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글로벌 백신 쟁탈전과 한국의 백신 사정... ‘백신대란’ 올 수도 있다
[전문가진단] 글로벌 백신 쟁탈전과 한국의 백신 사정... ‘백신대란’ 올 수도 있다
  •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 승인 2021.01.1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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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코로나 백신은 안정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우리 한국인 차례가 오려면 멀었습니다. 에어피니티라는 의료컨설팅 기관이 예측한 코로나 백신 공급 가능 양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0년 4분기 1.76억 도스, 2021년 1분기 3.56억 도스 등으로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2021년 4분기까지 합치면 20억 도스 정도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예측치를 내놨습니다.

20억 도스가 많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전 세계 인구 78억 명이 대부분 접종을 받고 싶어 할 테니 20억 도스로는 부족합니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돈 내고 사면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최소한 현재 앞서가고 있는 코로나 백신들의 경우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여러 제약사의 백신들에 대해 선구매계약을 체결해 뒀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어떤 제약회사와도 직접적인 백신 공급 계약을 맺고 있지 않습니다. 그 대신 코백스 퍼실리티 가입으로 1000만 도스를 확보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란 세계보건기구(WHO)와 다른 2개의 NGO가 주도하는 백신 공급 프로그램인데요.

쉽게 말하면 부자 나라들이 돈을 내서 자국민용 백신도 확보하고 돈 없는 나라 사람들에게도 백신을 사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여러 나라들이 참여하는 공동구매 사업 성격도 있기는 하지만 돈은 일부 나라만 낸다는 면에서 일종의 자선 백신 프로그램인 셈입니다. 돈을 내겠다며 참가 의향을 밝힌 나라가 80개국인데 한국도 그 중에 들어갑니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92개국은 회비를 내지 않고 혜택만 받게 되어 있습니다.

코백스가 어느 정도나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코백스도 결국 제약사에서 백신을 구입해야 하니까 선구매계약이 없으면 백신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코백스의 선구매계약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3억 도스 계약이 유일합니다. 나머지 제약사들과 선구매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미국, 유럽, 영국, 일본 같은 나라들입니다.

코백스가 9개의 백신 후보 물질에 투자했다는 기사가 있기는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외에 어떤 제약사의 후보 백신에 투자했는지 공표된 것은 없습니다. 코백스의 성격이 이렇기 때문에 대다수 선진국들은 제약사들과 개별적인 교섭을 통해 선구매 계약을 체결해왔습니다. 코백스 가입은 일종의 자선 행위 같은 것이어서 거기에만 의존하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코백스 가입을 대단한 백신 확보 대책인 양 발표했습니다.
 

한국, 백신 보급 어려움에 처할 수도

코백스를 믿기 어려운 것은 돈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9월 21일 WHO 사무총장의 발언에 그 사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코백스가 필요로 하는 자금은 350억 달러인데 9월 21일 현재 확보된 자금은 3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되려면 지금 당장 15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데 확보된 것은 30억 달러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 30억 달러조차 의향서 수준일 테니 현금이 계좌로 입금돼 봐야 정말 쓸 수 있는 돈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도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것이 6월 30일인데 실제 돈을 납부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한국이 코백스를 통해 확실히 1000만 도스를 공급받으려면 WHO에 충분한 기부금이 모여야 할텐데 어느 천년에 그것이 가능할까요. 대다수 자선 단체들의 목표가 그러하듯이 선진국들의 기부를 받아 172개 국 인구의 20%에 백신을 공급하겠다는 코백스 퍼실리티의 목표 역시 기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저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 수도 있습니다.

코백스에는 다행히도 강력한 구원자가 나타났습니다. 10월 9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이 코백스 퍼실리티에 가입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미국은 가입하지 않았는데 중국은 가입을 결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코백스가 서방의 제약사들로부터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더라도 중국으로부터는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국 정부가 확보했다고 하는 그 1000만 도스도 중국 백신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한국 정부도 선진국들처럼 코백스 외에 다른 제약사들과 선구매를 위한 개별적인 교섭에 나서겠다고 발표는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21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한국 아스트라케네카 그리고 한국 정부의 3자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인 AZD1222의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3자 간 협력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위탁 생산하게 되어 있어 이런 거래가 가능한 듯합니다. 하지만 이 협력의향서라는 것이 어느 정도나 구속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미 다른 선진국들과의 선구매계약 물량을 채워주기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과연 아스트라제네카가 한국에 백신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을까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하는 코로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것인 만큼 최종적인 소유권도 아스트라제네카의 것일 테니 말입니다.

의약 분야에 문외한인 필자가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이 글에 인용한 제약업계의 상황은 내외신 기사들을 공부해가며 파악한 것들이어서 틀린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 확보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국민들 묶어 두는 데만 정신이 팔려 정작 자신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방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피해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영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보다 압도적으로 선방을 했습니다. 인명 피해도 경제적 피해도 작습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특징은 우두머리의 말, 정부의 말을 잘 따른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2020년은 전제주의 속성이 강한 나라들이 코로나 피해가 작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백신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입니다. 좋은 백신을 많이 확보한 나라들이 코로나의 재앙을 뚫고 솟아날 것입니다. 그런 나라들은 마스크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1단계, 2단계 어쩌구 하는 것들도 없어질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걱정입니다. 남들은 코로나를 완전 극복하고 정상생활을 하는데 우리는 여전이 K-방역이니 뭐니 하면서 마스크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처럼 코백스라는 것만 믿고 있으면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백신을 확보하는 일이 급합니다. 문재인 정부에 그것부터 요구해야 합니다.

김정호의 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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