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은 있고, '극우'는 없다
'종북'은 있고, '극우'는 없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9.08 0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물타기 말고 분명히 구분해야

※ 다음은 차기환 미래한국 편집위원이 7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從北'은 있고, '極右'는 없다」 전문입니다.

▲ 차기환 미래
한국 편집위원·
변호사

최근 한국 사회가 이념적 갈등을 겪으면서 정치적·사회적 논쟁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종북(從北)' '극우(極右)'라고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종북' '극우'의 개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보라고 하면 제대로 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

그러다 보니 마치 두 용어가 같은 차원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리고 '종북'이라고 비판받는 좌익의 일부가 이를 이용하여 비판하는 쪽을 향해 '극우'라고 반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종북'과 '극우'는 정치적·사회적 의미와 위상이 완전히 다르다.

'종북'이란 용어는 사전적으로 '북한 체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추종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비추어 보면 대한민국을 북한이 주장하듯이 미국의 식민지 또는 그 유사한 사회로 보고, 미 제국주의를 축출하여 한국 사회를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로 변혁시켜 '민족 해방'을 달성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므로 외부의 제3자가 이를 인식하기 어렵다. 결국 현상적으로는 북한의 대남 적화 전략의 여러 수단, 즉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연방제 통일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지하면서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와 선군(先軍)주의에 대한 비판을 거부하고 김정은의 3대 독재도 비판하지 않는 것을 보고 종북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개념 요소들에 비추면 한국 사회에는 '종북'이라 비판받아 마땅한 세력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일부 하급심 법원은 종북이란 용어의 사용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인다. 이정희·심재환 부부에 대하여 종북이라고 비판한 사안에 대하여 하급심 법원이 명예훼손으로 위자료 지급을 명한 바 있다.

이 판결의 논리는 종북으로 지탄받으면 형사처벌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를 사용하려면 그 대상인물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받을 정도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나 인사일수록 법의 보호를 더 받게 되는 결과가 되므로 수용할 수 없는 판결이다.

통합진보당이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것을 감안하면 '종북'이란 용어에 대한 이런 법원 판결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적절한 기준을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

'극우(極右)'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는 '극단적인 우익'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사적·경험적 사실에 비추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는 '파시즘(Fascism)'과 동일한 것이다. 무솔리니의 파시즘, 히틀러의 나치즘, 일본 군국주의와 같이 의회민주주의 부인(否認), 정치적 의사 관철을 위한 폭력 수단(비밀경찰·테러 등) 동원, 쇼비니즘, 인종주의와 같은 불평등 이데올로기 등이 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극우주의자들은 자유민주주의를 경멸하고 일당독재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현대사회의 극우 사례인 프랑스의 장 마리 르펜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 미화, 폭력과 전쟁 수단 정당화, 자본주의 및 국제화(Globalization) 거부 등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의 극우주의자는 대한민국에 없다. 대한민국의 우파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대외 개방, 자유민주주의, 법질서 준수 및 법치주의 강조, 폭력 배격을 주장한다. 특히 국가 공권력이 시위대에 무력하게 두들겨맞는 것을 보고 법치주의와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폭력을 배격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의 좌익 언론 매체에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극우'라는 용어로 우익 인사를 매도하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그 대상이 과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에서 극우라고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 제시 없이 '극우'라는 용어를 남발한다.

이념 투쟁에서 흔히 말하는 '레이블링(labeling·낙인 찍기)'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 하는 것이다. 언론이 그럴진대 네티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하급심 법원의 판사마저 한국에서는 '극우'란 용어가 국제사회에서의 의미와 달리 강한 반공주의자를 의미하므로 이를 사용하여도 상대방에게 모욕이 되지 않는다는 이해하지 못할 판결을 하기까지 하였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헌법 체제하에서 이를 침해하는 '종북' 세력은 강하게 보호하고, 그런 침해 세력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세력은 '극우'라고 불러도 허용하는 하급심 판결이 나올 정도로 우리 사회는 '종북'과 '극우'의 개념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종북'은 명백히 실재하지만, '극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두 용어를 같은 차원인 양 묶어서 사용하는 것은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개념 물타기'에 다름 아니다. 이런 개념의 혼란을 극복하고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식인, 특히 언론인과 법 집행을 맡은 법원과 검찰에게 부과된 책무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