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실질적으로 1국가 2국민 상태에 있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건국 후 봉건사회에서 근대국가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지 70여년 만에 정치‧경제면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눈부신 성과를 보였음에도, 일각에선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치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통령 리더십과 한국 현대사 문제에 정통한 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신간 <당신이 알아야할 한국 현대사>는 공통된 역사의식이 없다면 국가라고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역사 공동체라는 의식 없이는 애국심도 생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기존 역사학계가 갖고 있는 ‘민족‧민주‧민중’ 중심적인 사관(史觀)의 한계를 지적하고, 건국 초기의 특수성을 변수로 설정한 국가건설(nation building)사관을 강조한다.
국가건설사관이란 국가건설 과정에 있는 나라의 역사는 국가건설이 완성된 선진국 기준으로는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우며, 국가건설 과정에 있는 나라가 처한 여건 속에서 어떤 노력을 했고,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평가하는 접근법이다. 이 책에선 안보‧경제‧정치를 주요 변수로 놓고 우리 현대사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민주화를 마치 성역처럼 간주하거나,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민중을 위주로 보는 기존 역사학계의 편향된 시각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의 공과(功過)도 근대국가 수립 초기, 또는 6‧25전쟁 직후였다는 현실과 함께 특수한 안보 상황, 경제적 기반 구축 등의 변수가 고려됨으로써 재평가될 수 있다.
이 책이 다른 역사서와 차별화되는 점은 다음과 같은 소위 민주화 이후 시대의 평가 대목이다. ‘1987년 9퍼센트였던 임금상승률은 1988년부터 3년간 연평균 24퍼센트를 기록했다. 그 결과 한국의 임금 수준은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높아졌지만, 계속된 노사분규의 여파로 노동생산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저자의 민주화 시대에 대한 평가는 박한 편이다. 저자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민주주의 세력은) 민주주의만을 지고의 가치로 여겨 왔기에 집권하고 나서는 자기들만이 옳다는 도덕적 오만에 빠져 그동안 국가발전에 공로가 컸던 호국‧산업화 세력을 청산 내지 타도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 권력을 쟁취했다고 착각하고 마치 점령군처럼 행세하며 국정 운영을 민주투쟁의 연장으로 인식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도덕적 정당성 그 자체라는 이 같은 민주화 세력의 오만이 북한식 인민민주주의를 버젓이 주장하는 등 ‘과잉 민주주의’, ‘천민(賤民) 민주주의’ 현상을 만연시켰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가안보‧법‧질서‧경제적 자유 등이 무시당하는 지금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운동권 인사들은 민주투쟁 당시 집권세력을 ‘악(惡)’으로 인식하고 타도할 대상으로 여겼다.
그렇다면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저자가 생각하는 해법 가운데 하나는 운동권 세력이 투쟁 노선을 청산하고, 성숙한 민주시민을 통해 성립되는 건전한 의회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현대사에 대한 국민적 합의다. 그런데 이 첫걸음을 떼기도 쉽지 않은 게 우리의 참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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