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미의 트렌드 읽기] MBTI로 나도 알고 너도 파악한다
[이근미의 트렌드 읽기] MBTI로 나도 알고 너도 파악한다
  • 이근미  미래한국 편집위원 ·소설가
  • 승인 2023.06.23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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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영된 tvN ‘서진이네’ 마지막회에 나영석 PD가 이서진에게 “우식이가 I인데 호객행위를 시키면 어떡해”라고 하자 이서진이 “I가 뭐야?”라고 묻는 장면이 나왔다.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나온 엘리트지만 트렌드에 관심없는 52세의 이서진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요즘 ‘MBTI를 묻느냐, 혈액형을 묻느냐’로 신구세대를 구분하기도 한다. 남의 MBTI를 묻는 게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여 I인지 E인지만 묻기도 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단 4가지 혈액형으로 사람의 특성을 단정했으나 어느덧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융(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 검사를 뜻한다. 

현재 네이버의 MBTI 검색량이 하루 10만여 건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네이버 추이를 보면 2019년까지만 해도 MBTI 검색량이 많지 않았다.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된 MBTI 성격유형 검사가 2020년부터 관심을 끈 이유가 뭘까? MBTI 열풍은 코로나로 대면 활동의 감소하자 서로를 빨리 파악하기 위해 자신의 성향을 공개하면서 폭발성이 강해졌다. 나무위키 연예인 프로필에 MBTI가 필수 기재 항목이 된 것도 유행의 한 원인이 되었다. 

영국 사이트에서 ‘16personality’라는 MBTI 약식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열풍이 시작되었을 거라는 추측도 있다. 질문에 답하면 금방 결과가 나오는 무료 검사지 덕분에 MBTI가 급부상하게 된 면도 분명 있을 것이다. 

MBTI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고안했다. 사진은 마이어스 브릭스재단 홈페이지.

16가지 성격 유형

MBTI 열풍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인은 MZ세대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셀프브랜딩 시대에 나를 잘 알고 나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자기 분석은 당연한 과정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모바일을 사용해온 MZ세대의 친숙한 놀이면서 정보 공유의 한 행위이기도 하다. 

MBTI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유형끼리 공감하려는 욕구가 맞아떨어져 트렌드가 된 것이다. 나를 제대로 알리고 상대에 대해서도 빨리 파악하고 싶은, 즉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열풍을 불러온 셈이다. 

MBTI는 내향적(I)인지 외향적(E)인지, 직관적(N)인지 감각적(S)인지, 감정적(F)인지 사고적(T)인지, 인식적(P)인지 판단적(J)인지 따져 무려 16개 성격유형을 선보인다. MBTI 검사와 16가지 유형의 특성은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복잡하다고 생각되지만 ‘MBTI도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혈액형성격론과 같은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검사지는 약식에 불과하므로 정확성이나 상세한 분석과 해석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MBTI 유형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검증된 정식 검사를 통해 보다 명확한 해석을 제공 받으라는 게 전문가들의 권유이다. 그렇더라도 MBTI가 혈액형 성격 분류보다 훨씬 세분화된 것만은 확실하다. 이미 많은 사람이 MBTI를 이용해 궁합을 보고 소개팅을 하며 친구 사귈 때 활용하기도 한다.자신을 더 정확히 알고 싶다면 MBTI 외에도 다양한 심리테스트를 해볼 필요가 있다. 소설가들이 숙지하면 유익하다고 정평이 난 ‘에니어그램 성격유형 검사’로도 자신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인간의 성격을 9가지로 나눠 도형과 함께 설명하는 검사로 성격이 만들어지게 된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MBTI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고안했다. 사진은 마이어스 브릭스재단 홈페이지.
MBTI는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고안했다. 사진은 마이어스 브릭스재단 홈페이지.

다양한 심리검사 활용

네모와 세모, 동그라미 등의 도형으로 기질과 성격, 현재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도형심리검사로도 간단하게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 기업에서 코칭 교육을 할 때 다양한 심리검사를 활용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심리를 파악하여 업무 분담에 적용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MBTI에 과몰입하여 맹신하는 건 금물이지만 소통을 위해 나 자신과 상대방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필요한 일이다. 리더라면 MBTI를 활용해 팀원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센스를 발휘해 봄 직하다. 나를 제대로 알기만 해도 세상 속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일이 한결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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