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중시하는 민변 변호사들은 김정은에게 북한 주민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인간답게 살게 해주고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주문을 먼저 하는 것이 도리 아닌가?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라는 아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변호사들의 단체가 가장 힘없고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는 탈북자들을 법정으로 불러내 그들의 자유와 생명권을 향한 의지를 능욕하고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또 한 차례의 협박을 가하려고 한다.
한국처럼 자유로운 나라에서 이민을 가거나 탈남(脫南)을 하거나 망명을 하는 것은 별 위험이 따르지 않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폐쇄적인 체제를 만들어 놓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잔인한 처형을 일삼는 북한에서 탈출을 시도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본인의 목숨은 물론이고 가족의 생명도 담보로 해야만 결정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지옥 같은 그곳에서 어쩔 수 없이 살아가고 있고 탈북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들이 탈북해야 할 때에는 그만큼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탈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엄청난 일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탈북 당시에 처음부터 탈북할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북한이 좋아서도 아니고 살 만해서도 아니었으며, 그곳을 빠져 나가기 위해서는 본인의 목숨은 물론이고 가족과 친척들의 생명까지도 담보로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당시에 우리 집에 나들이 왔던 내 이모는 우리 가족이 남한으로 가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까무러칠 정도였다. “당장 보위부에 가서 자수하라. 그러지 않으면 내가 너희들을 모두 총으로 쏴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살기 위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이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다. 우리의 탈북이 이모 가족의 생명권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가족의 탈북으로 인해 우리의 탈북을 알지도 못했던 외삼촌은 평양에서 살다가 북창 18호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서 한겨울에 밖에서 지내다가 얼어 돌아가셨다고 한다.
외삼촌은 운명하면서 “재관이(나의 어머니)는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기에 나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하나?” 라는 말씀을 남겼다고 한다.
북한에서 탈북은 이런 것이다. 직계 가족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 가까운 일가친척 모두를 멸문지화(滅門之禍) 시키는 잔인한 처형이 따르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 중 일부는 탈북을 망설이게 되었고, 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 가족의 탈북 계획에는 엄청난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아마도 정치범수용소 행이라는 어마어마한 처벌만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은 절대로 탈북을 결정할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도 암흑의 북한 땅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가족 중 여러 명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을 단행한 것은 생명에 대한 애착과 죽더라도 정치범수용소에만은 끌려가고 싶지 않은 의지 때문이었다. 각자 그렇게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탈북을 선택했던 것이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탈북자들에게 가족을 버리고 도망쳐 온 비정한 자라고 욕을 하기도 하지만 목숨을 걸고서라도 살고 싶고,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생명만은 보존하고 싶은 것은 북한 주민이나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다 마찬가지다.
이번에 탈북한 13명의 탈북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에서 일하던 식당이 국제적인 대북제재로 폐업 위기에 놓이게 되고, 북한으로 돌아가면 외화벌이 실적이 부진한 데 대한 책임과 남한 주민들과의 접촉에 대한 고백서 작성 등으로 엄청난 사상 검증을 받을 것을 생각하면 아마 끔찍하기도 했을 것 같다.
사실 북한이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북한 주민은 아무도 없다. 북한은 꼭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것은 시간 문제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에 나와서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내용을 어느 정도 알게 된 북한 주민들이 북한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한으로 가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다.
▲ 납북자가족모임과 국군포로가족회 등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 앞에서 '납북자들에 대한 인신보호법상 구제 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당부
요즘 북한에서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김정은의 옆에 가까이 가는 거리가 명줄의 길이”라고 하면서 김정은 옆에 가까이 서게 되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출신 성분과 숙청으로 훈련되고 단련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면 숙청될까봐 걱정이 되어 김정은을 멀리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는 김정일 정권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탈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탈북한 강명도 교수는 북한이 망할 것이라고 생각되어 탈북했다고 증언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국제적인 대북제재 환경에서 북한 고위층의 자녀들에 해당하는 식당 종업원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한국 행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며, 그들의 탈북은 어쩌면 김정은의 폭정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다. 누군들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타향으로 야반도주하고 싶겠는가?
대한민국에 온 3만 명의 탈북자들 모두 정든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떠나지 않으면 굶어죽을 수도, 맞아죽을 수도,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살기 위해 탈북한 것이다. 그리고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탈북했다.
인권을 중시하고 민주주의를 주장한다고 하는 민변 변호사들은 자유를 찾아 살기 위해 간신히 도망쳐 나온 탈북자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어처구니없는 행동보다는 김정은에게 북한 주민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말고 인간답게 살게 해주고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주라는 주문을 먼저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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