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분업 사라지며 무역량 줄고, 인건비 싼 나라로 빠져나갔던 선진국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 현상 발생하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려 세계질서 급변
지난 7월 8일 언론들은 “삼성전자 분기별 영업이익 8조 원 대”를 알리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올 2분기 매출 50조 원, 영업이익 8조 1000억 원의 실적을 올려 2014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영업이익 8조 원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양호한 실적은 갤럭시S7 스마트폰 덕분이다. 갤럭시S7은 올 3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2600만 대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분기별 영업이익 8조 1000억 원 가운데 스마트폰의 영업이익이 4조 4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절반의 운명이 스마트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2014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의 GDP가 1485조 원이었는데 삼성그룹 총 매출액이 303조 원으로 GDP 대비 20%, 법인세는 전체의 19.3%, 수출액은 전체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와 산업, 수출과 법인세 분야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의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만약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경쟁력을 잃고 삐걱대는 순간, 한국의 운명도 비슷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 스마트폰이 지금은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조만간 약발이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효자 노릇을 하던 조선·제철·화학산업 등 전통 제조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어디를 둘러봐도 암울한 전망뿐이다.
지난 5월 7일 미국 플로리다 주 월리스턴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 차량 테슬라 S가 자율주행 도중 트레일러와 충돌하여 탑승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국내외의 주요 언론들은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문제를 심도 깊게 보도했다.
이 사건은 자율주행차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각 선진국의 도로를 질주하고 있음을 알리는 내용증명이다.
▲ 미래한국 고재영 |
‘자율주행차 사망 사고’의 의미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만간 무인자율주행차가 거리를 질주하는 차량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 시스템’은 몇 분 만에 질병과 치료기록, 정밀검사와 유전자 데이터 등을 거의 완벽한 최신 의학지식으로 비교 분석하여 암 환자들에게 개인 맞춤형 치료법을 권해주고 있다.
2008년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가외부 개발자에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의뢰하면셔 ‘앱 경제’라는 분야가 만들어졌다. 2015년 중순 세계 앱 경제는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100년 이상 존재해 온 영화산업의 수익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아이폰이 2007년 처음 출시된 이래 2015년 말 스마트폰 사용자는 전 세계에서 20억 명에 달했다. 에어앤비, 우버, 알리바바 등과 강은 기업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존재가치조차 없던 기업이었다.
올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했다.
슈밥 회장은 제4차 산업혁명을 수십 억 인구가 모바일 기기로 연결되어 유례없는 저장 및 처리 능력과 지식에 접근성을 가지게 될 때 발생하는 무한한 가능성, 혹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3D 프린팅, 나노기술, 생명공학, 재료공학, 에너지 저장기술, 퀀텀 컴퓨팅, 드론 등 폭넓은 분야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과학기술의 약진을 통해 이뤄지는 융합으로 정의했다.
이보다 8개월 전인 2015년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산업박람회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차 산업혁명’(Industrie 4.0)을 미래 독일, 나아가 미래 세계를 만들어 갈 핵심 키워드라고 선언했다. 독일은 이미 2년 전인 2013년 4차 산업혁명의 칼을 빼들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더 저렴하면서 작고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특징이다. 이러한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초연결 사회를 가능케 한 결과 한 인간이나 집단의 활동 범위와 생활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은 확실히 다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화의 결합으로 자고 일어날 때마다 창조적(혹은 파괴적) 기술혁신이 일어나 인류의 삶의 양태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이 혁명적 상황을 전 세계의 석학들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했다.
제4차 산업혁명은 가공할 파괴력으로 기존의 산업과 경제, 기업과 국가, 통상의 관념과 질서와 방법론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그 초토화의 뒤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모든 전문가와 기업인, 학자와 지식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번은 확실히 다르다”는 말에 공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이 아니라, 그와는 현저히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클라우스 슈밥은 이러한 구별의 근거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한다.
▲속도(Velocity) : 제1~3차 산업혁명과 달리 제4차 산업혁명은 선형적 속도가 아닌 기하급수적 속도로 전개 중이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다면적이고 서로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신기술이 그보다 더 새롭고 뛰어난 역량을 갖춘 기술을 만들어냄으로써 생긴 결과다.
▲범위와 깊이(Breadth and depth) : 제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다양한 과학기술을 융합해 개개인뿐 아니라 경제, 기업, 사회를 유례없는 패러다임 전환으로 유도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시스템 충격(Systems Impact) : 제4차 산업혁명은 국가 간, 기업 간, 산업 간, 그리고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수반한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할 때 기술 개발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기술 발전의 범위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이니 그로 인한 충격파는 국가와, 기업, 산업, 그리고 개개인의 삶과 일상을 뿌리서부터 근본적으로 뒤집어놓을 것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보자.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는 R&D, 기술개발, 새로운 제품과 상품의 개발을 선진국이 주도했다. 선진국이 개발한 제품을 지구상에서 제조원가가 가장 저렴하고 기업 활동하기 편한 나라에 주문하여 생산을 한 다음 다시 선진국으로 가져다 사용하는 패턴이었다. 학자들은 이런 패턴에 글로벌화니 세계화(globalization)니 하는 월계관을 부여했다.
세계화 시대의 조종(弔鐘) 울리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제 분업이 보편화되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컴퓨터 등은 몇 개 대륙, 여러 나라에서 부품이 공급되어 비용이 저렴한 지역(국가)에서 최종 조립 과정을 거쳐 제품화된 다음 선진국이나 지구촌 곳곳으로 보내져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토콜이었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에는 국제 분업의 여파로 무역량이 크게 늘면서 해운업과 조선업이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2차 대전 이후 수송수단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여 10만 톤 이상의 대형 유조선, 5만 톤 이상의 석탄·철광석 운반선 등 대형 선단이 출현하게 되었다. 선진국들은 국제무역을 늘려 경제부흥을 촉진하기 위해 IMF-GATT 체제, 케네디 라운드, 1995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를 발족시켜 세계무역이 급증했고, 세계화 열풍이 지구촌의 경제 국경을 허무는 역할을 했다.
198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세계 무역량은 10배나 급증했다. 한국은 빈약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박정희 시절부터 건설한 중화학공업, ICT산업 인프라 덕분에 세계화의 덕을 가장 많이 본 나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인간이 하는 일이 기계화, 자동화, 로봇화, 인공지능, 빅 데이터, 소프트웨어, 그리고 3D 프린터 등으로 인한 제조 기술의 혁신으로 제품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진다. 때문에 굳이 선진국이 개발한 제품의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 해외에 주문을 할 필요성이 낮아진다.
하찮은 제품을 제외하곤 자국 내에서도 얼마든지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 및 생산이 가능하므로 국제 분업이 줄어들고, 그 결과 무역량이 급속히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세계 각국은 국경을 닫아걸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4차 산업혁명을 다룬 최근작 서적들. |
기업 평균 수명 크게 줄어
4차 산업혁명의 후폭풍은 벌써 한국의 주력산업이었던 조선·해운업을 강타하여 거제도와 경남 일대에 심각한 경제 한파를 몰고 왔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국제무역량이 급속히 감소할 것이며, 이에 따라 세계화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열려 지정학적 측면에서 세계질서도 급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명론자들은 기술이 첨단화 되고 새로운 기기들이 발명되면 인류가 풍요로워지고 복된 사회가 될 것으로 미친 듯이 선전을 해 왔다. 그러나 기술과 기계, 문명의 발달이 곧 인간의 행복지수나 복지지수까지 덩달아 끌어올리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쾌하게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인류는 지금 발달된 기술과 기계, 새로운 문명으로 인해 전혀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돌진하는 기관차 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독일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한 4차 산업혁명은 발등의 불이 되어 전통 제조업과 무역, 사회질서, 정치, 경제, 노동, 산업 등이 해체 수준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
최근 들어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지수 편입 기업의 평균 수명은 60년에서 18년 정도로 줄어들었다. 페이스북은 창립 6년 만에, 구글은 창립 5년 만에 연 수익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광속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견인하는 4차 산업혁명의 질풍노도는 기업이나 국가, 조직의 운명까지 칼끝 위에 올려놓고 말았다. 이제 모든 기업들은 자사(自社)의 운영방식이나 생존전략을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완전히 새로워진 경제적·조직적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뒤처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그 몇몇 단편들을 모아보면 우리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가 윤곽이 그려질 것이다.
①선진국에서는 이미 3D 프린팅을 뛰어넘어 열과 습도 등의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능력을 갖춘 자가변형(self altering) 기기를 찍어내는 4D 프린팅 기술에까지 다가섰다. 이제 조만간 전통적 의미의 제조업과 공장이 소멸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거의 모든 국가산업을 제조업에 의존하던 한국의 살 길은 무엇인가?
②인간이 더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더 스마트하게 일해야만 경쟁력을 가지는 세상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로 인해 일과 임금에 대한 관점이 크게 바뀌었다. 이제 극도로 유연하고 본질적으로 임시적인 형태의 일자리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를 온디맨드(On-demand) 경제라고 부른다.
온디맨드 경제 구조 하에서는 더 이상 고용 안정성과 장기근속이라는 혜택이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노동자가 계약직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의 노동구조와 법규는 온디맨드 경제 하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스마트하게 일하도록 유인하는 시스템인가? 아니면 세습화 된 귀족노조의 대물림을 확고부동하게 유지시켜주는 체제인가.
고용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③최근 들어 저렴한 노동력이 더 이상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자 전 세계 제조업이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을 떠남으로써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일으킨 우리 기업들은 왜 본국으로 리쇼어링하지 않는가?
④가격을 인하해 경쟁력을 갖추는 방식은 이제 비효율적인 시대가 되었다. 대신 재화와 서비스를 더욱 혁신적인 방법으로 제공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가 가능하다.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제조업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기업은 있는가?
⑤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기업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없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소매업체인 알리바바는 물품 목록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큰 숙박 제공업체인 에어비앤비는 소유한 부동산이 없다.
한국은 아직도 모든 기업과 국가기관, 대부분의 국민이 부동산에 올인하면서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⑥2015년 다보스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향후 5년간 71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로운 일자리는 불과 200만 개 정도가 창출되어 결과적으로 5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조만간 인간의 일자리 중 고급에 속했던 의사, 약사, 판사, 변호사 같은 고도의 전문지식과 인지능력을 확보한 직업군조차 인공지능에게 빼앗길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미국 내 모든 직업의 49%가 자동화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4차 산업혁명으로 고용 없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에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있는 우리 정부의 솔직한 속내는 무엇인가?
⑦최근 뉴욕타임스는 로봇이 쓴 글과 사람이 쓴 글 등 두 개의 유사한 글을 두고 퀴즈를 내 어떤 글이 사람이 쓴 글인지를 알아맞히도록 했다. 그 결과 어떤 글이 사람이 쓴 글이고, 어떤 글이 로봇이 쓴 글인지 구분이 불가능했다. 2020년대 중반이 되면 90%의 뉴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작성되고, 그중 대부분은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언론인이라는 직업군이 통째로 사라지는 환경을 맞게 될 때 언론이 갑(甲)질 중의 슈퍼 갑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어떤 변화 양태를 보일 것인가?
⑧2015년 11월 11일 알리바바 그룹이 싱글 데이라고 명명한 날 전자상거래 온라인 거래 규모가 140억 달러를 넘었고, 이 중 68%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 아직도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 우리 정부와 지자체는 올바른 곳에 투자를 하고 있는가?
⑨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자동차는 전자장치가 원가의 40%를 차지한다. 곧 상용화 될 전기로 움직이는 무인자율 주행차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바퀴 달린 컴퓨터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자동차는 기계공업인가, 아니면 전자공업인가?
혁신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⑩<권력의 종말>을 쓴 모이제스 나임은 “21세기에는 권력을 얻기는 더 쉬워지고, 발휘하기는 더 어려워졌으며, 잃기는 매우 쉬워졌다”고 말한다.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권력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양적 증가 혁명: 국가의 수, 인구 규모, 생활수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의 수, 시장의 상품 수 등 모든 면에서 양적으로 증가한다.
둘째, 이동 혁명: 사람, 노동력, 상품 돈, 아이디어, 가치, 정보들이 빠르게 세계 곳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셋째, 의식 혁명: 교육 수준이 높고 심리적 기대와 사고 기준의 변화로 자유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일어나고 있다.
권력이 종말을 고하는 세상이라면 한국 사회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이 한 몸 바쳐…” 운운하면서 너도나도 출마 선언을 해대는 대권 후보들의 뜨거운 권력욕을 무엇으로 채울 것이며, 그들을 부나방처럼 좇는 인간들은 앞으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⑪4차 산업혁명으로 권력이 국가에서 비국가 세력으로, 저명한 기관에서 느슨한 네트워크로이동 중이라는 사실을 정부는 받아들여야 한다. 또 급속한 사회 변화로 인해 정치, 입법, 규제에 있어 국가는 기술 변화의 속도와 그것이 시사하는 의미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 민첩한 통치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국가는 소멸에 이를 수도 있다.
스위스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이 경우 두 가지 접근법이 있는데, 첫째는 명백하게 금지된 것을 뺀 모든 것을 허용하는 방법, 둘째는 명백하게 허용된 일이 아닌 것은 모두 금지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는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⑫앞으로 고비용 국가와 저비용 국가, 혹은 신흥 시장과 성숙한 시장 간의 구분은 그 중요성이 점점 약해질 것이라고 한다. 대신 중요한 것은 ‘혁신할 수 있는 경제인가’의 여부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불러들이고, 가장 많은 특허를 내며, 세계 대부분의 벤처 캐피털을 지배하고, 에너지 생산과 첨단 디지털 제조, 생명과학, 정보통신기술 이 네 가지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기술혁명의 최첨단을 달리는가의 여부다.
영국의 혁신 자선단체인 네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혁신 육성에 가장 효율적인 정책 환경을 확립한 도시는 뉴욕·런던·헬싱키·바르셀로나·암스테르담 5곳이다. 이들 도시는 창의적 방법을 찾아내고, 개방적이며, 관료들이 기업가들보다 더 기업가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의 관료들은 입으로 외치는 ‘혁신’에는 세계 최고의 수완이 돋보인다. 정작 진짜 혁신을 해야 할 때 그들은 일제히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천재로 돌변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을 맞고 있는 대한민국 관료사회의 숨길 수 없는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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