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본주의는 선진국과 비슷하게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불공정한 시장의 경쟁구조,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 비정규직·자영업·노동자 비중이 불안정한 고용 구조 등의 문제도 갖고 있다.
선진국들이 오래 전에 시행했다가 골병이 든 포퓰리즘적 복지를 시작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경제를 규제하는 계획경제를 하고 있고, 경쟁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진국들이 행하고 있는 시장경제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외쳐 왔다.
계획경제 시절에는 정부가 음식값, 목욕탕 요금, 여관 숙박료, 미용실 요금, 다방 커피 값, 농산물 가격까지 결정했다. 한국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시행한 자유화, 민영화, 개방화 등의 정책은 서방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나 과정과 다르다.
따라서 그 결과도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결과 경제 권력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재벌로 이동했다. 시장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천민자본주의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기업인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기업인은 청지기 정신을 가지고 내게 일을 맡기신 ‘그 분’의 뜻을 따라 정직·충성을 다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고, 기업이 있어야 사회도 유지될 수 있다. 때문에 기업이 이익을 남기는 것은 사회에 대한 공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최소한 사회에 손해를 끼치지는 않아야 한다. 기업이 이윤을 남기도록 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에 봉사하기 때문이다.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기업행위가 결과적으로는 그 행위를 하는 목적 자체에 역행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비윤리적인 기업은 반드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통이 세워져야 한다. 나도 별로 깨끗하지 못하므로 기업들의 부도덕을 묵인한다면 사회 전체의 손해를 묵인하는 비도덕을 저지르는 것이요, 결국 자신과 자기 가족에게 미칠 손해를 묵인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는 성직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직업을 소명(berufen : calling)으로 보았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을 하는 청지기로서 우리 사회의 소유 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형태를 새롭게 해야 한다.
소유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권 확보를 위한 비업무용·무수익 자산의 순환 출자를 제한하는 지주회사제도, 계열사 주식을 100% 소유함으로써 계열사를 완전 내부화하는 내부회사제도, 계열사에 대한 경영확보 목적으로 반드시 50%+1 주식을 보유케 하는 계열사 주식의무매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경영 형태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 인사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주주들이 사외이사 후보를 지명·선택할 수 있는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노동자의 이사회 참여가 있어야 한다. 자본주의를 민주주의적으로 운영할 때 희망이 있다. 자유방임주의가 만들었던 미국의 20세기 초 대공항의 해법이나 스웨덴이 월등한 복지국가를 이뤄낸 것도 민주주의적 시장경제 정책이었다.
민주주의의 평등과 자본주의의 불평등을 결합한 한국 자본주의가 새로운 변혁을 추구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의 자본주의가 정의롭게 작동하려면 고용주와 고용인이 다함께 하나님의 청지기 정신을 갖고 맡은 일은 하나님의 소명으로 받아들여 하나님이 허락하신 세상에서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 하신 성경 말씀대로 부지런히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이룩할 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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