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씨앗, 기쁨의 열매
눈물의 씨앗, 기쁨의 열매
  • 미래한국
  • 승인 2017.05.18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준석 美 필라델피아 큰믿음제일교회 담임목사 · 비전126중보기도 총무위원

사람살이에서 즐거움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다. 탯줄로 연결된 가족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제까지 만난 사람의 수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 무엇보다 조국에 있었으면 만나기 힘든 분들과의 개인적인 만남은 1975년 후 미국에서 살게 된 나에겐 축복이었다. 한경직, 김재준, 고영근, 한완상, 함석헌, 이태영 등…. 그 중의 한 분이 김상철 전 서울시장이다.

그 분과의 만남은 서울시장직을 7일 만에 그만 두고 몇 년 지난 1995년 어느 날 필라델피아를 방문했던 때였다. 김 시장의 처형이 출석하는 임마누엘교회에서 특별간담회가 있다하여 동료 목회자들과 함께 참석했다. 억울한 얘기가 있을 것 같아 흥미가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억울했던 자신의 얘기보다 좌파종북세력의 팽창과 더불어 반미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조국의 현실을 토로했다. 나는 그가 인권 변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가 여느 사람들처럼 의식화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북은 아니더라도 북한에 대한 이해력과 포용력이 넓을 것으로 여겼는데 알고 보니 철저한 반공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김 장로님도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이라 어린 시절 겪었던 6‧25사변 경험은 별로 기억에 없고 다만 어른들과 역사교육을 통해서 공산당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자신 있게 공산주의자들과는 절대 대화와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잘라 얘기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그의 고백에서 금시 풀렸다. 인권 변호사로서 한국 내에 좌경, 그리고 의식화된 죄수들을 변호하면서 발생한 저들과의 직접적인 접촉과 교류를 통해 공산주의의 진면목을 철저하게 맛보았던 것이다.

“죄는 미워하지만 죄인은 미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우고 실천해오던 나 같은 목사의 입장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의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과 공산주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이 됐다. 그래서 나라를 사랑하여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는 말씀 밑에 비전126중보기도모임를 통해 조국사랑기도회를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도 지회를 만들자는 제의를 쾌히 수락했다.

그 다음 해 1997년 7월 31일 아담스 마크 호텔에서 나는 필라델피아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을 다수 초청해 비전126필라델피아 중보기도모임 창립예배를 드렸고 총무위원으로 섬김위원이 됐다.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일에는 모두가 협조적이었다. 집을 떠난 자식이 집 걱정 더한다는 말처럼 조국을 떠나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야말로 조국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더 많다. 이렇게 조국을 위해 기도하는 모임으로 만난 김상철 장로님은 이 기도모임을 조국의 내일을 설계하는 비전모임으로 발전시켜갔다.

조국이 광복을 맞은 지 80주년이 되는 1999년 3월 1일 김상철 장로님은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비전126중보기도모임 섬김위원 국제대회를 가질 것을 제안‧추진하여 한국에서 22명, 그리고 미국 전역에서 온 기도 동지들과 함께 84명이 3월 1~3일 버지니아에 있는 호텔에서 모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 모임에서 북한 난민의 구호와 선교활동보고를 듣던 중 북한 난민의 실상과 강제송환에 따른 참상을 자세히 알게 됐다. 북한 난민의 참상에 관한 보고는 이미 워싱턴포스트지 1999년 2월 12일 자에 게재된 바 있었다.

 

예레미야처럼 ‘시대를 보았던’ 사람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김상철 장로님은 북한 난민을 위해 함께 기도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기도를 마치자마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북한난민보호시설 설치를 청원하는 100만 명 서명운동 전개를 제안했다. 사전 계획에 없던 일이었는데 기도 중에 하나님의 영감이 장로님에게 임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마음을 같이해 결의했다. 후에 보니 김상철 장로님은 국제대회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통해 한국교회의 총체적인 지원과 해외 동포들의 협조를 얻어 결국 1180만 명이라는 획기적인 서명을 받아 청원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우리 민족이 하나님을 섬기는 백성 되게 하소서”

“우리의 삶에 진실, 공평, 정의가 있게 하소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정부, 국가, 민족이 되게 하소서”

평소 126 기도운동에 대해 ‘국가와 민족을 위한 기도운동’이라고 외쳤던 김상철 장로님은 역사는 하나님 주권 아래 있음을 굳게 믿었고 그 역사는 지도자들을 통해 역사한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아신 분이다.

그래서 김 장로님은 누구보다 지도자들의 시대를 보는 영적 안목이 열려 있어야 함을 깨닫고 선지자와 선견자가 되어 목회자들과 사회 평신도 지도자들을 일깨우고 독려하는 일에 앞장섰다. 그는 그야말로 행동하는 신앙인이었고 생각하고 기도하는 하나님의 종이었다.

이스라엘 북방에 일어난 신흥 제국 바벨론의 등장으로 풍전등화 같은 정치적 혼란과 변혁의 폭풍이 유대 땅에 휘몰아치려 할 때 하나님은 새로운 영적 지도자 예레미야에게 “네가 무엇을 보느냐?”(렘 1:11)고 물으셨다.

김 장로님은 여전히 강대국 사이에 남북대치 구도 속에 있는 조국의 장래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까에 대한 나라 걱정, 민족 걱정을 끊임없이 하셨다. 그러시다 종내 과로로 쓰러져 몇 년간 아무 말 없이 우리 곁에 계시다 하나님 부름을 먼저 받아 훌쩍 이 땅을 떠났다.

김상철 장로님은 죽은 것 같으나 실상은 지금도 살아서 우리 기도동지들 곁에, 그리고 수많은 지인 앞에 꿋꿋한 모습과 단호한 목소리로 남아 있다. 그 모습, 그 소리는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똑똑히 들리고 있다. 이런 그 분의 모습과 정신은 소리에 담겨 우리 양심과 나라를 위한 기도에 계속 계승될 것이다.

확고한 신념, 바른 판단과 결정력, 그리고 장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추진력…. 이 모든 것은 하나님의 사랑 앞에 자신을 바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더 존경스럽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하나님, 이 시대를 보는 영적인 눈, 김상철 장로 뒤를 이어 더 많은 이들이 시대를 똑바로 보는 영안을 갖게 하옵소서. 그리고 의인의 기도가 응답되는 역사가 나타나 조국 강산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아래 민주평화통일 이루게 하여 주옵소서. 눈물로 씨를 뿌린 김상철 장로님의 기도와 희생의 열매가 금명간에 풍성히 열리게 하옵소서.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