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의 동물 이야기 ③] 벵골호랑이와 백호, 그리고 수마트라 호랑이
[강규형의 동물 이야기 ③] 벵골호랑이와 백호, 그리고 수마트라 호랑이
  • 강규형  명지대 교수·전 애견연맹 자문위원
  • 승인 2022.11.28 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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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이야기 2부 

저번 호에서는 한국에서도 서식했던 아무르(시베리아) 호랑이를 주로 살펴봤다. 그런데 호랑이는 종류가 꽤 많고 멸종된 종도 많다. 카스피 호랑이라고 카스피해 지역에 사는, 지금은 멸종된 호랑이를 들어본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마트라 호랑이
수마트라 호랑이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많고 보편적인 호랑이는 인도 등에 서식하는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는 벵골(벵갈)호랑이(Bengal Tiger, 인도 호랑이)이다. 벵골호랑이는 더운 지역에 살고 무늬가 화려하고 몸도 크다. 가장 큰 개체는 시베리아 호랑이만큼 크다고 기록돼 있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추운 지역이라 색이 어둡고 화려하지 않다.

호랑이 중에는 몸의 바탕색이 하얀 백호(白虎)도 있다. 벵골호랑이 중 1951년 인도의 야생에서 잡힌 흰 호랑이가 있었다. 이름을 모한(Mohan)으로 지은 이 백호가 세계 거의 모든 백호의 조상이 됐다. 모한 이전에도 백호는 발견됐지만, 모한은 생포돼서 오늘날 거의 모든 백호의 조상이 됐다.

백호는 야생에서 살기 부적절한 모색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신비함 때문에 수요가 많고,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 근친교배가 많이 일어나 유전적 문제가 생겨나기도 한다. 체구는 백호가 일반 호랑이보다 더 크다.

그런데 벵갈호랑이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한 백호가 아무르 호랑이에서도 나온 희귀한 케이스가 보고됐다. 바로 1999년 서울대공원에서였다. 야생에서는 발견된 사례가 없다. 시베리아 호랑이에서 백호가 나올 확률은 20만분의 1이라 한다. 한국 전설의 백호는 상상의 동물일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아무르 호랑이에서 백호가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뱅골 호랑이
뱅골 호랑이

호랑이는 중동부터 극동까지 넓게 서식

호랑이의 서식지는 표범보다는 좁지만 사자보다는 훨씬 넓다. 사자는 아프리카 이외에는 인도 등에 소수가 존재한다. 인도사자는 몸도 작고 갈기도 숱이 적다. 참고로 사자와 호랑이 표범은 유전적으로 생각보다 가까워 서로의 사이에서 하이브리드가 드물게 태어난다.

예를 들어 호랑이와 사자 사이에서는 라이거나 타이곤이 태어나는데, 이들은 그 대에 끝나고 다음 세대로 번식이 안 된다. 이중 라이거(숫컷 사자와 암컷 호랑이 사이에서 생기는 하이브리드 종)는 일반 호랑이나 사자보다 크다.

호랑이는 중동부터 극동까지 넓게 서식한다. 일본에는 호랑이와 표범이 없다. 홋카이도에는 있을법한데도 전혀 없다. 그래서 호랑이를 “도라(虎)”라고 부르는 일본인들은 “도라”에 대한 공포와 경외감을 같이 갖고 있었다. “도라 도라 도라(Tora Tora Tora)”는 진주만 습격 시 성공을 알리는 일본군의 암호였다. 동명의 영화도 있다.

호랑이는 인도지역에 제일 많지만 러시아, 중국과 인도차이나도 주요 서식지다. 인도차이나 쪽에 여러 호랑이의 아종들이 분포하는데 대개는 소형 호랑이들이다. 요즘 들어 주목을 받는 호랑이는 수마트라 호랑이이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서식하는 소형 호랑이이고 짙은 모색을 가지고 있어 아름답다. 멸종 위기종이고 상대적으로 친근해 보이는 점이 인기의 포인트인 것 같다. 수컷의 몸길이가 대략 215∼255cm, 몸무게 75kg∼140kg이니 꽤 작은 편이다.

일본 우에노 동물원, 요코하마 동물원 등이 보유하고 있고, 이 호랑이를 보유한 동물원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경향을 보인다. 년 전에 호주의 캔버라 동물원을 방문했을 때도 수마트라 호랑이가 있었다. 물론 작고 아름답다고 사람을 안 잡아먹는 것은 아니다.

백호
백호

수마트라 호랑이보다 더 작은 2미터 이내인 미니 사이즈인 발리호랑이는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섬에서 나름대로 작게 진화된 종들인데 역시 섬이라 번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을 듯하다. 반면 벵골호랑이나 아무르 호랑이는 서식지가 파괴되면 옮겨갈 곳들이 많아 아직도 개체 수가 그런대로 유지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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