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유민주주의 정치 철학의 대부로 알려진 존 롤스(John Rawls)가 1971년 <사회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을 출간하면서 질서주의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용어는 사회계약론에서 유래한 자유주의 정치철학이나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정신으로 흘러 왔음을 알 수 있다.
정치 현상에서 결과주의는 결과를 중요시 하지만, 절차주의는 정당한 절차의 확립과 실천을 중요시한다. 절차주의는 정당한 절차가 결과의 정당성을 담보한다고 본다. 절차가 올바르면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결과는 정당한 것이다. 올바른 절차란 어떤 특정한 결과가 산출되도록 설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민주화 열기가 두려웠던 전두환은 정치적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내 전두환 재임 중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포함한 6·29선언을 했다. 이로써 한국민주화를 위한 정치 대타협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 투사인 김영삼은 패배하고, 구 권위주의 정권의 상징인 노태우가 당선되었다. 이때 대통령 직선제의 선거절차가 김영삼이나 김대중이 선출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노태우는 선출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면 권위주의 세력은 민주세력과 대타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건에 대해 법리론적 판단을 해야 하는 헌재가, 진실을 왜곡 보도한 언론과 야당의 자기방어적 공세 그리고 좌파시민단체들이 합세한 세력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기 위한 보수세력간에 대결화 되어 정치적 판단을 요청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어떤 결과가 나올 터인데 태극기 민심과 촛불민심은 극한 대립상태에서 어느 한쪽은 결과에 반발할 것이다. 헌재 결정이 나기 전에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제안(?)하는 쪽도 있다.
이번 사건의 근저에는 비리를 감추려는 수구 부패 세력들이, 사실을 밝히려는 박 대통령의 시도에 반격을 가하겠다는 음모적 연합이 있었다고 본다. 수십 조가 감쪽같이 증발된 바다이야기, 부산저축은행 사건, 10조가 넘는 건보 재정의 증발 사건, 엘시티 사건, 기라성 같은 대기업이 연루된 스폰서 검사 사건, 유력한 언론인과 정치인이 연루된 고 장자연 사건, 자원외교나 방위산업과 관련된 비리 사건들은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탄핵소추 사건은 언론의 마녀사냥, 국회의 인민재판으로 대통령을 생매장해 정치적으로 하야시키겠다는 부패 적대세력들이, 법과 절차를 무시한 채 그야말로 국정농단을 일으킨 것이다.
탄핵의 사유도, 결정의 절차도 맞지 않은 채 광장의 촛불 군중을 ‘민의’라고 우기며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인 탄핵 공세는 마땅히 견제되어야 한다. 헌재는 기각이 아니라 각하를 하는 게 맞다. 그것이 법치가 살아 있는 대한민국의 증명이다. 국회가 짓밟은 헌법 절차를 헌재가 복원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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