란드, 호주, 독일, 일본 등과 비교하면 나쁜 상황으로 현재 한국의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다.
고용의 질 악화
11월 전체 취업자수가 감소하는 것도 문제지만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고용의 질이 안 좋은 공공·노인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반면 제조업과 청년 일자리는 감소폭이 컸다. <표 2>에 보면 단기 아르바이트 등의 60세 이상 취업자는 37만2000명이 증가한 반면 20대 취업자 감소폭이 제일 크고 그 다음 30대, 40대, 50대의 순이다.
취업자를 업종별로 보면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취업자수가 15만2000명 증가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도 11만4000명 늘었다. 이들은 주로 정부가 노인들에게 공급하는 직접 일자리들로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 한편 양질의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 고용은 악화하는 추세다. 제조업의 취업자 감소폭은 10월에는 9만8000명이었으나 11월에는 11만3000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취업자가 줄어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 사태로 고용이 위축된 것과 기업하기 힘든 환경 조성으로 기업들의 사기가 떨어져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최상의 위기 대책은 코로나 백신 확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백신 확보 지연으로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어 국민적 불안감이 크다. 시급한 백신 확보가 국민을 안심하게 하고 취업자를 늘리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다음으로, 그동안 정부의 친노조 반기업 정책으로 기업 활동이 많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기업 활동에 관한 각종 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의 경직성을 완화해주고,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을 자제하고, 법인세와 양도세 등을 인하해 주는 등 각종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기업의 성장 없이는 양질의 고용을 늘리는 방법은 없다.
60세 이상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공공행정, 보건, 사회복지서비스 등의 단기성 일자리는 아무리 늘려도 이는 한계가 있다. 또한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 ‘2050 탄소중립 정책’ 등의 정책도 기업 활동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다.
정부의 일자리 고용정책에서 취업자를 늘리기 위해 정부가 ‘단기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로 볼 때 현명하지 못하다. 젊은 세대들이 노동시장에 제때 진입하도록 하는 국가적인 인적 자원 활용계획이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 당장 기업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자리 마련이 어렵다면 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인턴십,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돌려 미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중요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업들이 주관해 실시하도록 인센티브를 기업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런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는 기업이 절실히 필요하며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청년층의 취업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보면 공공기관 체험형 일자리 규모를 올해(1만4000명)보다 8000명 더 늘리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기관보다는 민간 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서 채용이 늘어야 취업난은 해소되고 고용률이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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