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EU가 對中 수입 줄이면 중국은 앉은 자리에서 말라 죽어
2016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동아시아 일대에서 일어났거나 일어날 일은 향후 세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 갈등, 사드(THAAD) 미사일 한반도 배치,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중국에 의한 미국과 북한 간 평화협정 체결 요구 등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건에는 모두 중국이 들어 있다.
중국과 연관이 있는 사건 가운데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매우 중요하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벌이는 일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세계 패권 도전’이다. 2016년 3월 현재, 세계 금융, 군사, 정보, 정치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대미(對美) 패권 도전’의 결과는 처참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 중국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패권 추구에 나서자 미국은 셰일에너지 개발과 양적 팽창 등의 정책으로 중국 경제를 곤경에 빠뜨리면서 반격에 나섰다. 사진은 남중국해에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 |
과거 1: 2006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세계 패권 도전
중국은 경제 발전에 자신감이 붙자 2003년을 전후로 국경을 맞댄 나라들의 역사를 왜곡하는 공정(工程)을 시작했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동북(東北)공정을 비롯해 서북(西北)공정, 서남(西南)공정 등 ‘탐원공정’이라는 명목 아래 한반도, 몽골, 티베트, 중앙아시아, 베트남, 인도 등의 역사를 왜곡하고 모두 자신의 역사인양 선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 왜곡은 사실 자위 수준에 불과했다. 주변국들은 여전히 중국을 무시했고,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은 경제력 상승 속도와는 별개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은 당내 연구기관을 통해 수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경제 패권주의를 실천하기로 한다.
1999년 12월 클린턴 정권 덕분에 WTO에 가입한 뒤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막대한 무역 흑자를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쌓아올린 외환 보유고는 2006년이 되자 2조 달러를 넘었다. 막대한 외환 보유고는 곧 중국의 자신감이었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외환보유고’와 ‘세계의 공장’이라는 타이틀에 자신감을 갖고,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중앙아시아 일대에 막대한 투자를 시작한다.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돈이 저개발 국가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진영은 중국의 제3세계 지배력 강화가 위험한 수준이라고 판단, 중국산 제품의 문제점을 동시다발적으로 폭로한다. 부동액 치약, 멜라닌 분유, 수은 장난감 등이 대표적이었다. 국제투자은행은 이로 인해 중국 관치금융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수익까지 얻어낸다.
국제 금융과 경제를 잘 모르던 중국 수뇌부였지만,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이 어떻게 금융을 활용해 소련과 동구권을 무너뜨리고, 제3세계 내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렸는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금융패권 전략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음모론을 활용해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대중들을 설득할 음모론 책도 만들어 베스트셀러를 만들었다. 중국은 물론 한국, 대만, 홍콩 등에서 인기를 모은 <화폐전쟁>이었다.
중국은 ‘인민의 요구’라는 명분으로 미국 금융의 약점을 공격하기로 한다. 2007년 4월, 중국이 관리하는 금융기관들은 런던 금융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400억 달러 어치를 투매한다.
당시 세계 금융기관들은 미국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부실채권이 되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에, 해당 채권으로 수많은 파생상품을 만들어 거래했다. 따라서 적은 금액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가격이 무너지더라도 그 파급력은 매우 컸다.
중국의 명령을 받은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투매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덩달아 이 채권을 팔아치웠다. 채권 가격은 폭락을 거듭했다. 2008년 미국 발(發)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많이 운용하던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들이 무너졌다. 거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메릴린치는 다른 업체에 흡수됐고,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 해체됐다.
중국은 서방 금융기관의 패권 체제가 예상보다 훨씬 취약하다며 자만에 빠졌고, 서방 진영을 향해 공공연히 G2니,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니 하는 표현을 앞세워 도전했다. 서방 진영은 속절없이 중국의 금융 공격에 낭패를 보는 것처럼 보였다.
과거 2: “미군은 하와이 서쪽에서 떠나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런던에서 투매한 지 한 달 가량 지난 뒤 베이징에서는 다른 식의 도전이 있었다. 2007년 8월 1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타임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군 고위 장성을 초청한 뒤 공개적으로 협박했다는 이야기였다.
당시 워싱턴 타임스에 따르면, 2007년 5월 티모시 키팅 미 태평양 사령관(해군 대장)은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초청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이때 공식 만찬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수뇌부는 키팅 사령관에게 “이제 하와이 서쪽 태평양을 모두 중국에게 넘기고 떠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키팅 사령관은 처음에는 “농담이 지나치다”고 응수했지만, 만찬이 거듭될수록 인민해방군 수뇌부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 협박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귀국, 국방부와 백악관에 보고했다.
미 정부는 중국 인민해방군 수뇌부의 협박에 대해 중국에 공식 항의하면서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중국은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 ‘환구시보’ ‘해방군보’ 등을 통해 중국의 이익을 지킨다며 ‘도련선(島連線·island chain) 전략’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쉽게 말하면 한반도 서쪽,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일대를 잇는 지역은 중국의 내해(內海)이므로 미국과 그 동맹국은 이 지역에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중국은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협박의 강도를 늦추면서 미국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2012년 오바마가 재선한 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란과의 핵협상에 집중하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을 자신의 군사 전진기지로 삼기 위해 인공섬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문제는 2015년 들어서야 전모가 드러났다. 중국은 인민해방군을 보내 본토에서 1300㎞나 떨어진 섬들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이 지역에 대한 무력 통제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미국과 서방의 반격, ‘지렛대’를 약점 삼다
2016년이 시작된 뒤까지도 미국이나 서방의 반격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그저 남중국해 일대에 군함을 보내 ‘무해 통항권 작전’이나 벌이고, 2012년에 합의를 시작한 필리핀 미군 귀환 문제를 마무리졌다고 좋아하는 모습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물 밑 분위기’는 다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후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자본에게 승리했다고 판단한 중국은 제3세계를 대상으로 거액의 투자를 한 뒤 해당 지역의 각종 자원 빨아들이기를 시작한다. 중국 지도부는 국제금융자본을 내세운 서방 진영의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은 ‘진공 상태’를 자신들이 차지할 수 있다고 보고, 국내 경제학자들의 과잉투자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중공업 생산 능력을 크게 늘렸다.
비슷한 시기, 미국은 그동안 채산성 문제로 개발하지 않았던 셰일 에너지 개발을 본격 시작한다. 중국이 패권 전략의 지렛대로 삼았던 자원과 에너지를 그들의 약점으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셰일 에너지의 존재를 알았다. 하지만 이는 만일에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세력이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을 지렛대로 미국을 위협할 경우에 개발할 계획이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자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시간은 꽤 걸렸다. 하지만 그 사이 새로운 채굴 공법을 실용화하면서 생산단가가 대폭 줄어들었다. 5년 뒤 미국은 셰일 에너지의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가 됐다.
미국이 셰일 에너지 상용화에 성공,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도가 급감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패닉에 빠진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세계 양대 석유 수입국 가운데 한 곳이 조만간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원유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배럴 당 100달러 내외의 고유가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던 산유국들은 불과 2~3년 사이에 재정 적자에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국가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베네수엘라, 러시아, 나이지리아 등 반미 성향이 강하고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던 산유국들은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제3세계 국가는 정권이 교체되거나 친미 성향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생겼다.
▲ 미국은 한반도에 사드 배치를 추진하고 한미 연합훈련에 전략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를 보내는 식으로 북한과 중국을 군사적으로도 압박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 |
미국은 또 자신들의 약점을 기회로 삼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회복이 되지 않았다고 밝힌 뒤 양적 팽창을 실시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해외 수입품 가운데 자신들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의 품목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통관을 거치도록 했다. 낮아진 달러 가치, 국내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미국의 대외 수입이 줄어들자 EU 경기가 침체에 빠졌다.
미국에 이어 EU 경기마저 나빠지자 중국의 수출이 줄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곧 중국이 야심차게 만들었던 중화학 산업 시설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다. 과잉 투자됐던 조선, 철강, 석유화학 관련 시설들은 상당 부분이 놀고 있는 형편이 됐다.
미국은 재정절벽을 이유로 국방비도 대폭 삭감했지만, 신형 무기 개발은 꾸준히 진행했다. 그 결과 항공모함 탑재용 X-47B 스텔스 전폭기, ICBM 요격용 GBI 미사일, F-35 스텔스 전투기, 줌왈트 급 최신형 스텔스 구축함, 제럴드 포드급 신형 핵추진 항공모함 등은 조만간 실전 배치 될 예정이다. 오바마 정부는 군사력 축소를 공언하면서도 전력의 60%를 아태(亞太)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항공모함 전단은 물론 신형 연안전투함(LCS)도 대부분 중국 인접 지역에 배치했다.
2016년 들어서는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다른 지렛대를 뒤집는 작업을 시작했다. 바로 북한 김정은 집단이다. 북한이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실시하고 2월 7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은 한국과 사드 미사일 배치 협의를 논의하는 한편, 한국군 수뇌부를 본토로 초청해 ICBM 시험 발사 현장을 공개하고 GBI 미사일도 견학시켰다. 여차하면 북한을 향해 핵 공격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지도부를 척살했던 특수부대들도 한미 연합훈련 참가를 이유로 한반도에 전개했고, 괌과 오키나와에 있던 전략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를 보냈다.
미래 : 중국, 고립된 수도…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군사적 행동에 압박을 느끼며 위협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직접 협박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미국 동맹국들을 협박하고 있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미국과 정면 대결을 하면 불리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이 협박을 하면 할수록 미국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중국이 1949년 본토를 점령한 뒤 국경을 맞댄 주변 14개국에게 저지른 짓 때문이다.
1992년 미군 철수를 외쳤던 필리핀은 다시 미군에게 수빅 만과 클라크 공군기지를 제공하기로 했고, 싱가포르는 미 해군 함정의 정박을 허용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태국도 미군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친중적 태도를 보이던 한국 정부도 중국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대남 적화 전술 가운데 하나인 ‘조미 평화협정’ 체결을 종용하자 국민들의 반중(反中) 정서가 심해지고 있다.
종합하자면, 현재 중국 지도부는 일당독재 체제의 특성대로 민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부 갈등을 외부와의 충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이런 착각을 토대로 대외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면서 점점 더 잘못된 길로 빠져든다. 그 결과의 대부분은 주변국과의 무력 분쟁이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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