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밀알이 되다
한 알의 밀알이 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7.05.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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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순 예광교회 원로목사 · 손과마음선교회 이사장

제가 김상철 장로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제가 시무하는 교회에 김 장로님을 특별 강사로 초청하면서부터였습니다. 집회가 끝난 후 식사를 하면서 햇볕정책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햇볕이 아무리 좋아도 얼음은 녹일 수 있지만 진흙은 오히려 단단하게 만들고 살아 있는 나무에 햇빛이 비치면 더 잘 자라지만 죽은 나무에 햇빛이 비치면 더 빨리 썩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현실의 남북관계에서는 햇빛정책이 민주통일을 가져오는 데 역작용을 하는 것이라는 대화였습니다.

이 날 이후로 장로님과 저는 자주 교류해 가까이 지내게 됐습니다. 그리고 장로님의 권유로 미래한국 운영이사가 됐고 기드온용사단 총단장이 된 저는 김상철 장로님과 함께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2년 6개월 동안 매주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 모임을 운영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때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교회 장로님 한분께서 좌파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인 일이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1심 재판 결과가 벌금 100만원이었습니다. 항소를 하게 됐고 항소심의 변호를 김상철 장로님에게 맡겼습니다. 김 장로님은 수임료를 받지 않고 변호하겠다고 하시면서 승리하면 1심 재판에서 받은 벌금 100만원을 미래한국에 헌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결과는 2심에서 승리했고 100만원을 미래한국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미국에 가서 부흥성회를 인도하는 중에 김상철 장로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장로님도 미국에 계신데 모임이 있으니 나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보니 애국인사들을 40명쯤 모아놓고 민족의 구원과 통일을 위해 의논하고 계셨습니다. 당시 김 장로님은 눈물 나도록 애절하고 열렬한 모습으로 나라 구원을 위해 호소하고 계셨습니다. 지금도 그 음성이 들리는 듯합니다.

김상철 장로님은 우파 정론지인 미래한국을 발행하고 계셨는데 당시는 일간지 언론조차 바른 말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래한국이 세례 요한처럼 바른 말을 하면 얼마 지나서 일간지들이 그 말을 따라 보도하곤 했습니다. 김 장로님은 미래한국을 통해서 보수언론을 이끌어 가셨는데 그것이 한국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줘 나라를 바로 서게 하셨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김 장로님은 가만히 앉아서는 도저히 나라를 구하기 어렵다고 생각되고 좌경화를 막기 위해 행동해야 될 때라고 생각하면 자신의 몸을 던져 행동으로 투쟁하는 분이셨습니다. 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한 군중대회와 전쟁기념관에서 시청 앞까지 행했던 시가행진 등이 그런 것이었습니다. 장로님은 마이크나 메가폰을 잡고 앞서 나가며 외치셨습니다. 목은 쉬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계속 흘러내리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제가 지켜본 김 장로님은 분단된 조국이 이념의 혼란을 겪을 때 나라를 위해 일어나 헌신한 열렬한 애국자였습니다. 좋은 일꾼이 필요한 이 시대에 좀 더 일하지 못하고 가신 것이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김 장로님은 애국자일 뿐 아니라 기도하는 믿음의 장로님이셨습니다. 백주년기념관에서 매주 월요일 기도회로 모일 때마다 저는 장로님의 모습을 보면서 큰 은혜를 받곤 했습니다. 장로님은 다 같이 기도하는 시간에 우리말로 기도하시다가 어느 사이에 방언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몸에는 진동이 일어나고, 나중에는 차라리 일어서서 손을 들고 전심으로 나라를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참된 신앙인은 예레미야처럼 애국자가 된다더니 장로님의 굳건한 신앙이 애국하는 마음으로 승화됐던 것 같습니다. 김상철 장로님은 예수님의 길을 따라 십자가를 지고 가신 한 마리의 희생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서울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판사였으며 변호사였고 서울시장까지 역임하셨습니다. 일신상의 부귀영화를 누리려면 얼마든지 누릴 수 있고 더 큰 지위도 얻을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혼란과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려고 일어나서 애국운동을 벌이느라 중상모략도 당하고 물질도 탕진하고 마지막에는 건강까지 잃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러나 그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그의 희생이 오늘 이 나라의 평안을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이 세상에서는 보상받지 못했어도 하늘의 상급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유족에게는 평안과 축복이 늘 함께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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